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가 존재한다면?'이라는 당돌한 상상에 특급 비주얼 군단이 더해져 신선한 로맨스 코미디 사극을 만들었다. 바로 오늘 첫 방송을 앞둔 '신입사관 구해령' 얘기다. 작품은 성리학이 뼈대인 조선시대에 청나라 유학뿐 아니라 26세가 되도록 결혼도 못 한 '문제적 여인'과 온실 속 화초 같지만 실상은 연애 소설로 전국을 들썩이게 한 스타 작가 '문제적 왕자'의 이야기로 안방극장에 색다른 재미를 예고한다.
17일(오늘) 오후 서울 마포구 MBC 사옥에서 MBC 새 수목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극본 김호수, 연출 강일수·한현희) 제작발표회가 열려 강일수 PD를 비롯해 신세경, 차은우, 박기웅, 이지훈, 박지현이 참석했다.
'신입사관 구해령' 제작발표회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강일수 감독은 "'신입사관 구해령'은 19세기 초 과거를 통과한 구해령을 비롯한 네 명의 여인들이 궁궐로 들어가 사관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첫 기획은 7~8년 전 중종실록에 나오는 기록에서 출발했는데, 당시 여사 제도가 언급됐었으나 중종이 이를 거절한 일이 있었다. 당대가 조선이 100년의 암흑기로 들어가는 19세기라, 이 시기에 조선 사회에 어떤 변화가 있었다면 조선이 더 발전하지 않았을까 라는 새로운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시작에 대해 언급했다.
또한, 그는 '사관'이라는 소재를 차용한 것에 대해 "조선왕조실록을 기록하는 사람이 사관들인데, 이 사관들은 과거를 통과한 젊은 엘리트 중의 엘리트들이다. 기본적으로 정치 현장에서 기록하는 일도 하지만, 그들이 집에 가면 자신의 평을 담은 '가장사초'를 쓴다. 왕은 자신의 행동과 말이 어떻게 기록되는지 궁금해하고, 사관의 존재와 사초 내용 자체를 두려워한다"며 "사관은 사초를 공개할 수 없는 입장이라, 이 부분에서 오는 긴장감이 있을 것"이라고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극 중 신세경은 조선시대에 흔치 않게 청나라 유학을 다녀온 26세 노처녀 '구해령'으로 분한다. 구해령은 혼인식날 여사 별시를 치르러 도망갈 정도로 자유 영혼의 소유자. 특히 그는 별시에 합격해 해묵은 성리학을 운운하는 사대부들과 맞서며 진정한 사관으로 성장한다.
그간 다수의 작품을 통해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연기해온 신세경은 "(그런 부분 때문에) 일부러 선택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공교롭게도 흥미롭게 읽었던 대본들의 여성 캐릭터가 대부분 주체적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며 "이 작품을 준비하기 위해 다른 어떤 외적이고 물리적인 부분도 준비했지만, 특히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조선시대 여성의 삶과는 다른 면모를 그려내야 하기 때문에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또한, '신입사관 구해령'이 신세경과 차은우의 비주얼 케미로 예비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터. 이에 대해 신세경은 "친한 친구가 차은우 씨와 전작을 같이 찍어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외적으로 욕심을 내려놓게 되더라. 그러니까 더 편하다"며 "드라마를 통해 외적인 합뿐만 아니라 다양한 것들이 많으니 캐릭터로서의 합을 맞추기 위해 심기일전하고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차은우는 모태솔로 왕자이자 '매화'라는 필명을 가진 연애소설가의 이중생활을 하는 대군 '이림'으로 분한다. 이림은 왕실의 평화를 깨뜨리는 문제적 왕자로, 이중생활을 하던 중 여사 구해령과 엮이며 진짜 사랑을 알게 된다.
