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터뷰] '콜' 박신혜 "열일 비결요? 갈증 채우려면 계속 작품을 찾게 돼요"
기사입력 : 2020.11.29 오전 12:30
'콜' 박신혜 인터뷰 / 사진: 넷플릭스 제공

'콜' 박신혜 인터뷰 / 사진: 넷플릭스 제공


박신혜가 보여준 적 없는 강렬한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섰다. 그간 로맨스 장르에서 두각을 드러낸 그였기에, 영화 '콜' 속 변신이 더욱 기대됐다. 지난 27일 베일을 벗은 '콜'은 박신혜에게 연기적 폭을 넓혀준, 은인 같은 작품 같았다. 박신혜 또한 작품을 통해 한층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Q. '콜'이 당초 올봄 극장 개봉에서 넷플릭스 공개로 바뀌었다. 아쉬운 감은 없나.

원래 3월에 개봉을 했었어야 했는데, 개봉을 못 하고 있다가 '살아있다'가 먼저 개봉하게 됐어요. 그동안 드라마 '시지프스' 촬영하고 있었고, 앞으로 4~5회차 분량이 남아서 11월 말이면 촬영이 끝날 것 같아요.

'콜' 개봉이 계속 늦춰지다 보니 답답하고 속상한 마음도 있었는데, 그 마음이 들려고 할 때마다 드라마 촬영에 집중을 해야 해서 좀 견뎌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넷플릭스를 통해서 개봉이 확정됐고, 극장에서 개봉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기는 해요. 그래도 전 세계적으로 우리 영화를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서 감사하게 생각 중이에요.


Q. 결말에서 반전이 인상 깊었다. 어떻게 봤나.

결말은 또 모르죠. 오영숙이 끝낸 것처럼 다시금 반전을 줄 뿐이지, 영숙의 승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어요. 미래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고, 그 상황에서도 서연이는 분명히 자신만의 방법으로 탈출을 하던지, 딜을 통해서 해결을 하던지 했을 거예요. 어떻게 조금 더 효과적으로 그런 걸 보여줄까 고민했죠. 엔딩이라기보다는 에필로그라고 생각하고 촬영했어요. 영화가 자칫 선과 악이 붙었을 때 어쩔 수 없이 정형화된 게 아닌 엔딩을 주고 싶어서 다시 한번 반전을 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Q. 그간 박신혜 배우가 수동적인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던 것 같다. '콜' 속 서연도 어찌 보면 영숙에게 끌려다니는데, 이런 역할만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 아쉬움은 없나.

수동적이고 싶지 않았아요. 이번에도 수동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처음에 '콜'을 거절했었어요. 영숙이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부분이라든지 뭔가 흘러가는 대로만 하는 부분이 있어서 '서연이가 할 수 있는 게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왜 나는 항상 당하는 입장이어야만 할까' 싶었는데, 서연이는 당하고만 있는 인물이 아니에요. 나름의 방식대로 반격하고 순했던, 착했던 서연이가 점점 영숙이처럼 미쳐가는 감정이 고조되는 부분이 분명 있거든요.

영숙이의 에너지가 너무 커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생각했을 때 감독님이 '그런 타당성을 가질 수 있는 배우가 저'라고 해주셨어요. 서연이가 독해져 가는 얼굴을 보고 싶고, 서연이가 다른 방식으로 분출해내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다면 '내가 수동적이지 않고, 자기주도적으로 감정의 결들을 살려보자', '디테일하게 어떤 한 사람이 철저하게 망가져서 독해질 수 있다면 나에게도 기회가 될 것'이라는 마음으로 하게 됐어요.


Q. 극 후반부에 서연과 영숙이 직접 만나는 신 이전까지는 줄곧 수화기를 통해서만 연기해야 했다.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저희가 서로 전화를 하며 촬영했을 때 실제로는 각자가 찾아가서 앞에 있어 줬어요. 현장에 오지 못했던 순간에는 편집본을 미리 확인하고 그 사운드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중요한 촬영일 때는 종서 배우가 먼저 촬영하고, 제가 그걸 본 후 그 감정을 가지고 연기했어요. 얼굴을 마주 보고 배우의 눈을 바라보고 연기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겠지만, 차선책으로 최고의 방법을 택해서 촬영했기 때문에 걱정한 것만큼 어렵지는 않았어요.


Q. 기억에 남는 신이 있나?

서연이가 전화를 계속 안 받으니까 영숙이가 싱크대를 막 때리는 신이 있어요. 그건 종서 배우의 애드리브였어요. 배우의 감정선에 따라 연결되는 부분이 있는데, (감독님이) 감정을 깨지 않고 지켜봐 주시더라고요. 실제 종서 배우는 그 연기를 하고 온몸에 멍이 들었어요. 팔다리 할 거 없이 (다쳤는데)본인이 빠져서 연기를 했더라고요. 저도 현장 편집본을 보고 소름이 돋을 정도로 자극이 됐어요.

