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스' 남규리 인터뷰 / 사진: 남규리, 오에이치스토리, 블러썸스토리 제공
남규리가 여성 소시오패스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했다. 그간 장르물에서도 주류 캐릭터로 다뤄지지 않은 캐릭터를 맡은 그는 악역에 대해 품었던 묘한 갈망을 마음껏 풀어냈다.
타임크로싱을 소재로 한 '카이로스'는 한 달 전의 여자 한애리(이세영)와 현재의 남자 김서진(신성록)이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극 중 남규리는 하나뿐인 딸을 잃은 바이올리니스트 '강현채'로 분했다. 어두운 과거를 가진 강현채는 오로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소시오패스다. 남규리는 처연한 모습부터 냉혈한 눈빛까지, 극단의 감정을 오가는 캐릭터를 맡아 열연했다.
Q. 타임크로싱이라는 소재를 가진 '카이로스'의 어떤 매력에 끌렸나.
'내 뒤에 테리우스', '붉은 달 푸른 해', '이몽'을 끝내고, 연기에 대한 또 다른 고민들이 찾아오기 시작했어요. 깊이에 대해서였죠. 오롯이 나를 또 한 번 재정비하는 공백기가 있었어요. 그때 삶에 대한 또 다른 나만의 가치관들이 형성이 되었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보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할 무렵 '카이로스'란 작품을 만났습니다.
'카이로스'는 선택이 아니라 도전이었어요.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는 마음이 컸고, '내가 배우로 시청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동시에 한 인물에 다양성을 담을 수 있는 강현채라는 캐릭터에 매료됐어요. 여성 소시오패스라는 점이 신선했고, 악역에 대한 묘한 갈망이 있었어요.
Q. 설득력 있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있었을 것 같다.
일관성이 있는 듯 없는 듯, 반전에 반전이 있는 인물이에요. 제 스스로 현채라는 캐릭터를 합리화시키고 설득하는 게 우선이었어요. 현채는 사랑 없이 자라 인물이라 사랑도 모르고 나쁜 게 나쁜 건 줄도 모르는 인물이에요. 현채가 되기 위해 현채만의 서사를 만들었어요.
제 다양한 면을 꺼내서 '하고 싶은 연기의 70%만 하자'라는 생각으로 연기했어요. 제 자신을 누구 보다 믿어야 했고, 자존감이 높아야 두려움 없이 강현채로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Q. 연기하면서 느낀 강현채의 매력이 있나.
저에겐 강현채의 자존감이 색달랐어요. 저는 스스로를 많이 채찍질하고 자책하는 편인데, 보이지 않게 긴장도 많고, 걱정도 많은 편이에요. 그런데 현채를 연기하면서 소시오패스적 면모보다 여성의 주체적인 단단함에 매력을 느꼈어요.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것 말고, 제 안의 세상에서는 (현채의) 스토리가 더 많아요. 현채의 모든 것에 개연성을 만들면서 다채로움을 배운 것 같아요.
Q. 감정 소모가 많은 연기를 보여줬는데.
현채의 광기에 어느 날은 쾌감을 느끼고, 어느 날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도 했어요. 그런 날은 울면서 집으로 돌아가기도 했죠. 현채 역에 너무 빠져있어서 남규리로 돌아오는 게 힘들었어요. 결국 응급실을 세 번이나 다녀왔고, 몸무게가 많이 빠져서 체력적으로 힘이 들었어요. 그래도 제겐 너무 소중하고 값진 작업이었어요.
어떤 모습도 공들이지 않은 감정선이 없었어요. 애리와의 편의점 신을 스무 시간 연습했어요. 누군가를 하대하는 게 익숙지 않았고, 자칫하면 층층이 쌓여가는 캐릭터에 거부감이 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빌런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라 더 열심히 준비했죠.
Q. 또래 배우들과 붙는 신이 많았는데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신성록 선배님과는 첫 촬영 때가 생각나요. 서로 준비가 잘 되어 있는 상태라 (호흡을) 맞추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역시 베테랑답게 매 신 능숙하게 해내셔서 촬영이 편했죠.
안보현 씨는 자기관리가 철저하고 열정적인 모습이 매력적인 분이에요. 늘 열심히 준비해오세요. 좋은 파트너를 만나 감사했어요. 안보현 씨와는 매 촬영이 재밌었어요. 자주 촬영하다 보니 편하기도 했고, 열정적인 측면에서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세영 씨는 너무 좋은 동료고, 좋은 사람이에요. 너무 친해지고 싶은 배우였지만, 역할상 한 신밖에 함께하는 신이 없기도 하고, 감정적으로 관대해질 수 없는 관계였기 때문에 (친해지지 못했어요). 작품이 끝나고도 또 보고 싶은 동생이자 선배님이죠. 이세영 씨와 더 많은 신이 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Q. 배우로 전향한 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대중의 머릿속엔 씨야 남규리의 모습이 선명하다.
가수 출신 꼬리표는 생각보다 오랫동안 저를 따라다녔어요. 매번 편견과 부딪혀야 했죠. 그렇지만 가수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단번에 없애겠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연기를 할 수 있음에 모든 것이 감사했죠. '나의 노력과 신념으로 하다 보면 언젠가 알아주시는 분들이 생기겠지. 진심은 통하겠지'하는 생각으로 달려가고 있어요.
저에게 노래와 연기를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울메이트예요. 기회가 된다면 가수 활동을 하고 싶어요. 씨야 활동을 위해 녹음해둔 곡이 있어요. 팬들을 위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무료 배포하고 싶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서 아쉬워요.
Q. 이번 캐릭터로 '반전 있는 캐릭터'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새롭게 듣고 싶은 수식어가 있다면?
'믿을 수 있는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어떤 캐릭터의 옷을 입혀도 잘 소화해 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고, 한 가지 옷이 아니라 무지갯빛 컬러를 소화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어요.
글 에디터 이우정 / lwjjane86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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