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고소영 인터뷰 / 킹엔터테인먼트 제공
"남편도 드라마 보면서 한숨만 푹푹 쉬었어요."
배우 고소영이 10년만의 컴백작 '완벽한 아내'를 마치고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중 고소영은 행복한 가정을 꿈꾸는 평범한 주부 '심재복' 역을 맡았다. 엄마로서도, 직장인으로서도 씩씩하고 당찬 캐릭터로 예상됐던 심재복은 8회를 기점으로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로 전락했다.
고소영은 11일 진행된 '더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가정을 지키는, 평범하지만 씩씩한 캐릭터였던 심재복이 극 중반부부터는 개연성이 없고 납득이 가기 힘든 캐릭터가 되면서 몰입하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고소영은 '완벽한 아내'에서 이은희(조여정 분)에게 납치를 당하고, 정신병원에 끌려가고, 감옥에 갇히기까지 했다.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시청률은 서서히 올라갔을 것 같다. 자극적인 소재로 가다 보니까 해결되지 않은 사건이 자꾸 일어났고, 결국 엔딩까지 갔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고소영은 심재복이 강봉구(성준 분)와의 관계에서도 연인보다는 동지에 가까운 관계로 변화하길 바랐다. "갑자기 '자기야'라고 할 만큼 좋아지진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유쾌하게 우리가 많이 바꿨다. 성준이 리액션이 좋고 신선했다. 케미도 잘 맞아서 재미있게 촬영했다"고 했다.
캐릭터의 동선에 대한 주체성 그리고 개연성을 알고 연기하길 바랐던 고소영은 작가에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현답을 구하는 등 열의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한 신을 두 가지 버전으로 찍기도 했다.
"회장님을 만나는 신도 화내면서도 해보고, 힘을 빼서도 해봤다. 대사에는 이미 재복이 누가 죽을 걸 알고 가는 느낌이어서 연기하기엔 애매했다. 구정희(윤상현 분)에게 부부 관계를 회복하자는 의미에서 조심하라고 말해주는 게 아니라, 이은희가 위험하니까 온전하게 있으라고 여러번 만나서 말하는 게 나중엔 애매해졌다."
'완벽한 아내'는 시청률보다는 화제성이 높은 작품이었다. 아동학대 피해자인 이은희를 중심으로 막장 주말극에서 볼법한 캐릭터와 개연성 없는 에피소드는 여러번 포털사이트를 뜨겁게 달궜다. 고소영은 "자극적으로 가다 보니까 어떤 걸 해도 세게 느껴지지 않았다. 극중 허무하게 죽은 임세미(정나미 역)도 마무리가 안 된 채로 끝나서 고생했다. 덕분에 배우들끼리는 서로 위로하면서 의지를 많이 했다"고 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아쉬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좋은 동료들을 얻었고, 고소영 하면 자연스레 떠올랐던 '셀럽' 이미지를 어느 정도는 지우기도 했다. "10년 만에 작품하면서 대박을 바라진 않았다. 화려한 셀럽 이미지에서 벗어나 편안한 모습을 보이는 게 목표였다. 완전히 벗진 않았지만 워밍업해서 다음 작품에선 자신감 있게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의 복귀였던 만큼 배우로서 욕심이 많았던 고소영은 '완벽한 아내'에서 못 다한 연기 열정을 차기작을 통해 풀고 싶다고 했다. "오래 쉬고 싶은 생각은 없다. 차기작은 완성도 있게 하고 싶다. 현재 목표는 올해 안에 촬영에 들어가는 거다. 신랑(장동건)도 빨리하나 하라고 한다.(웃음)"
앞으로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한 고소영은 최근 김은숙 작가의 '도깨비'를 인상 깊게 봤다고 했다. 트렌디한 드라마임에도 삶과 죽음, 사후세계에 대해 심도 있게 그려서 명작을 읽은 것처럼 작품이 주는 메시지가 마음에 깊게 남았다고. '도깨비'와 같은 대본은 평생 한 번이라도 만나면 감사한 일이라고도 곁들였다.
"장르는 구애받지 않고, 은연중에 여자 이야기를 많이 선택한 것 같다. 실제로 여자 이야기는 많지 않다. 대부분 여자가 사고를 일으키면 남자가 구해준다. 여운을 줄 수 있는 애절하고, 뇌리에 남는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를 만나고 싶다."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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