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슈] 곽현화, "미안하다" 반복하는 이수성 감독 녹취록 공개
기사입력 : 2017.09.11 오후 5:36
곽현화 / 사진: 곽현화 인스타그램

곽현화 / 사진: 곽현화 인스타그램


곽현화가 이수성 감독과 관련한 논란에 입장을 밝혔다. 녹취록에 곽현화의 노출 공방과 관련한 내용이 분명히 담겨있음에도, 이수성 감독이 무죄 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한 것.


11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는 영화 '전망좋은 집'의 노출 장면과 관련해 법적 공방을 진행 중인 개그우먼 겸 배우 곽현화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곽현화를 비롯해 변호사 이인의, 여성민우회 정슬아 활동가 등이 참석해 곽현화의 의견에 힘을 실어줬다.


사건의 첫 시작은 곽현화의 영화 촬영이다. 지난 2012년 곽현화는 이수성 감독으로부터 영화 '전망좋은 집'의 캐스팅 제안을 받게 된다. 곽현화는 "처음 시나리오를 전달받았는데, 노출장면이 포함되어 어렵다고 답변을 드렸다. 이후 이수성 감독과 다시 이야기를 나눠 그 장면을 찍지 않는 것으로 하고 계약서를 찍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수성 감독이 문제의 장면을 다시 촬영하자고 말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 당초 노출이 없었기 때문에 촬영을 한다고 한 만큼, 당연히 거부할 수 있는 조건이다. 하지만 곽현화는 그러지 못했다. "당시에 소속사도 없고, 영화를 찍은 것도 전무했다. 연기자로 거듭나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첫 작품인데 '안한다', '문서로 남겨달라' 했을 때 버릇없어 보이거나 까탈스러운 배우로 보일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결국 곽현화는 노출 장면을 촬영하게 됐다. 계속해서 거부했지만, 이수성 감독은 많은 스태프들을 언급하며 압박했다. 곽현화는 "이수성 감독이 부담스러우면 일단 촬영하고 빼달라면 빼주겠다. 이 장면이 나중에 필요한 장면이라고 후회할 지도 모른다. 이 영화를 통해 연기자로 발돋움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에 '편집본 보고 얘기하자'는 말만 믿고 촬영에 임했다"고 전했다.


촬영 후 곽현화는 노출 장면을 공개하는 것을 거부했다. 이수성 감독은 곽현화의 의견에 따라 해당 장면을 제외하고 영화를 개봉했지만, IPTV 등 유료 플랫폼에 곽현화의 노출이 담긴 것을 '무삭제 노출판', '감독판' 등으로 배포했다. 이에 곽현화는 이수성 감독을 성폭력처벌법위반 혐의로 형사 고소했고, 올 초 법원은 1심에서 이수성 감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수성 감독은 곽현화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곽현화 역시 무죄 판결됐다.


곽현화는 당시 상황에 대해 "해당 장면이 들어가서 유통된 것을 알았고, 놀라서 이수성 감독에게 전화했다. 이수성 감독은 '미안하다', '제작사가 시켰다', '동의를 구했어야 하는데 못 했다'고 말했다"면서 이수성 감독과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곽현화의 동의가 없이 노출신을 배포한 것을 인정하며 이수성 감독이 "죄송하다"고 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어 "심경글만 올렸는데, 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해서 무척 괴로웠다. 그 행위가 도덕적으로 옳았다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이수성 감독은 판결을 앞두고 지난 달 기자회견을 열고, 내가 3억원을 청구한 것처럼 말했다. 날 못 만나서 기자회견을 했다고 하는데 법정에 한 번도 빠진적이 없다. 나를 못 만났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해당 녹취록을 법원에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수성 감독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계약 당사자 사이에 계약내용을 문서로 작성한 경우 특별한 상황이 없는 한 문헌대로 인정해야 한다. 배우 계약서에 노출장면의 배포를 제한하는 내용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곽현화가 이번 기자회견을 개최한 것은 앞으로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곽현화 측은 "판결과 녹취록을 공개하는 것은 곽현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배우의 계약서가 오해를 빚을 수 있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배우에게 온다는 것을 공유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배우가 출연계약서를 작성할 때 통상적인 계약서를 사용하는 것을 재고하고, 현장에서 감독과 남겨야 한다는 현실적인 보호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주장처럼 최근 여배우의 성 상품화와 관련해 여러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여러 배우들이 상황에 의해, 강요에 의해 노출 장면을 찍는 경우가 생겼다. 최근에는 이러한 사례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공론화되어가고 있는 추세다.


지난 8월 '뫼비우스'를 촬영했던 여배우 A씨는 김기덕 감독이 자신을 폭행했으며, 시나리오에 없는 성적인 장면 촬영을 강요했다며 김기덕 감독을 고소했다. 여배우 A씨는 해당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영화에서 중도하차했으며, 결국 배우까지 그만두게 됐다. 그럼에도 정신적인 상처가 계속되고, 최근 영화계 내에서 영화계 성폭력 등의 문제가 공론화되자 올해 초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을 찾아가 자신의 사례를 알린 것.


배우 이영진은 이와 관련해 "처음 시나리오에는 베드신 한 줄이었는데, 감독님이 완전한 전라 노출을 원했다"며 "현장에서 대본은 계약서보다는 가이드라 뭉뚱그려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사안은 철저한 계약 하에 찍어야된다"는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글 하나영 기자 / han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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