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윤여정 / 콘텐츠 난다긴다 제공
배우 윤여정이 영화 <계춘할망>으로 돌아왔다. 말그대로 '제주도 할망'이다. 이 작품을 기획한 제작사 대표는 윤여정에게 전화를 걸어 "선생님은 도회적인 이미지가 소멸 되었으니, 저희 영화에 꼭 출연해달라"라고 제안했단다. "날 잘 건드렸다.(웃음) 어떤 작품이든 시나리오를 받고 재미 없으면 안 읽혀지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달랐다. 누군가 진심으로 열심히 쓴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기에 처음엔 상업영화가 아닌, 독립영화인줄 알았다"고 말했다.
윤여정이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간단했다. 이 작품은 굉장히 드라마틱 하거나, 자극적인 요소가 크지 않다. "그래서 고민은 했다. 독립영화는 개런티를 잘 주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가 궁금했다. 출연은 하겠는데 잘 안어울릴 거 같다. 병환에 계신 어머니 때문에 집을 오래 비워둬서는 안된다"고 캐스팅에 응했다.
계춘으로 분한 노력은 어떻게 했느냐는 질문에 "'인생극장'과 같은 현실 속 우리의 삶을 잘 들여다보고 관찰도 한다. 처음 계춘을 연기하면서 할망으로 분한 내 모습, 내 왼쪽 얼굴의 흉터를 가리기 위해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실망스럽더라. 그 후로 현장에서 모니터링을 안했다. 적어도 이 작품은 내 스스로를 내려 놨다"고 윤여정은 털어 놓았다.
극 중 손녀로 나온 김고은의 첫인상에 대해 그녀는 "내 앞이라 긴장을 해서 그런지 틱이 있더라.(웃음) 그런 정형화되지 않은 여배우의 모습과, <은교>에서의 눈빛 연기가 좋았다"라고. 이어 "과거 반세기 전엔 결혼 적령기에 시집을 가야 했고, 그 당시 내가 배우의 삶을 살제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살다보니 여기까지 왔더라. 인생은 살아볼 만 하고 힘들기도 하다."고 말하며, "노인네가 최선을 다하는데, 손녀(김고은)도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게 아니냐"고 꾸짖다가도 "엔딩 장면은 내가 양보를 했다. 그 장면은 손녀가 살아야 하는 장면이라, 김고은이 감정을 잡을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면 내 분량을 먼저 찍었다. 그랬더니 나중에 문자가 왔다. '선생님, 오늘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윤여정도 나이로 보면 원로배우에 속한다. 과거 아무리 잘 나간 주연배우였다 하더라도, 지금은 작품만 좋다면 단역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여배우. "난 돌려서 말을 하면 알아 듣지 못한다. 도회적인 이미지가 사라졌다면 그건 내가 배우로서 살아가야 할 또 하나의 자극제이자, 고마운 일이다. 걱정인건, 계춘 역할을 하면 계속 이런 캐릭터가 들어올 거 같다. 난 아직도 편견을 깨고 싶고, 도발도 하고 싶고, 늘 도전 자세로 살아가고 싶다. 이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내 어릴적 증조할머니께서 몸소 끓여주신 굴비탕이 생각난다. 더운 여름에 밥 맛을 잃은 내겐 더할나위 없는 꿀맛이다!"
윤여정의 그러한 연기 열정의 목마름은 논스톱이다. 해외영화제 방문에 이어 7월까지 충분한 휴식기를 가진 후, 올해 8월부터는 워쇼스키 자매의 미국드라마 <센스8> 촬영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계춘할망>은 해녀할망(윤여정)과 불량손녀(김고은)가 12년만에 다시 만나 그 속에서 피어나는 가족의 소중함을 그리는 감동을 전한다. 5월 19일 대개봉.
글 성진희 기자 / geenie62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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