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드라마 전성시대 / 사진: 각 드라마 포스터
안방극장에서 매주 법정 다툼이 벌어진다. '검법남녀'와 '미스 함무라비'로 일주일을 시작해 '슈츠'를 즐기고, '무법 변호사'로 주말을 마무리한다. 검사, 판사, 변호사까지 직업 또한 다양하다. 바야흐로 '법정 드라마' 전성시대다.
각각의 '법정 드라마'는 자신들만의 차별점을 내세우고 있다. '검법남녀'는 검사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 아닌, 법의학자인 정재영을 통해 특수한 직업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으며, '미스 함무라비'는 '현직 판사'가 직접 작품 집필에 참여했다는 점으로 사실성을 더했다. 변호사 이야기를 다루는 '슈츠'와 '무법 변호사'는 변호사 설정에 색다른 특징을 부여, 기존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전한다.
'7일(일주일) 중 6일을 법정물만 한다'는 비난도 있지만, 각각 차별화 전략을 꾀한 만큼, 이들 드라마 모두 호평 속 시청률 순항 중이다.
◆ "메디컬 사이언티픽 수사물" 추리본능 자극하는 '검법남녀'
MBC 월화드라마 '검법남녀'는 피해자를 부검하는 괴짜 법의학자 백범(정재영)과 가해자를 수사하는 초짜 검사 은솔(정유미)의 아주 특별한 공조를 다룬 작품이다. 최근 유행하는 장르물 편승 속에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색다른 직업과 연출 등에서의 차별성이 돋보인다.
'검법남녀'는 시체를 부검하는 '법의관'을 직업으로 소개한다. 극 중 정재영이 맡은 백범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소속된 10년차 법의관이다. 백범은 의학적, 법의학적, 법과학적 지식을 모두 갖춘 천재적 인물로, 시신에 남은 어떠한 흔적도 놓치지 않는다.
연출 역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빠른 전개로 몰입도를 높이고, 색감의 조절 등 세심한 부분에서도 신경을 쏟은 것이 느껴진다. 다만 극 중 검사 역할을 맡은 정유미의 연기는 호불호가 갈린다. 이에 정유미는 최근 진행된 기자간담회를 통해 "분량이 이렇게 많은 작품이 처음"이라며 "많이 돌아다니고 참견하는 인물이라 할애되는 체력과 시에서 노력하고 있다. 초반에 아무래도 부족한 부분이 더 많이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더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시청률 역시 두 자리수를 기록한 것은 아니지만, SBS '기름진멜로', KBS '너도 인간이니?' 등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했다. 지난 5일 방송된 '검범남녀'는 7.2%, 8.4%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월화극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며, 법정 드라마 인기 흥행의 주역으로 자리하고 있다.
◆ 현직 판사가 전하는 '판사' 이야기…'미스함무라비'
매주 월, 화 밤 11시 방송되는 '미스 함무라비'는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 약한 법원을 꿈꾸는 이상주의 열혈 초임 판사 박차오름(고아라), 섣부른 선의보다 원리원칙이 최우선인 초엘리트 판사 임바른(김명수), 세상의 무게를 아는 현실주의 부장 판사 한세상(성동일)까지 달라도 너무 다른 세 명의 재판부가 펼치는 리얼한 초밀착 법정 드라마다.
특히 칼럼 '전국의 부장님들께 감히 드리는 글'을 비롯해 도서 '개인주의자 선언' 등을 쓴 문유석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직접 집필한 작품으로 사실성을 더했다. 해당 작품을 연출한 곽정환 PD는 "작가님의 판사 생활 20년이 집약된 작품"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러한 자신감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미스함무라비'는 첫 회 3.7%의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지난 5일 방송된 6회는 5.1%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5%의 벽을 넘어섰다. 이날 방송에서는 '기억'에 관한 공감 에피소드를 다뤘다. 특히 '잊혀질 권리'와 '알 권리' 사이의 논쟁을 다루며,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닌 질문을 던지는 형태로 시청자들에게 묵직한 화두를 던지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최근 방영 중인 법정 드라마 중 반응 역시 가장 뜨겁다. '미스 함무라비'는 화제성 점유율 등에서 11.5%를 차지하며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드라마 부문 출연자 화제성 지수에서 역시 고아라와 김명수가 각각 1,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 '진짜' 변호사와 '가짜' 변호사의 브로맨스를 그리는 '슈츠'
대한민국 최고 로펌의 전설적인 변호사와 괴물 같은 기억력을 탑재한 가짜 신입 변호사의 브로맨스를 그린 드라마 '슈츠'는 동명의 미국드라마를 원작으로 한다. 장동건을 비롯해 박형식, 진희경, 채정안, 고성희 등이 캐스팅되며 화려한 라인업을 구축해 기대감을 높였다.
동명의 미국 드라마가 있는 만큼, 원작 팬들의 우려가 있었지만 극본을 맡은 김정민 작가는 깔끔하게 해당 작품을 각색했다. 미드 특유의 색깔을 놓치지 않으면서, 한국 특유의 정서를 담아내고 있는 것. 여기에 "캐릭터를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김진우 PD가 자신 한 것 처럼 캐릭터들의 매력 역시 잘 드러난다.
지난 방송에서는 최강석(장동건)이 역대급 위기에 처한 가운데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판을 흔드는 모습이 담겼다. 특히 직접 제안한 모의법정에서 최강석의 반대편에 서는 듯한 모습으로 의아함을 더했다. 정확한 속내를 알 수 없는 고연우의 모습을 박형식은 특유의 텐션감을 유발하는 캐릭터 표현력으로 잘 살려내고 있다.
또한, 종영까지 단 2회만을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시청률 10%의 고지를 넘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7일 방송 분은 9.2%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다.
◆ '무법(無法) 변호사' 이준기의 '무법(武法) 변호사' 성장기
주말을 장식하는 tvN 토일드라마 '무법변호사'는 법 대신 주먹을 쓰던 무법(無法) 변호사가 자신의 인생을 걸고 절대 권력에 맞서 싸우며 진정한 무법(武法) 변호사로 성장해가는 거악소탕 법정활극 드라마다.
특히 시선을 끄는 것은 독특한 캐릭터 설정이다. 극 중 봉상필은 변호사가 되기 전 조직에 몸을 담은 일이 있는, 일명 '학교에 다녀온 변호사'다. 이처럼 독특한 캐릭터 설정은 이준기의 연기력과 만나 빛을 발하고 있다. 오늘(9일) 방송을 앞두고 공개된 스틸컷 속 이준기는 살인범 누명을 쓰고 절규하는 모습이 그려져, 앞으로 방송에 대한 궁금증을 더했다.
특히 '무법변호사'는 변호사들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일반적인 변호사의 이야기를 그리지 않는다. 조폭 출신의 변호사, 판사를 때리는 꼴통 변호사 등 캐릭터에 독특한 설정을 부여해 흥미를 더한다. 꼴통 변호사 하재이 역을 맡은 서예지의 연기 역시 드라마 흥행에 힘을 보탠다. 특히 액션 연기를 소화해야 하는 부분이 많은데 서예지는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카체이싱 장면까지 소화하며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다.
시청률 역시 꾸준한 상승세다. 5.3%로 시작된 시청률은 지난 3일 방송에서 6.1%로 올랐다. 아직까지 큰 폭의 변화는 없지만, 꾸준한 호평을 얻고 있는 만큼 향후 상승세가 기대된다. 매주 토일 밤 9시 방송.
글 더스타 하나영 기자 / han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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