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아나운서 퇴사 / 사진: 김소영 아나운서 인스타그램, 엘르 제공
김소영 아나운서가 결국 MBC를 떠나게 됐다. 최근 파업에 참가한 듯한 근황이 공개된 만큼,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지난 2012년 장기파업 이후 계속되는 간판 아나운서들의 이탈이다.
9일 김소영 아나운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원증 반납, 막방도 하고 인사도 드리고, 생각했던 것보다 할일이 많았다. 감정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발령이 나기까지 정신이 없었다"며 최근 퇴사 발령을 받았다는 사실을 전했다.
이어 "나가는 길에 보니 회사가 새삼스레 참 컸다. 미우나 고우나 매일같이 이 커다란 건물에서 울고 웃었던 시간이 끝났다"며 "변해갈 조직을 응원하며, 내일부터의 삶이 아직은 실감이 안나지만 행복을 찾아내겠다"며 심경을 밝혔다.
사실 그간 김소영 아나운서의 인스타그램에서는 그의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지난해 10월 '뉴스투데이'에서 하차한 이후 김소영 아나운서는 약 10개월 동안 별다른 방송활동을 하지 못했다.
지난 3월 김소영 아나운서는 "문득 날짜를 돌아보니, 오늘이 방송을 쉰지 6개월이 되는 날이었다. 초조하지도, 괴롭지 않다"면서도 "좋아하는 선배들이 그만 두실때는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아프다. 이 곳에 남는 사람들은 남겨진 그 이상의 감정을 겪는다. 흔들리지 않을 거다"라며 심란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후 4월 결혼을 앞두고 있던 김소영 아나운서는 "오랜만에 방송을 하러 왔다"면서 "뉴스 스튜디오를 벗어나 야외 촬영도 처음인데, 그간 나 좀 온실 속 화초였구나 깨닫고 배우는 중이다. 모든게 다 어색하지만 즐겁게!"라며 정식 방송 복귀가 아닌 단발성 리포터로 활약하게 된 내용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 달 27일에 김소영 아나운서는 '퇴사 준비생의 도쿄'라는 책을 추천하며 그에 대한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김소영 아나운서는 "목적지향적 독서를 즐기는 편은 아니다"라면서 "퇴사 준비생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인생에 몰두하면 시야가 좁아지는 순간이 온다. 조만간 도쿄에 가 봐야지"라는 내용을 적었다.
다음 날인 28일에는 MBC 사장 퇴진 문화제에 참가한 듯한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김소영 아나운서는 "내 친구랑 나"라는 짧은 글과 셀카 사진을 공개하며 상암 MBC 신사옥에 있다고 전했다. 이날 상암 MBC 광장 앞에서는 MBC-KBS 정상화 시민행동의 일환으로, MBC 사장 퇴진 문화제가 진행된 날이다.
지난 겨울 김소영 아나운서는 "춥다"는 글과 함께 파업이 진행 중인 MBC 사옥의 모습을 공개하는 등 회사가 정상화되길 바라는 마음을 간절히 드러냈다. 하지만 결국은 퇴사를 결정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그가 사회 문제에 소신을 드러내는 것에 미운털이 박혔다는 의견, 파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후 퇴사한 오상진 아나운서와의 결혼이 문제가 됐다는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결국 아나운서로서 방송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결정적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장기파업 이후, 김소영 아나운서를 포함해 MBC를 떠난 아나운서들이 벌써 12명에 달한다. 김소영 아나운서의 남편인 오상진은 물론, 최윤영, 서현진, 문지애, 나경은, 방현주, 김정근, 김경화, 최현정, 박소현, 박혜진 아나운서 등이 퇴사했다.
자신의 소신을 보였다는 대가로 방송활동이 정지되었으며, 인사 발령 시기에 방송과는 전혀 상관 없는 부서로 보직 이동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 김나진 아나운서는 김소영 아나운서를 떠나보내며 "이런 곳에 머물다 가게 해 미안하고, 어두운 곳에서 고초만 겪다 떠났기에 더욱 미안하다"는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한편 김소영 아나운서는 지난 201년 OBS 아나운서로 입사해, 2012년 MBC로 이적하게 된다. 이후 3년 만에 주말 '뉴스데스크' 앵커 자리에 오르고, '뉴스투데이' 등 굵직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뉴스투데이' 하차 이후 김소영 아나운서는 라디오 게스트 참여 등의 활동만 진행했다.
글 하나영 기자 / han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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