영화 '새해전야'에서 래환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유태오 /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한 배우가 지하철 광고 앞에서 춤을 춘다. 팬들이 자신의 생일을 기념해 '응원하겠다'고 내건 지하철 광고다. 다음에 보여질 귀여운 모습을 한템포 앞서 예고하는 위트도 담겨 있다. 배우 유태오가 전한 생일광고 인증 영상은 그렇게 남달랐다.
영화 '새해전야'의 개봉을 앞두고 배우 유태오가 인터뷰에 응했다. '새해전야'는 새해를 일주일 앞두고 벌어지는 네 커플, 아홉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유태오는 어떤 면에서 자신의 유년 시절과 꼭 닮아있는 패럴림픽 선수 '래환' 역을 맡았다. 독일에서 자란 것도, 운동선수라는 면도, 사랑꾼이 된 면모도 닮아있다. 유태오는 "첫 미팅때부터 캐릭터 구성이 완벽하게 돼 있더라고요"라고 말한다.
래환은 연인 오월(최수영)에게 받은 스노보드로 운동선수에 대한 꿈을 꾼다. 그리고 패럴림픽 국가대표가 되어 이를 이룬다. 유태오와는 다른 부분이다. 유태오는 십자인대 파열로 농구선수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리고 "연기"가 그 빈 자리를 차지한다.
영화 '새해전야' 스틸컷 /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제가 농구선수 생활을 13살부터 20살까지 했었고요. 연기는 21살 때 만나게 됐어요. 연기 자체가 제게 힘이 됐던 것 같아요. 운동선수에게 경기장과 배우에게 무대가 사실 별반 차이가 없거든요. 연기는 행위예술 안으로, 운동은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안으로 매체는 다르지만 근본적으로 비슷한 심리적 요소를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유태오는 과거를 돌아볼 때 "아름답다는 시선이 어떤 해석을 하는가에 따라 그렇게 느껴질 수 있죠"라고 답한다. "저의 과거는 고생이 많았던 시절로 기억해요. 힘들었었고. 그런데 꼭 필요했던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는 아름다웠다고 생각해요. 결과적으로 봤을 때는 잘 되어가고 있으니까요."
잘 되어가고 있다. 칸의 레드카펫을 밟게 해준 작품 '레토'(2018)가 아니더라도, '머니게임', '보건교사 안은영', '새해전야' 등 최근 유태오가 출연한 작품들은 대중에게 '배우 유태오'를 각인시켰다. 유태오의 말에 따르면 '머니게임'과 '새해전야'를 찍을 때 유럽에 왔다갔다하면서 찍은 해외 드라마도 올해 풀릴 것 같다. "딱 한 곳에 있어야 하는 것"이라는 개념은 유태오에게 없다.
영화 '새해전야'에서 래환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유태오 /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작품을 보는 여러 포인트들이 있는데요. 세 가지를 말씀드리면, 첫 번째는 전에 했던 배역들과 완전히 다를 것. 두 번째는 국내에서 아직 못봤던 것, 마지막은 패러다임을 바꿔주는 것. 이런 것들을 좋아해요. 이건 캐릭터적인 이야기고요. 작품적인 측면에서는 일단 재미가 있어야 돼요. 단편, 드라마, 영화 등 뭐든 재미있으면 좋겠어요. 비즈니스적인 면에서 수치고, 수치는 성과가 되어야 하니까요."
유태오는 취미가 많다. 동화책을 만들기도 했고, 자작곡을 만들기도 한다. 유태오는 자신에게 취미는 "자신의 호기심을 만족시키는 과정"이다. 팬들에게 전하는 감사 영상도 그래서 손수 편집을 했을 거다.
"뭐하나 궁금한게 있으면, 파고 들어가요. '탐구생활'이라고 해야할까요. '덕후생활'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런 면이 있는 거예요. 좀 너디(nerdy)한 면이 있어요. 하나를 시작하면 끝까지 집요하게 물어요. 일상 속에서도 '왜?'라는 질문을 많이 던져요. '왜 이럴까? 왜 받아들일까?' 그렇게 질문을 하다보면 모든 취미 생활의 역사와 본질을 찾게 되는거예요. 그 생활이 배우로서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도 생각하고요. 저에게 취미는 그런 의미에요."
영화 '새해전야'에서 래환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유태오 /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유태오는 과거 인터뷰에서 소통법을 방탄소년단(BTS)에게 배웠다고 했다. 그리고 배운대로 "잘 실천해가고 있는 것 같다"고 스스로 말한다.
"주변에 BTS가 어떻게 인기를 얻게 됐는지 물어본 적이 있어요. 아미(BTS 팬클럽)에게도 물어봤어요. 멤버 두명이 한 주, 다른 멤버가 그 다음 주 이렇게 주말마다 팬들과 소통을 했대요. 저도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500명 밖에 안됐을 때도 그런 시도를 했었어요. 4, 5명만 모여도 라이브 방송을 했거든요. 그걸 이어서 했는데 '머니게임' 이후에 벨기에에서 라이브 방송을 켰는데 3, 4천명이 들어온 거예요. 제 이야기를 하고, 편하게 소통하다보니 팬들과 관계가 생기잖아요. 그 관계가 되게 건강한 것 같아요."
"배우들마다 다양한 면이 있어요. 라이언 고슬링처럼 소통을 안해도 그대로 신비주의를 갖고 멋있는 배우도 있어요. 반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처럼 자기의 민낯을 드러내고 연기자로서의 역사를 드러내는 배우도 있고요. 저에게 잘 맞는 포인트는 후자였어요. BTS라는 세계적인 그룹도 그렇게 활동을 하니까요. 여러가지 롤모델이 있는데, BTS,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그런 면에서 제 롤모델이죠."
영화 '새해전야'에서 래환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유태오 /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팬들을 이야기할 때 배우 유태오는 아이처럼 웃음짓는다. 팬들에게 들은 가장 기분 좋은 말을 한참 생각하다가 "그냥 다 기분이 좋아요. 관심받는 자체가 배우로서 너무나 고맙고 기분 좋은거라"라며 말을 이어간다.
"라이브방송을 할 때 질의응답을 할 때가 있어요. 제가 질문을 랜덤으로 선택하거든요. 그 질문을 고를 때 준비하고 기다리는 분들이 너무 재미있어요. 판을 준비하고, 적고, 이런 것들을 하거든요. 배경에 저와 연관성있는 테마를 준비하시는 모습이 너무 재미있는 것 같아요."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유태오는 몸을 뒤로 하지 않았다. 자신의 목소리가 작게 들릴까봐 몸을 앞으로 기울여 말했고, 보이지 않는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런 노력 덕분에 화상 인터뷰는 마치 얼굴을 마주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팬들이 느끼고 있을 '배우 유태오'의 단면이 아닐까. 매일 달라지고 성장하는 그의 출구없는 매력은 오늘도 계속될 예정이다.
글 에디터 조명현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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