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듀' 아이즈원·엑스원, '해체한' 아이오아이·워너원처럼 될 수 있을까
기사입력 : 2019.11.18 오후 5:31
대국민 오디션이 아닌, 대국민 사기극이었다. 최근 Mnet '프로듀스101'의 조작 사태로 여론이 뜨겁다. 국민들의 투표로 '데뷔조'가 결정된다는 점을 어필하며, '국민 그룹'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웠는데 이 모든 사실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프로듀스' 조작 논란 속 활동을 중단한 아이즈원-엑스원 / 사진: 오프더레코드, 스윙 제공

'프로듀스' 조작 논란 속 활동을 중단한 아이즈원-엑스원 / 사진: 오프더레코드, 스윙 제공


시작은 어딘가 이상했던 투표 결과였다. 국민들의 투표로 선정된다고 했던 만큼, 해당 프로그램에 투표 참여하며, 관심을 가졌던 시청자는 데뷔조로 발탁된 멤버들의 득표 수의 차이가 일정하게 반복되는 것에 궁금증을 가졌다. 그리고, 이러한 시청자의 의구심은 적중했다. 제작진 측은 시청자의 여론을 한 귀로 흘린 채 '엑스원(X1)'의 데뷔를 강행했지만, 수사 과정에서 해당 프로그램의 투표 조작 정황이 포착, 결국 지난 5일 해당 프로그램의 연출자인 안준영 PD가 구속됐다.


구속 이후 안준영 PD는 시즌3(프로듀스48), 그리고 시즌4(프로듀스X101)에 대한 조작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아이즈원, 엑스원은 현재 모든 활동이 중단된 상황이다. 당초 아이즈원은 11일 컴백 예정이었지만, 논란 이후 앨범 발매를 비롯한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엑스원은 16일 진행되는 'V 하트비트'에 출연할 예정이었지만, 시상식 전날 갑작스럽게 일정을 취소하며 이후에도 활동 계획은 없다는 사실을 밝혔다.


'국민이 뽑은 그룹'이라는 정당성을 잃은 것은 물론, 조작과 유착이라는 범법적 사태에 얽힌 만큼, 이러한 결과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가장 상처를 받은 것은 누구도 아닌, 팬들이다. Mnet의 잘못된 선택 때문에 이들을 응원했던 순수했던 팬심 역시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게 됐다. 게다가 어떠한 입장도 이들에게는 상처만 될 뿐, 위로는 될 수 없다는 사실이 가장 안타깝다.

모든 시리즈가 '조작'으로 밝혀진 '프로듀스' 시리즈 / 사진: Mnet 제공

모든 시리즈가 '조작'으로 밝혀진 '프로듀스' 시리즈 / 사진: Mnet 제공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난 14일 안준영 PD는 시즌3, 시즌4 외에 '프로듀스101'(아이오아이), '프로듀스 101 시즌2'(워너원)에 대해서도 조작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아이즈원과 엑스원은 '현재 진행' 그룹인 만큼, 활동을 중단하게 됐지만, 지난 시즌을 통해 탄생된 그룹인 아이오아이, 워너원은 이미 해체한 상황이다.


현재 아이오아이, 워너원 출신 멤버들은 각각 해체 이후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물론 개개인의 역량이 출중했기에 '지금'의 활동 역시 성공적일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어떤 누군가는 '조작된 상황' 속 '자신이 받았어야 할' 혜택을 받지 못했을 수도 있다. 또 이로 인해 연예계에서 조금은 다른 위치에 놓여있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어딘지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대해 Mnet 측은 "진정성 있는 사과는 물론, 피해보상,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 중"이라는 입장을 전했지만, 조작된 상황에서 정확한 피해자를 명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들이 '모두 조작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탈락한 연습생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와 이들의 노력은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 

'프로듀스101'을 통해 발탁된 아이오아이 / 사진: YMC 제공

'프로듀스101'을 통해 발탁된 아이오아이 / 사진: YMC 제공


아이오아이 출신 멤버들은 각각 바쁜 근황을 보내고 있다. 먼저 '프로듀스101'의 첫 센터로 발탁된 전소미는 지난 6월 첫 싱글앨범을 발매하고 솔로 가수로 데뷔하는 것에 성공했다. 김세정은 함께 아이오아이에 발탁된 강미나와 함께 구구단으로 데뷔했고, 두 사람 모두 연기와 예능(MC)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최유정과 김도연은 위키미키로 함께 데뷔, 활동을 펼쳐오던 중, 최근 최유정은 건강상 이유로 활동을 중단한다는 소식을 전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프리스틴으로 함께 데뷔한 주결경, 임나영의 최근 행보는 전혀 다르다. 지난 5월 프리스틴이 해체되면서 주결경은 기존 소속사에 잔류, 중국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임나영은 써브라임아티스트에이전시와 새롭게 계약을 체결,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을 예고했다. 김청하는 발매하는 음원마다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며, 'MMA2019' TOP10에도 이름을 올리는 등 가수로서 성공적인 행보를 걷고 있고, 김소혜는 연기자로서 필모그래피를 탄탄히 다지고 있다.


