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현 인터뷰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데뷔 13년 차인 배우 남지현은 MBC '쇼핑왕 루이'로 첫 주연을 맡았다. 경쟁작의 여주인공은 공효진과 김하늘. 첫 도전부터 만만치 않았지만, 남지현은 보란 듯이 로코 여주인공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20대 여배우 남지현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미니시리즈 첫 주연인데도 부담감 없이 재미있게 찍었어요. 현장 분위기에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동일하게 이끌어주셔서 저도 큰 동요 없이 초심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어요."
"처음에는 긴장했어요. '질투의 화신'은 이미 자리를 잡고 이슈된 상태였고, 같이 시작하는 '공항 가는 길'도 쟁쟁한 선배들이 나오는데다 가을에 잘 맞는 멜로였잖아요. '우리가 파고들 틈이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촬영에 임했죠. 고민은 됐지만, 우리 드라마는 유쾌하고 엉뚱발랄한 매력이 있으니까 즐겁게 찍자는 마음이었어요."
'쇼핑왕 루이' 시청률은 5%에서 10%대까지 수직 상승했다. "시청률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기특하다고 생각했는데 몇 번 오르다 보니 '이건 기적이다' 싶더라고요." 5회 연속 시청률이 오르고, 두 배 가까이 뛴 수치를 보일 때 '쇼핑왕 루이'는 결방했다. "주차엔딩이 짝수로 돼야 하는데 한 회가 밀려버리니까 보는 흐름이 깨지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다행히 결방된 주차엔딩 세 개가 강렬하게 나와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남지현은 '쇼핑왕 루이'에서 마음씨 착한 산골소녀 '고복실' 역을 맡았다. 고복실은 기억을 잃은 황금그룹 상속자 루이(서인국)와 풋풋한 사랑을 이룬다. 또, 국내 최대 유통업체 황금그룹의 골드라인에 입사한 고복실은 인턴으로 시작해 싱싱라인 사장 자리까지 꿰차며 커리어우먼으로서도 성공하게 된다.
"처음부터 복실이의 변화를 준비했어요. 강원도 생활을 하다가 복남이를 찾으러 서울에 와서 지낼 때까지. 첫 번째 변신 포인트는 마리(임세미)한테 옷을 선물 받고 루이와 같이 쇼핑하면서부터에요. 타고난 센스가 있는 루이는 복실이가 옷을 못 입는 걸 가만두지 않잖아요. 회사에 입사하면서는 캐주얼을 입다가 차려입게 되죠. 이어져 오다가 마지막에 사장이 됐을 때만 한 달 정도 지난 후의 모습이 그려져서 서서히 변화했어요. 피부톤도 천천히 밝아지잖아요.(웃음)"
여배우라면 누구나 외모에 대한 고민을 떨치기 어렵다. 극 초반 남지현은 그은 피부에 몸배바지를 입고 등장, 건강하고 순박한 복실이를 표현했다. "시작은 서울부터 찍었는데 강원도에 갔을 때는 까맣게 분장했어요. 저를 본 모두가 빵 터져서 뿌듯했어요. 화면은 더 밝게 나왔는데 실제로 보면 훨씬 까맸어요. 화면으로 보니 아쉽더라고요. 복실이는 '예쁘다'라는 설명이 없었던 역할이에요. 예쁜 역할이면 예뻐야 하는데, 복실이는 당찬 느낌이었죠."
남지현은 서인국에 대한 얘기도 잊지 않았다. "서인국은 실제로도 루이와 비슷해요. 루이와 복실이는 한 4살 정도 나이 차가 나는데 실제 저희는 그 두 배? 아, 나이 얘기하면 절망하는데(웃음) 하지만 실제로도 친구 같고, 동생 같고, 어떨 때는 오빠 같기도 해요. 역할 때문에 그렇게 느낀 것 같아요. 다른 역할로 만났다면 오빠라는 생각이 들었겠죠."
순수하고 싱그러운 케미를 발산한 복실과 루이처럼 남지현과 서인국은 서로 '친구'처럼 느낌을 주고받았다. "서인국이 루이 특유의 독특한 리액션을 잘해요. '복실'이라는 이름이 몽글몽글하잖아요. 그게 서인국이 불렀을 때 잘 살아나는 것 같아요. 이름 한 번 부르고 생떼 부리고,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더라고요. 어쩌면 오빠의 숨겨진 곳에 루이가 있었을지도 몰라요.(웃음)"
고복실은 만난 지금의 남지현은 연기자로서 변화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로맨스를 해도 어색하지 않게 됐고, 나이에 맞는 풋풋하고 귀여운 연애를 하는 연기를 통해 인식을 변화하게 됐다. 그는 '수치'로 설명할 수 없는 좋은 결과를 스스로 만들고 있다.
야무지게 해낸 끝에 주연 배우로서의 첫 단추를 잘 끼운 남지현. '쇼핑왕 루이'를 통해 "내 고집대로 해도 되겠다"는 확신을 하게 된 그는 "내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작품을 하는 게 더 좋은 길인 것 같다는 확신을 얻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얘기도 있지만, 남지현은 늘 해왔던 대로 천천히 발걸음을 뗄 예정이다.
"흐르는 물의 속도에 맞춰서 간달까.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쏟으면서 차근차근 가야 제대로 쌓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경험이 많으면 분명히 좋을 텐데 제가 다 소화하지 못할 수도 있잖아요. 내년 3월에는 복학할 수도 있는데 아직 4개월이 남은 상태라 확실하게 결정은 못 했어요. 올해는 이대로 마무리하고 내년 일은 1월이 지나야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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