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선화 인터뷰 / 화이브라더스 제공
한선화는 지난 2년 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다. 지금까지 한선화를 있게 한 걸그룹 '시크릿'을 탈퇴하고 배우 한선화로 다시 출발선에 선 것. MBC 수목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는 새로운 도전을 마주한 한선화에게 운명처럼 나타난 특별한 작품이 됐다. 절취선을 긋고, 배우의 삶을 시작하게 된 이 시점에서 한선화는 '자체발광 오피스'라는 작품으로 한 뼘 더 성장했다.
극중 하우라인 마케팅팀 대리 하지나 역을 맡은 한선화는 비정규직 직원이자 남자친구인 도기택(이동휘)과 점차 서로를 이해하고 맞춰가는 현실적인 커플을 연기해 호평받았다.
그는 "오랜만에 칭찬을 받아서 감사하지만, 제가 한 것에 비해 후한 평가를 받는다는 생각도 들어요. 새출발이 좋은 분위기라서 다행이지만 더 노력해야죠.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꾸준히 간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이 불안하고 더 노력하려고 해요. 제 몸에 맞아야 자신감도 더 생기고 편안하게 드러낼 수 있을 것 같아서 노력하고 있어요"라고 털어놨다.
한선화는 지난 공백기 동안 수영, 기타 등 다양한 것들을 배웠지만 어느 것에도 마음을 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성격상 마음이 있어야 재미도 붙어요. 이번에는 여러가지를 하다가도 멈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시간을 가져본 게 다행이에요. 다음번에 이런 공백기가 안 오면 모르는 거니까요. 그때는 이번을 경험 삼아서 뭘 또 준비하고 있겠죠?"라며 웃었다.
매 작품 계단을 올라가듯 차분한 연기로 배우로서의 경력을 탄탄하게 쌓은 한선화는 평가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늘 하던 대로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연기에 임하고 있다. '자체발광 오피스'를 준비하면서는 감독과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작품을 준비했고, 이로 인해 취업준비생인 친구들을 더욱 이해하게 됐다고.
한선화는 "스케줄이 바쁘면 소통하고 싶어도 못하는데 우리 감독님은 소통을 중요시하게 여기셨어요. 하지나의 감정선이 자칫 잘못하면 오해할 수 있는데 그런 점을 감독님이 얘기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됐고, 같이 만들어간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드라마를 보면서는 취업준비생인 제 친구들이 말은 안 했어도, 그 마음을 알겠더라고요"라고 전했다.
'자체발광 오피스'는 취업준비생들의 녹록지 않은 현실을 반영하고, 인턴사원, 대리, 과장, 팀장, 부장 등 직장 내에서 모든 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녹여내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선화는 "제가 생각하는 '자체발광 오피스'는 편안한 드라마 같아요. 요즘은 드라마가 자극적이거나, 장르물에 쏠리는 경우도 많잖아요. 우리 드라마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하고, 친근감이 가는 작품이에요. 저도 직장 생활을 해본 건 아니지만, 같은 20대로서 느낄 수 있는 청춘의 감성이 충분히 녹아있어요. 저도 공백기를 가져봐서 기회를 기다리는 마음에 공감했거든요. 여자라서 공감하는 감성도 있었고요"라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자체발광 오피스'는 단순히 현실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닌, 판타지 설정을 통해 '을'로 대변되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통쾌하고 유쾌하게 복수를 그려내며 호응을 끌어내기도 했다. 한선화는 "직장 생활을 해본 적은 없지만, 자기의 소신을 밝힌다는 게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자체발광 오피스'에서 많은 여성 분들을 대변해서 사이다같은 말을 당당하게 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어요"라며 웃었다.
하지나는 왜 깐깐한 대리여야만 했을까. 의문을 갖게 된 그는 감독에게 직접 물었다. "사실 깐깐한 하지나도 은호원 같은 시절이 있지 않았을까요? 여직원도 몇 안 되니까 하지나가 은호원에게 먼저 손을 내밀지 않을까 싶었는데, 감독님께서 현실에서는 냉정해질 수밖에 없다고 하셔서 최대한 까탈스럽게 연기했어요."
한선화는 실제 회사 생활을 한다면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뒤돌아서면 따뜻하겠지만, 앞에선 하지나 대리처럼 까탈스럽게 할 것 같다"고 했다. "직장 생활을 해보진 않았지만, 많이 힘들 것 같아요. 이 작품을 잘 만났다고 느낀 것은 일이 없을 때 집 앞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점심시간이 되면 은행 직원들이 지갑을 갖고 나오는데 부러웠어요. 다 힘든 점은 있겠지만, 그 당시에는 제가 힘들어서 눈만 뜨면 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 자체가 부러웠어요. 저는 촬영장을 못가니까 그분들이 부러웠는데 바로 들어간 작품이 오피스물이어서 좀 다르게 다가왔었어요."
절실한 시기에 소중한 기회를 얻은 한선화는 "'장밋빛 연인들'때 감정 연기가 어려워서 고생했는데, 결국 해내면 거기서 오는 짜릿한 성취감이 있었어요. 지금은 힘든 걸 많이 해보고 싶어요. 막상 하면 힘들어하겠지만 하고 나면 성장하니까요"라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그리곤 머지않아 다가올 내일에 설레했다.
"차근차근하고 싶어요. 좋은 역할이라면 도전하고, 저를 깨보고 싶어요. 저도 제가 궁금하거든요.(웃음)"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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