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차승원, "김봉두·독고진 이어 김정호? 느낌 좋아"
기사입력 : 2016.09.05 오후 2:58
사진: 배우 차승원 /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사진: 배우 차승원 /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데뷔 20년차 배우 차승원이 ‘김정호’로 분했다.

그가 출연한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감독 강우석)는 박범신 작가의 소설 ‘고산자’를 원작으로, 시대와 권력에 맞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동여지도’를 탄생시킨 지도꾼 김정호의 감춰진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 8월 마지막 날,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차승원은 강우석 감독을 제작자 아닌 감독으로 만난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제작자 강우석은 별로였어요.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그런 감독님을 어렵게 대했죠. 이번 현장은 달랐어요. 모든 사람들에게 힘도 북돋아 주시고, 제 생각도 많이 들어주시고 열어주셨죠. 배우 입장에선 정말 감사했습니다.”

차승원은 그런 강감독과 단편적인 영화작업 이야기 보다는 서로에 대한 소소한 일상을 알아가는 기회였다고 했다. 그렇게 탄생한 김정호란 캐릭터는 차승원에 의해 ‘인간 김정호’로 탄생하게 되었다. “제가 알고 있는 김정호가 아니었죠. 그렇게 접근하기도 싫었고요. 사극, 특히 실존 인물을 연기한다는 거 자체가 배우로서 굉장히 부담스러웠거든요. 사람 김정호의 냄새를 풍겨주면 대중이 쉽게 좋아해주겠구나 하고 생각이 들었죠. 밉지 않은 캐릭터가 나와서 만족스럽습니다, 하하!”

경력 있는 베테랑 배우가 현장 상황에서 내뱉는 애드립도 강감독은 허용치 않았더라. “애드립을 할거면 미리 말해줘야 합니다.(웃음) 약속되지 않은 걸 굉장히 싫어하세요. 제가 평소 하는 행동들과 말투, 일상에서 감독님께 보여준 저 자체가 애드립이겠죠.”

무엇보다 ‘지도꾼’ 이야기를 만들다 보니 자연스레 로케이션 촬영도 많아, 연기 외에 이런 부분이 배우를 힘들지 않았냐고 물었다. “의외로 경제적으로 찍었어요. 완성본을 보니 제가 거의 1년간 집에 안 들어간 느낌이잖아요? 주변에서 고생 많이 했겠다고 말해주면 살짝 미안할 정도죠. 그보다 가장 고생스러웠던 건 김정호의 집에서 촬영한 거죠. 주인공 감정의 변화들도 굴곡이 심했고, 벌목 금지 지역에서 벌목을 했다고 누명을 써 관아에서 곤장을 맞는 장면이 첫 촬영이라, 극대화된 감정을 처음부터 끌어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 무척 힘들었거든요. 연기를 잘해야겠다는 심적인 부담감은 이 작품 전부터 떨쳐 버린 지 오래됐어요. 이번에 연기가 안되면 다음에 잘 하면 되지..하는 생각으로요. 그러다가 생각지도 못한 그림이 나올 수 도 있는 거죠. ‘고산자, 대동여지도’ 또한 기본적인 큰 그림을 그리고 임했던 거라 계산적이지 않고 편안하게 촬영한 거 같아요.”



전국 팔도를 다니며 ‘대동여지도’를 완성해 나아가는 과정을 스크린을 통해 경험한 차승원은 다시 가보고 싶은 곳으로 제주도를 꼽았다. “그 곳은 몇 번을 가도 좋더군요. 무엇보다 이번 촬영하면서 백두산 천지를 직접 눈으로 맛 보는 경험을 한 건 정말 짜릿했어요. 그 곳을 거쳐간 여러 선조들을 떠올리며 경외심도 갖게 되고..촬영일정은 5박 6일인데, 현지 날씨가 좋지 않았을 뿐더러, 일부 중국 공안이 관리하는 곳이라 촬영 허가를 받는 것도 굉장히 힘든 부분이었죠. 사진촬영 간다고 해놓고 남루한 선비 복장에 (영화)촬영장비도 많았으니까요.”

차승원은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두고 제 일생의 포인트가 될 작품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영화는 만나기가 힘들어요. 1년간 촬영하면서 스스로가 참 좋아서 찍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흥행 등 결과 상관없이 좋은 사람들과 추억도 쌓게 된 거고..그 과정이 매우 좋았기에 좋은 기억으로 남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의 필모그래피 역사 중 다시금 돌아가고 싶은 때가 언제냐고 물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선생 김봉두’요.”라고 했다. “그 작품을 마지막으로 코미디 장르를 그만하려고 했어요. 그 후로 전혀 색깔이 다른 장르의 영화를 많이 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한편으로는 그 시절이 지금보다 에너지가 훨씬 더 넘쳤을 시기니까 좋은 기억으로 남아요.”

<선생, 김봉두>, [최고의 사랑]의 ‘독고진’ 처럼, 이름이 부각된 작품은 다 잘되었다며 ‘김정호’에 대한 기대감을 은근 감출 수는 없다고 말한 차승원은 다방면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tvN ‘삼시세끼’ 시리즈의 맛깔스러운 메인 요리를 담당하며 시청자는 물론 함께 출연한 배우들과 게스트들의 입맛을 사로 잡고 있는 그 만의 비법을 물었다. “이번 영화 촬영하면서도 전 ‘밥차’에 의존했죠. 예능에서 보여준 일부는 과장되기도 했어요. 사실 요리는 못하지는 않죠. 촉이 있다고 그러죠.(웃음) 그건 아무나 할 수 없는 거죠. 요즘 사회적 풍토가 그렇잖아요? ‘혼술’에 ‘혼밥’ 먹는 시대에 함께 어울려서 요리를 해먹는 느낌, 시청자에게는 훈훈하게 전달된 게 아닐까요?”

이렇듯, 장르 구분 없는 활동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는 차승원. 그는 한쪽에 편중되는 것을 거부한다. “단단해지고 견고해지는 배우로 남고 싶다”는 바람은 확고히 전했다. “제가 사극은 처음이 아니죠. 앞으로는 왈가불가한 조선시대 인물보다 고조선, 발해시대의 진취적인 인물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캐릭터는 약간 삐걱거리는 인물이 좋아요. 독고진도 그러했고, ‘김정호’란 인물도 그 당시 권력에게 맞서는 사람이잖아요? 곳곳에 포진되어 있는 웃음코드도 해학으로 봐주시고요, 무엇보다 제 어릴적 역사 속 인물인 김정호란 사람이 저렇게 살다 갔구나 하는 생각만 들어도 반은 성공했다고 봅니다.”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9월 7일 개봉한다. 같은 날 송강호와 공유가 주연한 <밀정>(김지운 감독)이 신경 쓰이지 않냐는 질문에, “관객층이 분명히 다르죠. 무탈하게 잘 흘러 갔으면 좋겠어요. 잘되면 강 감독님과 다시 하겠냐고요? 물론 작품을 보고 그 분이 먼저 판단하겠죠, 하하하!”

사진 :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스틸 이미지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 :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스틸 이미지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글 성진희 기자 / geenie62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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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한국영화 , 고산자대동여지도 , 차승원 , 김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