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애비규환'에서 토일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정수정 / 사진 : 에이치앤드 제공
그룹 에프엑스(f(x))의 멤버 크리스탈이 배우 정수정으로 관객과 처음 만난다. 영화 '애비규환' 속에서 토일 역을 맡으면서다. 스물 두살의 토일은 임산부가 됐다. 연하남친 호훈(신재휘)와의 뜨거운 밤에서 비롯된 일이다. 자책하거나, 고민하지 않았다. 엄마가 되기로 한 토일은 직진이다. 그렇게 임신 5개월이 되었을 때, 토일은 엄마(장혜진)와 현아빠(최덕문)에게 호훈을 소개시켜주며 결혼을 공표한다. 결혼 후 5개년 계획과 함께다. "병원부터 가자"는 엄마와 아빠에게 실망한 토일은 집을 나선다. 친아빠(이해영)를 찾아서다.
영화 '애비규환' 스틸컷 / 사진 : 리틀빅픽쳐스 제공
Q. 첫 번째 영화에서 작품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끌어가야 하는 주연 역할을 해냈다. 부담이 있었을 것 같다.
"한 번씩 작품 시작하기 전에 그런 시기가 오는 것 같아요. 잘할 수 있고,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결정을 했지만, 막상 촬영 들어가기 몇 주 전에 '내가 이걸 어떻게 하지?'라는 압박감이 찾아올 때요. 처음 영화 찍는 거고, 토일의 이야기라서, 말 그대로 좌절했었어요. 그런데 감독님과 리딩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서로 토닥여주고, 위로 하면서 그냥 직진했던 것 같아요."
영화 '애비규환' 스틸컷 / 사진 : 리틀빅픽쳐스 제공
Q. 첫 번째 영화의 첫 장면이 과감했다. 배우 신재휘와 오랜 연인의 모습부터 키스씬 그 이상의 장면을 보여줬는데, 촬영 현장에서 어땠는지 궁금하다.
"멘탈이 나갔었어요. 신재휘 씨랑 몇 번 안 만나본 상태에서 되게 오랜 시간 만나 사랑하게 된 연기를 해야 했거든요. 많이 찍고, 테이크도 많이 갔고, 앵글도 바꿔서 여러 번 찍었어요.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많이 찍다보니 그건 없어진 것 같아요.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 많이 편집됐더라고요. 그냥 열심히 했어요.(웃음)"
영화 '애비규환' 스틸컷 / 사진 : 리틀빅픽쳐스 제공
Q. 첫 장면 이후, 영화 속에서 쭉 임신 5개월의 임산부로 등장한다. 그런데 그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허리를 뒤로 하고, 손을 올리는 위치까지. 어떻게 연구하고 준비했나.
"저는 정말 임산부들 리스펙하게 됐어요. 허리가 너무 아파요. 힘들더라고요. 무거운 백팩 하루 종일 메고 다닌 기분이에요. 처음에는 주변에 임신한 언니들에게 물어보고, 영상도 찾아보고 했는데, 많이 다른게 없더라고요. 그런데 복대를 차니까 너무 자연스럽게 자세가 나오더라고요. 손으로 받치고, 아빠다리도 못하게 되고, 눕는 것도 불편하고요. 복대가 10kg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영화 '애비규환' 스틸컷 / 사진 : 리틀빅픽쳐스 제공
Q. 부모님으로 등장한 배우 장혜진, 최덕문과 정말 가족같은 느낌이다. 부산국제영화제에 함께한 사진에서도 끈끈함이 느껴지는 듯했다.
"너무 좋았어요. 장혜진 선배님께는 제가 언니라고도 하고, 엄마라고도 하고, 선배라고도 하고 그랬어요. 그 정도로 너무 좋은 언니, 친구, 선배를 만난 것 같아서 촬영할 때도 되게 좋았어요. 맨날 최덕문 선배 동네에서 만났어요. 성북동. 저희가 자주 모이기는 해요. 작년에도 함께 모여서 연말파티 했거든요. 진짜 가족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에요."
영화 '애비규환'에서 토일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정수정 / 사진 : 에이치앤드 제공
Q. 걸그룹에서 배우로 성장하고 있다. 스스로 나의 성장이나, 배우로서의 몰입감을 느꼈던 지점이 있었나.
"'애비규환' 찍을 때도 있었어요. 친아빠(이해영)랑 헤어지는 장면에서 아빠도 울고, 저도 울었거든요. 울면 안되는 장면인데, 울어서 NG가 났어요. 마음이 진짜 이상하더라고요. 진짜 작별하는 것처럼 마음이 몽글몽글 했어요.
예전에도 한 장면 기억 나는 건, 드라마 '슬기로운 깜빵생활' 촬영할 때였어요. 면회에 간 장면이었는데요, 제 장면도 아니었어요. 박해수 오빠가 말을 할 때, 너무 슬퍼서 울었어요. 그 때부터였던거 같아요. 연기가 재미있기 시작하고,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캐릭터에 어떻게 하면 좀 더 몰입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노력하고 있어요."
영화 '애비규환'에서 토일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정수정 / 사진 : 에이치앤드 제공
Q. 연기가 재미있나.
"연기라는게 항상 다른 인생을 살아보는 거잖아요. 모든 배우가 그렇게 대답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언제 제가 임산부가 되어보며, 언제 여군이 될 거며, 언제 깜빵간 남자친구를 만나겠어요. 이게 다 참 경험하기 힘든 삶들을 살게 되는 거잖아요. 그것부터가 되게 재미있는 것 같아요."
영화 '애비규환'에서 토일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정수정 / 사진 : 에이치앤드 제공
Q. 배우 정수정과 가수 크리스탈, 둘 중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나.
"무대는 무대고, 연기는 연기죠. 무대에서 멋있다 하면 그 말이 너무 좋고요, 제가 연기한 캐릭터같다고 하면 그 말도 너무 좋아요. 마음가짐이 다르거나 이런 건 없는 것 같아요. 연기나 음악이나 어느하나 꼽을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앨범을 안 내고 싶어서 안 낸 것도 아니고요.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언젠가 막연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어요. 가수도 저의 일부고, 굳이 놓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요. 마음 한켠에 항상 자리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영화 '애비규환'에서 토일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정수정 / 사진 : 에이치앤드 제공
Q. 최근 사람 정수정으로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면, 언제였나.
"얼마 전에 생일이었거든요. 그때 정말 행복했어요. 정말 많은 축하를 받았고, 나를 위해 많이 응원해주는 팬 여러분, 그리고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 되게 복받았네, 행복하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엄마도 '너 되게 행복해보인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냥 그런게 행복인 것 같아요.(웃음)"
글 에디터 조명현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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