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진 출연작 / 사진: 엣나인필름, 필라멘트픽쳐스, CJ엔터테인먼트, 리틀빅픽쳐스, tvN 제공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1기생인 장혜진은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연극학도였다. 이후 1998년 박용하, 김현주 주연의 영화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면'에서 단역으로 데뷔하며 본격적인 연기 생활을 시작하는가 했으나, 결혼과 출산을 겪으며 연기를 포기하게 됐다.영화 '우리들' 스틸 / 사진: 엣나인필름, 필라멘트픽쳐스
이후 그는 연극뿐 아니라 영화 '마린 보이', '시', '사랑을 말하다' 등에 출연하며 조금씩 필모그래피를 쌓기 시작했다. 그랬던 그의 인생을 바꾼 건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2015)이었다. '우리들'은 혼자가 되고 싶지 않은 외톨이 선과 비밀을 가진 전학생 지아의 복잡미묘한 여름을 그린 영화로, 표현에 서툴고 사람에 멍든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작품은 윤가은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과 공감 스토리로 국내외 영화제에 노미네이트됐으며, 2017년 '제53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시나리오상, '제4회 들꽃영화상' 대상을 수상하며 저예산 영화임에도 큰 호평을 얻었다.영화 '기생충' 캐릭터 포스터-스틸 /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렇게 찍게 된 '기생충'은 장혜진에게 배우로서 생애 한 번도 경험하기 힘든 영광을 안겨줬다. 가족 전원이 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네 집에 발을 들이며 시작되는 두 가족의 희비극을 다룬 '기생충'. 장혜진은 극 중 기택의 아내 '충숙' 캐릭터를 맡아 15kg을 증량, 세상 어딘가에 존재할 법한 억척스러운 엄마 캐릭터를 연기했다. 장혜진은 언론시사회 당시 "큰 작품에 큰 역이 처음이었다"며 "제가 긴 호흡을 끌고 갈 수 있을까 걱정되고 부담이 있었다. 한 장면 한 장면 소중하지 않은 신이 없었다"고 눈시울을 붉히며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사랑의 불시착' 스틸 / 사진: KBS, tvN 제공
장혜진의 활약은 스크린에 국한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에만 드라마 세 작품에 출연하며 안방극장까지 제대로 물들였다. 최고시청률 23.8%를 찍은 KBS 2TV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는 베일에 쌓여 있던 '박영심'으로 깜짝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박영심은 극 중 옹산 파출소 변소장의 짝사랑 상대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캐릭터로, 장혜진은 이 작품을 통해 안방극장 신고식을 치렀다.공식석상에 등장한 장혜진 / 사진: 조선일보일본어판DB
순탄치 않은 연기 생활을 거쳐온 장혜진은 데뷔 20년이 지나고 나서야 빛을 보며 '믿고 보는 배우'로 우뚝 섰다. 21년 차 배우로서는 많지 않은 필모그래피에도 그에게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바로 '밀도 있는 연기'일 터. 때로는 옆집 아주머니 같은 친근함으로, 때로는 억척스러운 엄마로 변신해 존재감을 드러낸 장혜진이 앞으로는 어떤 변신으로 대중을 즐겁게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글 이우정 기자 / thestar@chosun.com
픽콘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제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