터널 신 이후에 제가 '찢어 죽일 거야'하는 신이 있잖아요. 연기할 당시에는 열 받으니까 정말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을 다 집어치우고 싶더라고요.  죽기 전에 오만가지 감정이 다 들면서 (영숙을) 말리고 싶고, 죽이고 싶고 그런 감정을 가지고 다 애드리브로 연기했어요. 정말 촬영했을 때는 제 자신이 미친년이 된 기분이 들더라고요.


Q. 감정도 감정이지만 육체적으로도 고생하는 신들이 있었다. 힘들진 않았나?

바닥을 구르고, 무릎이 닳도록 빌고 그런 장면을 찍으면서 힘들기도 했죠. 화상을 입는 신에서는 정말로 제가 화상을 입는 상상이 들면서 다리가 찢어질 듯 아프고 배 살갗이 다 붙어버리는 것처럼 아프더라고요. 실제 화상을 입지 않았지만요. 촬영 후 진이 다 빠졌는데, 정신적으로는 황홀했어요.

Q. 장르 영화에 도전하게 됐다. 강렬한 역할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건가.

꼭 강렬한 걸 해야지 하고 생각해서 작품을 정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10대부터 이 일을 했고,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면서 저에게 오는 작품의 폭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 것 뿐이에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장르물도 들어오더라고요. 지금이 딱 그 시기이지 않았나 싶어요. '콜'도 그렇고, '시지프스'도 그렇고 제가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겪는 감정과 상황이 맞물려서 작품을 만나게 된 것 같아요.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싶은 생각도 들어요. 장르물을 많이 했으니 한 템포 쉬어서 사람 냄새 나는 작품도 하고 싶어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작품을 결정하게 될 것 같아요.


Q. 영화 '콜' 원작도 봤나.

원작은 보지 않았어요. 방해될 것 같아서요. 이제 개봉이 되니 찾아보려고 해요. 원작이 있으면 자꾸 비교하게 되는 것 같아서 웬만하면 잘 보지 않으려고 해요. 제가 연기하면서 '이 장면에서 이 배우는 이렇게 했던데' 하면서 제가 따라가게 되는 게 생길 것 같거든요. (원작이) 책 같은 경우는 찾아봐요. 책은 각자 상상하는 방식이 다르잖아요. 영상은 그 배우의 표정과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에 저에게 있어서 오히려 방해가 될 거라 생각했어요.


Q. 나이 차이는 얼마 안 나지만, 연기 경력으로는 한참 후배인 전종서와 호흡을 맞췄다. 박신혜가 바라본 전종서는 어떤가.

전종서 배우는 정말 사랑스러운 친구예요. 저와는 굉장히 다른 느낌이고, 한 가지 감정을 표현할 때도 저와는 참 다르다고 느껴요. 저에게는 사랑스럽고 새로워서 그 친구에게 정말 많이 배우는 현장이었어요.

종서 배우는 거침이 없어요. 뒤를 생각하지 않고 달려드는 친구예요. 카메라 앞에 있을 때의 전종서 배우는 정말 야생마 같거든요. 그런데 카메라 밖에서는 굉장히 솔직하고 꾸밈없는 친구였어요. '어떻게 카메라 앞에서 저런 눈빛을 가지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멋있고, 광기 어린 눈빛이 저도 가끔 섬뜩할 때가 있어요. 모니터 앞에서는 영락없는 스물여섯 친구고, 수줍음도, 쑥스러움도 많아서 현장에서 '쑥스러운 척 연기하지 마'하고 놀리고 했어요(웃음). '침묵' 때 이수경 배우에게 느꼈던 느낌이 있는데, 종서 배우도 그런 느낌이 있어요. 에너지가 상당해요.


Q. 작품을 하면서 시간에 대한 여러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영원한 건 없지만 후회가 없다면 발전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작발표회하고 나서 '영화처럼 과거를 바꿀 수 있으면 바꾸시겠어요? 어떤 걸 바꾸시겠어요?' 하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이 시간이 후회되는 순간도 많고, 아쉬움도 많고, 더 잘 할 걸 하는 생각도 들죠. 하지만 그 시간에 대한 후회가 없었다면 발전도 없었겠더라고요. 제가 생각하는 시간은 뭐라 딱 단정 지을 수는 없겠지만, '나라는 사람을 완성시켜가는 도구' 같아요.

Q. 영화, 드라마뿐 아니라 예능에서도 얼굴을 비치며 열일 하고 있다. 원동력이 뭔가.

우선 기다려주시는 팬분들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저에겐 모든 현장이 늘 공평하게 감사했어요. 모든 현장이 너무 즐겁고 모든 캐릭터를 연기하며 카타르시스를 느꼈지만, '콜'만큼 강렬하게 남았던 적이 없었어요. 늘 뭔가 긍정적인 캐릭터들을 맡았는데, '콜'을 통해서 더 감정의 폭을 확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다음 작품을 빨리 더 하고 싶더라고요. 더 표현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작품이 끝나고 나면 몸은 지치는데 정신적으로 (작품을) 더 목말라 하는 것 같아요. 이 갈증이 채워지려면 계속 작품을 찾기 될 것 같아요. 계속 열일하고 싶어요.

글 에디터 이우정 / lwjjane86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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