차은우는 "극 중 이림은 서툴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란 친구다. 그래서 아이스럽고 철없는 모습이 있지만, 나중에는 해령을 만나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더 멋있고 매력 많은 친구가 된다. 그런 부분을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특히, 이날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에는 전작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보다 한층 성장한 차은우의 연기력이 담겼다. 게다가 차은우는 현대극과 다른 대사 톤을 가진 사극에 도전하게 됐다. 이에 차은우는 "사극을 결정했을 때 걱정도 되고 긴장도 많이 됐는데, 감독님, 선배님들이랑 현장에서 호흡을 맞추다 보니 하나하나 더 성장하고 배워가는 느낌"이라며 "이림이 어떻게 성장해 가는지 드라마를 통해 보여드릴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차은우의 걱정에 성 삼독은 "요즘 드라마 환경이 캐스팅이 힘든 상황인데, 우리가 먼저 차은우에게 제안을 했다"며 "본인이 직접 저를 만나러 왔는데 보자마자 촉이 와서 '같이 하자'고 했다. (차은우가) 자기의 지금 나이와 연기 경력으로는 충분히 잘 소화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여기에 박기웅은 왕위 계승 서열 1위의 왕세자 '이진' 역을 맡아 차은우와 브로맨스를 펼친다. 이진은 현왕 대신 대리 청정을 하고 있지만, 현실은 실세 민익평을 비롯한 신하들과 힘겨루기의 연속에 놓여 있는 왕세자다. 그의 유일한 희망이자 기쁨은 사고뭉치 동생 이림뿐인 '동생 바보'다.
오랜만에 사극 출연 소식을 전한 박기웅은 "사극이 하고 싶었는데, 처음으로 군주 역할을 맡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사극을 하다 보면 현대극을 하고 싶고, 현대극 하다 보면 사극을 하고 싶었다. 마침 사극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제안이 와서 하게 됐다"며 "사극 안에서 무게 있고, 군주의 역할은 처음이라 이번 작품에서는 제가 제 목소리로 작품이 하고자 하는 말을 대변할 수 있어서 그런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강일수 감독님은 워낙 사극의 대가이시고, 한현희 감독님은 역사적 지식이 풍부하시다. 극에 출연하셔도 될 정도로 활도 잘 쏘시고, 말도 잘 타신다"며 "감독님 두 분을 믿고 모든 배우들이 함께 가고 있다"고 두 감독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그뿐만 아니라 그간 다수의 작품을 통해 악역 캐릭터로 깊은 인상을 남긴 박기웅은 "제가 악역을 하면 승률이 90%도 아니고, 100%다"라며 "그것과는 별개로 언제나 바른 이야기를 하는 군주 역을 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는 "어떤 작품인지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그런 역이 들어왔었지만 사정상 못했었다"며 "그래서 늘 머릿속에서 하고 싶었던 캐릭터였다. 사극이든 현대극이든 간에 '어떤 이미지로 연기를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마음에 품고 있어서, 그 생각대로 연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지훈과 박지현은 구해령과 함께 예문관 생활을 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이지훈은 구해령의 예문관 선배이자 현 조정 실제인 좌의정 민익평의 아들 '민우원'을 연기한다. 강직한 성격을 가진 그는 묵묵히 사관의 길을 걷는 해령이 성장하도록 돕는다.
우원은 보통의 선후배보다도 동질감이 느껴지는 해령에게 사관으로서 모든 것을 알려주려는 인물. 이에 차은우-신세경-이지훈 사이에 삼각관계가 형성되는 것인지에 대한 예비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쏠리고 있다.
이에 이지훈은 "시청자분들이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지만, 구해령은 가르치고 싶은 후배일 뿐이다"라며 선을 그었다. 이어 "'이게 러브라인이 되는 건가' 하는 신들도 있다. 우원이 해령이에게 가진 마음은 절대 그런 게 아닌데, 보는 분들에 따라 (러브라인으로) 오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원의 역할은 이림과 해령 사이에 사랑의 불을 지펴주는 인물"이라며 "저와 해령의 관계를 보고 이림이 질투를 한다"고 귀띔했다.
박지현은 해령과 함께 예문관 권지 4인방으로 입궁하게 된 '송사희' 역을 맡았다. 송사희는 우아하고 품위 있는 규수집 여인이지만 마음에는 열정을 숨기고 있는 불꽃 같은 여인이다. "세 명의 여사들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시크하고 도도한 역할"이라고 캐릭터를 소개한 박지현은 "극 초반에 사희가 여사들과 거리를 두려고 하고 동떨어지는 모습이 있는데, 점점 공동체적인 감정을 느껴가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예문관 4인방이 실제로 나이대가 비슷하고 다들 성격도 좋아서 현장 분위기가 아주 좋다"며 "세경 언니와 워맨스적 면모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해 두 사람 사이의 케미를 기대케 했다.
이처럼 시대에 안주하지 않는 '문제적 캐릭터'들과 주연 배우 간의 비주얼 케미스트리가 기대되는 '신입사관 구해령'은 오늘(17일) 밤 8시 55분 MBC에서 첫 방송된다.
글 이우정 기자 / thesta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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