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캡처
[리뷰②에 이어] 집배원 조만식 씨는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건강했던 집배원은 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했을까.
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083회는 '인간 무한요금제의 진실-과로자살의 시대' 편이 전파를 탔다. 최근 5년간 집배원 200명이 사망했다. 배달을 하다 갑자기 사망한 사람은 15명, 자살한 사람은 15명이다.
집배원의 업무 강도는 그 어떤 직업보다 세다. 점심시간에도 민원인들의 전화 응대를 해야 하며, 근무 시간 내내 뛰어다녀야 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 팀이 이들의 업무강도를 알아보기 위해 실험한 결과, 고혈압이나 심장질환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노동 강도를 보였다.
하지만 우정사업본부는 "대한민국 40대 남성들에게는 흔히 나타나는 고지혈증, 당뇨 등 성인병에 의한 질환일 확률이 더 크다"면서 "1인당 1일 집배물량을 줄였고, 6시에 출근해도 우편차가 8시에 오면 할 일이 없다"는 황당한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현장은 달랐다. 우편차가 오기 전부터 할일이 쏟아졌고,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나서도 작업은 끊이질 않았다.
집배원은 근로시간 특례규정 안에 포함되는 26개 업종 중 하나로 분류된다. 근로시간 특례제도는 사업자가 노동자와 합의만 되면 근로기준법이 정한 법정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초과근무를 시킬 수 있는 제도다. 통신업, 의료업, 광고업, 운수업 등 26개 업종 안에 집배원도 해당된다.
◆과로자살의 잔혹사, 뿌리 뽑을 순 없나
한국과 함께 장시간 노동을 많이 하기로 유명한 일본. 명문 도쿄대를 졸업한 뒤 꿈의 직장인 '덴츠'에 입사한 24살의 신입사원 다카하시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카하시의 근무 시간은 한달에 300시간에 가까웠고, 초과근무만 130시간에 달했다. 쉬지 않고 30시간 이상 일한 적도 있었다.
고민의 SNS에는 "1일 20시간이나 회사에 있다 보니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글이 있어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일본 정부는 덴츠를 압수수색했다. 덴츠는 오후 10시 이후 건물 전체를 소등했고 야근을 금지했다. 도쿄시청은 강제퇴근제를 실시했다. 과거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자살을 '개인의 책임'으로 생각했으나, 회사의 책임으로 인식을 전환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현재 과로사 및 과로자살에 대한 법률을 제정해 실행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신창현 의원 등은 과로사를 법적인 용어로 규정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체줄했다. 이제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근무환경'을 만들기 위해 우리의 인식 변화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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