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특별하게 보지 않으려 했다"…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가 '특별한' 이유(종합)
기사입력 : 2019.03.21 오후 1:25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제작보고회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제작보고회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특별하게 보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특별한 영화가 됐다. 함께 하기 때문에 강해질 수 있는 약자들의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진한 울림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의 이야기다.


21일 서울 강남구 CGV압구정에서는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제작보고회가 열려 연출을 맡은 육상효 감독을 비롯해 배우 신하균, 이광수, 이솜이 참석했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20년 동안 한 몸처럼 살아온 '특별한 형제'의 우정을 그린 휴먼 코미디. 육상효 감독은 "주변에서 세상을 살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며 "어떠한 장애 같은 것들을 갖고 있는 분들께서 열심히 도와가며 살아가는 것을 보면서, 우리 역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자는 취지"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신하균과 이광수는 각각 지체 장애인, 지적 장애인 역할을 소화한다. 두 주인공이 모두 장애를 가진 인물인 것. 육상효 감독은 "두 사람이 주인공인 장애 관련 영화가 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이야기를 그렸다면, 우리는 각각 다른 형태의 장애를 가진, 각자 고유한 약점이 있는 두 사람이 나오는 것이 다른 측면인 것 같다"고 차별점을 밝혔다.


다만 '장애'를 영화의 소재로 내세우는 것에 있어, 자칫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특히 해당 작품은 광주의 한 복지원에서 십여 년을 한 몸처럼 살아온 지체 장애인 최승규 씨와 지적 장애인 박종렬 씨의 실화에서 출발한 이야기다. 실제 두 사람은 '강력접착제'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붙어 지내면서, 대학도 졸업하고,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서 감동을 선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육상효 감독은 "조심스러운 점들이 많다. 장애인 분들, 그리고 관련 단체에서 활동하는 분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장애를 어떤 특별한 삶의 조건으로 규정하지 않는 관점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관점을 잘 유지하면서, 비극적으로 보지 않는다면, 유머 역시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하균이 연기하게 된 '세하'는 머리 아래로는 움직일 수 없는 지체 장애인이지만, 명석한 두뇌와 쉴 새 없는 입담을 지닌 '머리 좀 쓰는' 형이다. 신하균은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가 중요했다"며 "약한 사람들이 함께 돕고 더불어 살아간다는 이야기가 와닿아서 출연하게 됐다"고 작품에 참여한 계기를 밝혔다.


다만, 지체 장애인 역할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신하균은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이야기하거나 감정이 격해질 때, 반사적인 습관을 제어하는 것이 어려웠다"며 "감독님께서 잘 봐주시고, 신경을 쓰기는 했는데, 어렵기는 했다. 특히 숨을 크게 쉬지 말라는 요청을 받았다. 다른 신체는 제어가 가능하지만, 장기는 제어하기가 어려웠다. 격렬한 감정을 표현할 때 폐가 팽창하더라"라고 고충을 밝혔다.


하지만 작품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또 배웠다. 신하균은 "불편함을 가진 분들을 제가 표현하다 보니까 그분들께서 얼마나 어렵고 힘이 들까 이런 것들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 답했다.


이광수가 맡은 '몸 좀 쓰는' 동생 '동구'는 수영에 탁월한 재능을 가졌고, 24시간 세하의 손과 발이 되어주지만, 형이 없으면 많은 부분이 힘든 지적장애인이다. 특히 이광수는 이번 작품에서 엄청난 열연을 선보여, 주변 스태프들을 모두 눈물바다로 만들었다는 후문. 신하균은 "당시 헤어져 있던 장면이라, 현장에 없었는데 편집본을 짧게 보고도 울컥했다. 영화를 보시면 많은 분이 감동을 할 것 같다"고 덧붙여 궁금증을 높였다.


특히 이광수는 수영을 좋아하는 캐릭터를 위해 4개월간 수영 연습에 매진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광수는 "감독님께서 건강한 몸을 가진 동구를 원하셔서 수영도 열심히 배우고, 몸에 근육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운동도 열심히 했다"고 밝혔다.


그 또한, 장애인 역할인 만큼,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깨달은 바가 더 많다. 이광수는 "감독님과 동구가 이 상황에서 어떻게 생각할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대사가 아닌, 표정이나 행동, 눈빛으로 표현을 해야 해서 관객들에게 잘 전달이 될까 어려움이 많았다"며 "장애가 있는 역할을 연기했는데, 장애를 가진 분들과 가족분들께서 불쾌감을 느끼지 않고 공감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바람을 덧붙였다.


여기에 이솜이 가세했다. 이솜은 세하와 동구의 '베스트 프랜드'가 되는 취업 준비생 미현 역을 맡았다. 그는 온갖 알바를 전전하며, 취업에 목매는 현실감 100%의 취준생을 맡는다. 이솜은 "보통 청춘들의 얼굴을 담은 캐릭터라고 생각해서, 반응을 민첩하게 했던 것 같다. 잘 웃고, 잘 울고, 짜증도 내고, 쉽게 무너지면서도 일어서는 청춘들의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구청 수영장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우연히 만난 '세하'의 제안으로 '동구'의 수영 코치가 된다. 이를 위해 이솜 역시 수영장에서 이광수와 함께 '특훈'을 받았다. 이광수는 "솜이가 '물 공포증'이 있는데, 정말 열심히 했다. 저보다 수업도 더 많이 나가고 해서, 물 공포증을 극복하고, 이제 수준급의 모습을 보여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의 특별한 형제'의 이야기지만, 극 중 '보통의 존재'로 표현되는 미현의 존재는 의미가 깊다. 그가 세하와 동구의 곁에서 친구가 되어가는 모습은, 곧 장애를 가진 '두 형제'에 대한 편견을 지워가는 관객의 시선이기도 하다. 미현의 존재는 '특별한 형제'의 이야기를 '우리 주변'의 이야기로 만들어주고, 우리들이 삶을 대하는 방식을 돌아보게 해줄 것이다.


육상효 감독은 "빵 터뜨릴 수 있는 장면도 있고, 눈물도 있는 영화"라고 자신하며 특히 인상 깊은 장면으로 '이광수와 신하균의 라면신'을 꼽았다. 그는 "제가 영화를 많이 한 것은 아니지만, 관객들이 가깝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영화를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라면을 이용해 좋은 유머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기대감을 높였다.


배우들은 입을 모아 자신의 '진짜 형제들'이 이 영화를 봐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더했다. '두 살 터울의 여동생'이 있는 신하균은 "바빠서 제 영화를 많이 못 봤는데, 이번에는 극장에 와서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이광수 역시 여동생이 있다고 밝히며 "시사회 때도 보겠지만, 이후에도 가족들이 모여서 극장에서 함께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솜 역시 '네 살 터울의 언니'가 꼭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며 "지금 시집을 가서 자주 못 보는데, 영화관에서라도 보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전하는 만큼, 가족과 함께 보면 좋을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는 오는 5월 중 개봉 예정이다.


글 하나영 기자 / han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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