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배우 이병헌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8년 전 ‘나쁜놈’ 박창이와 ‘또 다른 나쁜놈’ 진회장은 뭐가 다를까. 이병헌은 바로 오늘(12월 21일), 실시간 예매율 58.6%(AM 11:00, KOFIC 기준)의 흥행 청신호를 울리며 개봉한 영화 <마스터>(감독 조의석)에서 또 다른 ‘나쁜놈’으로 분한다. 바로 조단위 사기꾼 ‘진현필’인데, 최근 서울 삼청동 인근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명분이 다르다. 명예욕이 앞서 상대방과 힘 대결을 펼친 캐릭터가 박창이라면, 진회장은 악행 그 자체를 합리화시키는, 더 나쁜놈”이라고.
그런 야비하고 몹쓸 인간을 ‘연기의 마스터’ 이병헌이 제대로 소화해냈다. 특히, 극 초반 수 많은 개미 투자자들 앞에서 천사와 같이 달콤하고 인자한 어투로 그들을 설득해 나아가는 진회장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런 그에게 실제 웅변을 잘했던 경험이 있었냐고 물었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반장선거로 교탁 앞에 서 본적이 있다. 그 어릴 적 순진무구한 공약 조차 발표하기가 너무나 부끄러웠고, 며칠을 혼자 자책하기도 했다”라며 “전 뒤에서 항상 친구들과 농담을 던지거나, 누군지 모르게 티 안내고 뒤에서 조종(?)하는 성격이었다.”라고 웃었다.
이번 작품은 ‘범죄오락액션’이란 장르라는 점에서 이병헌의 전작 <내부자들>과 분위기가 흡사하다는 일부 우려도 있었다. 이에 이병헌은 “이번 작품은 ‘불편하지 않은 내부자들’”이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이병헌이 맡은 진회장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캐치 미 이프 유 캔’ 속 사기 캐릭터를 연상케 한다. 그는 형사 김재명을 농락하며 잡힐 듯 말 듯 교묘하게 빠져 나가는 그런 진회장의 매력에 빠져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영화 속 진회장이 꿈꾸는 ‘4조’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배우 이병헌이 손에 쥐게 된다면 어떨까. 그는 껄껄 웃으며, ”나도 하고 싶은 꿈들이 많다. 그러기엔 너무나 큰 액수다. 주변의 많은 분들과 나누지 않을까.”라고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처음 진회장이란 캐릭터가 제 스스로에게 설득되어지지 않았다. 그 인물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순간, 이미 촬영은 다 끝났더라.(웃음) 말 그대로 상식적인 범주 안에 있지 않은 캐릭터이자, 그 어떤 큰 잘못을 저질러도 자기합리화를 통해 만족감을 채우는 것이 바로 진현필이다.” 이병헌은 이러한 캐릭터 연구 외에도 외적인 변화를 추구했다. 생애 첫 새치머리 도전이 바로 그 것. “제가 중년이라…잘 어울린다 싶다가도 웃프다란 심경이 교차했다. 해외(필리핀) 로케이션 촬영에서도 독특한 악센트의 현지 영어를 구사할 때나, 복장 또한 돈 많은 사기꾼 부자이기보다는 다소 부족하고 촌스러워 보이고자 했다. 의상팀장이 그런 진회장을 굉장히 싫어하더라.(웃음) 난 매우 만족스럽다.”라고 말했다.
사진 : 영화 '마스터'의 진회장(이병헌) 캐릭터 포스터
이병헌은 충무로의 손꼽는 트렌드세터인 강동원, 김우빈과 한 작품에서 만났다. “촬영장의 재간둥이는 우빈이, 女스태프들이 두 손 들고 환영하는 동원씨…둘 다 어떤 사람을 만나든 불편하게 느끼게 해주는 캐릭터가 전혀 아니었다.”라고 그들과 함께 작업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연기의 마스터’란 수식어도 따르지만, 이병헌은 ‘수상의 마스터’이기도. 그에게 있어 연기상의 또 다른 의미는 뭘까. “제 일을 하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선물이다. 무게감도 들지만, 그런 무게감에 짓눌리고 싶지 않다. 책임감이 따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런 결박(?)당한 틈에서 잠시나마 자유롭고 싶다.”고 했다.
이병헌은 ‘매그니피센트7’(원제 황야의 7인) 이후, 신작 2편 정도를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예전엔 제가 캐스팅을 당했다면, 지금은 오히려 작품을 고를 수 있는 수준까지 올랐다. 내년에 좋은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그 후년이 될지 모르겠다.”라고 해외활동도 꾸준히 할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병헌은 <마스터>의 흥행을 간절히 원했다. “상업오락영화니까.(웃음) 이 영화는 심각하게 사회를 비판하고 진지한 예술영화는 분명 아니다.”
글 성진희 기자 / geenie62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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