기존 자신의 그룹인 다이아로 복귀한 정채연은 연기자로서의 행보에 집중하는 듯 보인다.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첫사랑은 처음이라서'를 통해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줬다. 유연정은 걸그룹 우주소녀의 새 멤버로 합류, 오는 19일 컴백을 앞두고 있다. 다만 정채연이 속한 MBK, 유연정이 속한 스타쉽이 이번 '프로듀스' 조작 사태에 있어 유착 의혹이 제기된 소속사인 만큼, 향후 신중한 활동 전개가 필요해 보인다.

'프로듀스101 시즌2'를 통해 발탁된 워너원 / 사진: YMC 제공

'프로듀스101 시즌2'를 통해 발탁된 워너원 / 사진: YMC 제공


그렇다면 워너원은 어떨까. 먼저 강다니엘은 최근 전 소속사와 분쟁을 끝내고 오는 25일 디지털 싱글 발매를 앞두고 있다. 이에 앞서 팬미팅을 개최, 팬들 앞에서 신곡 무대를 최초로 공개할 예정이다. 박지훈은 솔로 가수로 활동을 마친 것에 이어, 최근 JTBC '조선혼담공작소-꽃파당'을 통해 성인 연기자로서도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주며 '만능 엔터테이너' 면모를 입증했다. 연기를 선택한 다른 멤버는 옹성우다. 그는 활동 종료 이후 연기자로서의 행보를 먼저 시작, JTBC '열여덟의 순간'을 통해 첫 드라마 주연으로 나섰음에도 안정적으로 극을 이끌며 호평을 얻었다.


이대휘는 박우진과 함께 AB6IX로 데뷔,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최근 KSPO DOME(체조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배진영은 자신의 소속사에서 다른 연습생들과 함께 CIX로 데뷔, 오는 19일 컴백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 연습생으로 워너원에 합류한 김재환은 활동 종료 이후 솔로 가수로 데뷔, 최근 tvN 예능프로그램 '수요일은 음악프로'를 통해 활약을 펼치고 있으며, 오는 12월에 단독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


황민현은 자신이 속한 그룹이었던 뉴이스트로 복귀, 최근 좋은 성과를 거두며 활동을 마무리했고, 개인으로서도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반면 하성운은 자신이 속한 그룹이 아닌 솔로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는 솔로 앨범 발매는 물론, OST 등을 통해 꾸준히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여러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도 활약을 펼치고 있다. 자주 모습을 볼 수 없는 멤버도 있다. 라이관린은 국내외를 오가는 활발한 활동을 기대했으나, 소속사와 전속계약 분쟁을 겪고 있는 상황이며, 윤지성은 입대 후 군대에서 개막한 뮤지컬 '귀환'을 통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프로듀스48', '프로듀스X'로 발탁된 아이즈원-엑스원 / 사진: 오프더레코드, 스윙 제공

'프로듀스48', '프로듀스X'로 발탁된 아이즈원-엑스원 / 사진: 오프더레코드, 스윙 제공


이처럼 각각 아이오아이, 워너원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겠으며, 또 '조작 그룹'이라며 활동을 중단하라는 비난을 해야 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만약 이들이 아이오아이, 그리고 워너원이 '아니었다'면 이러한 모습이 가능했을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저 모든 것을 중단한 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즈원, 엑스원의 사정이 조금은 안타깝게 느껴진다.


아이즈원, 그리고 엑스원에게 남은 가장 좋은 선택은 무엇일까. 이미 '국민이 뽑은 아이돌'이라는 정당성을 잃은 만큼, 그룹을 존속하는 것은 무리다. 게다가 아이즈원과 엑스원의 활동을 통해 이득을 보는 것이 해당 프로그램을 조작한 이들인 만큼, 해체는 어쩔 수 없이 당연한 결과다. 멤버들이 잘못해서가 아닌, '프로듀스101' 제작진을 비롯한 CJ ENM의 잘못된 선택 때문이다. 해체 후 각각 소속사로 복귀해 재정비 후,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멤버들에게도 역시 가장 좋은 결과가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글 하나영 기자 / hana0@chosun.com


픽콘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제 및 재배포 금지


키워드 프로듀스101 , 프듀X , 프듀48 , 아이즈원 , 엑스원 , 아이오아이 , 워너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