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영 인터뷰 / 사진: 포토그래퍼 이제성 민트스튜디오, KBS 제공, 이세영 인스타그램
KBS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의 애청자라면 요즘 '아츄커플'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극중 살갑고 구김살 없는 성격에 재벌집 둘째딸 민효원(이세영 분)과 올곧은 심성을 가진 흙수저 강태양(현우 분)의 애칭이 '아츄커플'이다. 태양과 효원의 출연 장면에 걸그룹 러블리즈의 대표곡 '아츄(Ah-Choo)'가 배경음악으로 삽입되면서 '아츄커플'로 불리기 시작했다.
분량은 많지 않지만,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는 아츄커플의 배우 이세영을 만났다. 그는 "저희가 금방 나왔다 들어가는 감초 역할이에요. 열심히 해야 분량이 늘어날 것 같았는데, 요즘 조금씩 늘어나는 것 같아서 좋아요. 재밌다는 얘기도 많이 해주시고요"라며 체감 인기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아츄커플은 주말드라마 속 남녀캐릭터의 역할을 뒤바꿔놓았다. 여자인 민효원이 강태양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부(富)의 설정도 민효원에게 맞춰졌다. 온라인상에서는 강태양을 '남자 신데렐라'라고 부를 정도. 두 사람의 키스신에서도 강태양이 여자처럼 눈을 깜빡깜빡하기도 했다.
"시간상 못 찍었는데 현우 오빠가 발뒤꿈치를 드는 장면도 있었어요. 저희는 대본대로 연기하긴 하지만, 제스처나 행동이 다 나와 있지 않아서 대사는 그대로 하되 약간의 애드리브를 하기도 해요. 햄버거 먹는 신에게 닦아주는 스킨십을 했는데 대본엔 없었거든요. '많이 먹어요 여보'라고 말했던 신에서는 태양이를 발견하면 '여보'라고 했어요.(웃음)"
우직하고 정직한 강태양은 때로는 융통성 없는 모습으로 효원의 애간장을 태운다. 실제로 태양이 같은 남자를 만나면 어떨까. 이세영은 "'도끼질했으면 넘어갈 텐데 답답하다'는 대사처럼 강태양은 어렵다. 실제로 태양이만큼 좋아하는 남자라면 효원이처럼 밀어붙였을 것 같다. 태양이와 효원이는 운명인 것 같다"고 답했다.
민효원은 감정 표현에 솔직하다. 특히 짝사랑하던 강태양 앞에서는 고백을 먼저 하거나, 서 있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쓰러지는 시늉을 하는 데 그런 모습들이 얄밉기보다는 귀여운 여우처럼 보인다.
이세영은 자신이 해석한 민효원에 대해 "민폐 끼칠 때도 있죠. 생각한 대로 밀고 나가고, 오지랖은 넓어서 민폐를 끼치기도 해요. 길가다가 떨어진 머리카락인 줄 알고 떼어주는데 붙어 있는 머리카락이어서 본의 아니게 민폐를 끼치기도 하고요. 그런 모습들이 미워 보이지 않고 사랑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이후에는 오지랖을 부리고 잔소리를 해도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입체적인 외모 때문에 "새침한" 첫인상을 가진 이세영은 통통 튀는 민효원의 만화적인 캐릭터 설정을 충분히 흡수해낸다. 처음에 민효원을 마주했을 때 어려웠다고 했던 그는 조금씩 캐릭터에 이입했다고 했다.
"초반에 극성부리고, 강태양을 좋아하고 나서는 그대로 다 표현하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기적이라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태양이에게 "태어나서 이렇게 좋아한 적 없다"고 고백하면서 울 때는 민폐일 수 있지만 순수한 면이 있구나 싶으면서 조금씩 효원이를 이해하게 됐죠. 그런 장면이 있을 때 많이 생각하고 진심을 담으려고 했어요."
시청자 입장에서는 효원이의 행동이 오버스러운 게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효원을 연기하는 이세영은 캐릭터가 돼서 생각했다고 했다. "효원이는 오버하는 게 아니라 정말 이해가 안 가서 '왜 그러는 거냐'면서 상처를 받는 거 거든요. 사실 저는 일상 연기를 하는 편인데, 효원이는 표현이 강해서 좋은 면이 있으면서도 '컷' 소리가 나면 엄청 민망하고 자괴감이 들기도 해요.(웃음)"
그렇다고 해서 이세영에게 애교스러운 모습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고양이한테는 '엄마 왔져영'과 같은 애교를 부리긴 하는데 카메라 앞에서는 낯간지러워서 힘들어요. 그래도 효원이가 우리 드라마에서 민폐와 귀여움을 담당하고 있으니까 마음을 다잡고 하죠. 컷 하면 민망한 게 스태프들이 다 웃어주진 않아요.(웃음) 미소 지을 수도 있는데. 지금은 적응돼서 철판 깔고 하지만요."
눈이 건조한 이세영은 감정신을 찍을 때 시간이 꽤 걸려 고생했다고. 그래도 대본에 주어진 상황에 몰입하고자 내색하지 않고 숨은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연기하면서도 "항상 다르게 하려고 생각한다"는 그는 캐릭터에 맞는 표정과 감성을 표현하는데 중점을 둔다. 20년차 배우이지만 늘 새로운 마음으로 다가가려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같은 대사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다르잖아요. 다양한 표현 방법이 있겠죠. 제 몸에 밴 기본적인 감정을 빼거나 변화를 줄 때 신경을 많이 써요. 잘 안 될 때는 조언도 구하고요."
인터뷰②-소소한인터뷰 에서 계속.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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