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응팔' 라미란 "멜로의 끈을 놓지 않고 있어요"
기사입력 : 2016.01.29 오후 6:03
'응답하라1988'에서 열연한 배우 라미란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응답하라1988'에서 열연한 배우 라미란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응답하라 1988’의 배경인 그때 그 시절, ‘쌍문동 치타여사’ 라미란은 중학교 1학년이었다. 산 중턱에 있는 학교를 다녀서 항상 등교하려면 산의 반쯤을 올라가야 했고 눈이 쌓이면 학교에 가지 못했다. 귀를 시원하게 드러내는 숏커트 헤어를 한 라미란은 중학교에 입학하던 날 귀동상이 걸렸다. 라미란은 반장갑에 반달모양의 스포츠가방을 옆으로 메고 다니는 ‘터프한’ 여학생이었다. 고등학생 때까진 남학생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털털한 아이였다.


80년도를 회상하던 라미란은 “쌍문동(응팔의 배경지)은 서울이고 도시인데 저는 강원도 탄광촌에서 어린시절을 보냈어요. 중3 때 올라왔는데 그때 당시의 저는 문화적으로는 88년도보다 더 퇴보해 있었고 70년대를 느끼면서 살아왔어요. 극 초반에 ‘88년도에 누가 곤로를 쓰냐, 우린 아파트에 살았다’는 글도 봤는데 저희는 연탄을 때고 곤로를 쓰고 냄비밥을 해먹고 살았거든요. 부유한 극중 집은 깜짝 놀랄 정도였고, 만족했어요”라고 설명했다.


‘털털한 소녀 미란이는 커서 배우가 됩니다.’ 동네 마트에 갈 때는 세수도 안하고 돌아다닌다는 그는 요즘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자꾸 ‘정봉이 엄마’라고 부르세요. 그 소리에 제가 또 눈치없이 돌아봐요. 어르신들도 ‘정봉이 엄마’, ‘치타여사’라고 친근하게 불러주시고 알아봐 주세요. 정말 몸 둘 바 모르는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라미란 학창시절’ 사진이 게재되기도 했다. 세월이 많이 흘렀음에도 라미란은 그때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다운 미모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라미란은 “학창시절 사진이 뜬 것보다 ‘오늘 낮에 찍으셨나’라는 댓글이 더 웃겼어요. 지금보다 못한 걸 보면 화장의 기술이 좋아진 거겠죠? 전 환갑이 돼도 이 얼굴일 거예요. 그런 건 괜찮은데 아직까지 멜로 작품의 러브콜이 없어서 외모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아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동안 미녀’의 아이콘이 된 라미란은 ‘멜로’ 연기에 대한 욕심도 내비쳤다. 그는 “다른 장르는 거의 다 해봤는데 멜로는 못 해봤어요. 못 해본 장르에 도전해야 하지 않을까요? 항상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어요”라며 여전히 다양한 연기 경험을 쌓고 싶다고 했다.


“제가 말하는 멜로는 선남선녀가 하는 멜로가 아니에요. 아줌마로서 평범한 사람으로서 멜로를 하고 싶어요. 농담으로 ‘젊은 남자배우랑 하고 싶어요’라고 말한 건 균형 때문이에요. 아줌마, 아저씨가 하는 사랑이 아닌 반전의 맛을 주고자 젊은 배우들을 거론한 거에요. 정말 내 친구 얘기를 듣는 것 같은 작품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국민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이후 대중은 라미란을 더 친근하게 여긴다. 그가 나오는 작품을 애정으로 시청하고 꾸밈없는 모습이 담긴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도 고대한다. “야한 얘기를 즐겨 하거나 입담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있는 그대로 얘기하는 편”이라는 그는 “항상 조곤조곤할 얘기를 다 할 뿐이지 다른 건 없다”며 웃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은 만큼 그는 앞으로도 “솔직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출연할 생각이 있다”고 했다. 배우로서도 꼭 주연만 해야겠다거나, 비중 있는 역할만 선택할 거란 욕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배우로서의 꿈은 가늘고 길게 가는 거예요. 어느 작품에도 잘 스며드는 연기를 하는 게 꿈이죠.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꼭대기에 서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이 일이 좋으니까 계속하고 싶을 뿐이에요. 꼭대기에 올라가면 내려와야 하는데 그걸 제가 견딜 수 있을까요? 제가 잘할 수 있는 캐릭터고 작품이 좋으면 조연이든, 단역이든 상관없어요.”


캐릭터의 옷을 입으면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이는 배우 라미란. 그는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는 배우라는 직업”에 만족감을 보였다. 경험하지 못한 일들을 하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돈도 벌 수 있는 ‘배우’라는 직업이야말로 ‘최고’라며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연극과 뮤지컬 무대를 오가며 기본기를 쌓고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배역에 상관없이 다른 사람의 인생을 연기한 ‘라미란’이 보여줄 다음 인생은 어떤 모습일까. 이에 대한 답은 2월 24일 첫방송하는 SBS 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응팔’과는 다른 캐릭터여서 실망하실 수 있어요. 완급 조절한다고 생각하고 계속해야죠.(웃음) 작품에서는 라미란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작품 속 캐릭터로 보여야 하니까 필요한 만큼만 보이면 성공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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