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려원 인터뷰 / 사진: 키이스트 제공
[인터뷰①에서 계속] 배우 정려원이 다른 색깔을 옷을 입었다. 오랫동안 '내 이름은 김상순'의 유희진으로 기억됐던 청순가련한 정려원은 '자명고'(2009)를 통해 사극의 옷을 입고, '샐러리맨 초한지'의 백여치를 통해 코믹 연기도 잘 소화하는 배우가 되었으며, '메디컬 탑팀'으로 의학물도 무난하게 소화했다. 장르를 막론하고 무한대로 성장해나가던 정려원에게 또 한 번의 벽을 깨부수는 작품이 찾아왔다.
'마녀의 법정' 속 마이듬은 능청스럽고, 털털한 7년차 에이스 검사다. 마이듬은 적재적소에 어울리는 사이다 대사로 허를 찌르고, 중요한 순간에 사건을 해결하며 보는 이들에게 통쾌함을 안겨준다. TV 드라마는 남자 배우들 판이라는 공식을 깨고, '민폐'없이 주체적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것 또한 여주인공인 마이듬, 정려원 몫이다.
정려원에게 터닝포인트가 된 '마녀의 법정'을 끝나고 궁금한 것들이 많아졌다. "이렇게 즐거운 인터뷰는 오랜만"이라는 취재진의 말처럼 정려원은 마이듬처럼 거침없이 솔직했고, 뜨겁게 교감했다. 그 시간을 다시 회상하며, 정려원과의 인터뷰를 공개한다.
-'풍선껌'(2015)과 '마녀의 법정'(2017) 사이에도 공백기가 있었는데 연기적으로도 고민한 부분이 있나
"앞으로 제 길에 대한 고민이 들었죠. 배우 생활을 오래하면서 잘 된 작품도 있고, 안 된 작품도 있는데 나이는 점점 들고, 뺑뺑이를 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뺑뺑이의 속도와 개수가 많아졌고, 어느 순간에는 못 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빨리 돌아가는 뺑뺑이에 저를 못 맞출 것 같았거든요. 그러다 '마녀의 법정'을 만났고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감독님의 마음이 바뀔까봐 마이듬이 되기 위해 머리카락부터 잘랐어요. 숨고 싶었지만 직접 부딪히니까 이겨내게 되고 두려움들이 없어지면서 점점 캐릭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됐어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는 이유는?
"저 자신에 대한 책임감이 컸어요. '마녀의 법정'이 잘 되면 많은 이들에게 도전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무리수를 둬서라도 잘 해내고 싶었죠. 30대 여배우들이 나도 해보고 싶다는 말을 듣고 싶었어요. 그게 가능하다는 계기가 되고 싶었죠. 나중에 누가 어떤 역할을 설명할 때 '마이듬 같은 캐릭터'라는 샘플이 되고 싶었어요. 이런 캐릭터를 흔히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잘 해내고 싶었어요."
-내가 잘하는 연기와 시청자가 좋아하는 연기는 다르다고 했는데, 차기작은 어떤 연기를 할 계획인가?
"제가 좋아하는 것과 시청자가 좋아하는 것이 비슷해진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제가 좋아하는 작품을 했는데 시청자께서 같이 공감할 수 있는 것과 다르다고 느끼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맞춰지는 것 같아요. 이모랑 엄마도 '우리가 잘 못 알았어. 이런 게 딱이야!'라고 말씀하시는데 기분이 되게 좋더라고요. '완벽하게 속고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면서요."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의 차이는?
"좋아하는 건 스트레스를 별로 안 받아요. 잘하는 건 스트레스 받죠. 잘하는 거라고 생각도 못해요.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잘해내려고 하는데 시청자께서 잘한다고 칭찬해 주시는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나와 달라서 스트레스받지 않나?
"내 안에 있으면 숨 쉬듯이 나와요. 더하지 않아도 나오죠. 게다가 관객은 오래 속일 수 없어요. 이번에는 빨리 이듬이가 돼서 버튼을 눌렀을 때 이듬이처럼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빨리 캐릭터화 되려다보니 스트레스가 많았죠. 그런 노력을 잘한다고 봐주시는 것 같아요. 내가 좀 더 드러나는 걸 좋아하는데 캐릭터가 드러나고 캐릭터화돼야 하는 것들은 조금 스트레스가 되는 것 같아요."
-'연기상'이 아닌 '인기상'을 더 받고 싶다고?
"연기로는 상을 받았는데 인기상은 한 번도 못 받았어요. 대중의 의견이 반영된 게 인기상이잖아요. 제가 인기가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서 꼭 한번 받고 싶어요.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배우는 많은 걸 소화해낼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하거든요. 마니아성 배우는 특이해서 사랑받지만,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배우는 이 배우가 주는 공감대 때문에 신뢰관계가 형성된다고 생각해요."
-생각해보면 걸그룹 출신 배우인데 연기력 논란은 없었다.
'걸그룹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가 너무 좋아요. 없애야 한다고 생각 안 해봤어요. 좋은 본보기가 돼서 기존 걸그룹 친구들에게 자극이 될 수 있는 선배가 됐으면 좋겠어요. 저는 정아언니를 보면서 둘 다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너무 멋있는 일이라고 느꼈거든요. 모든 후배 아이돌 가수들과 배우들에게 귀감이 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계획은?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기로 했어요. '마녀의 법정'의 여아부, 전담부와 같이 23일에 파티를 하기로 했죠.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일단 지금을 만끽하고 즐기고 싶어요."
-절친인 한예슬과 여행은 어디로 떠나나?
"작품 끝나자마자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한예슬 씨가 일이 생겨서 로마에서 태국으로 또 바로 간다고 해서 한국에 와서 재정비하기로 했어요. 날짜를 맞춰서 떠날 계획이에요."
글 더스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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