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빠생각' 이희준, "17년간 김밥천국 오가며 배운 게 연기"
기사입력 : 2016.01.13 오전 8:28
사진 : 이희준 / 이은주 기자 star1@chosun.com

사진 : 이희준 / 이은주 기자 star1@chosun.com


배우 이희준이 한국전쟁 중 부모와 형제를 잃은 아이들을 등쳐 먹는다. 극 중 이름은 한쪽 팔을 잃어 버린 컴플렉스 덩어리 '갈고리'이다.

극 초반 강렬한 등장과 함께 꽃무늬 남방을 화려하게 걸친 그의 패션스타일은 평소 좋아했던 일본영화 <피와 뼈>의 주인공인 기타노다케시의 가죽의상에서 영감을 얻었다. "<오빠생각>에서의 마지막 출연 장면이 늘 아쉬워요. 친일파 자식을 두드려 패고 빼앗은 돈을 굶주림에 지친 아이들에게 쥐어 주고 유유히 걸어나가는 장면이 있었는데, 갈고리의 마지막 모습까지 등장해 주길 바라는 감독님의 의견에 그 장면을 삭제한 거 같아요."


<우아한 거짓말>을 통해 고교생의 섬세한 감정표현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은 이한 감독의 연출력에 반해 주저없이 이번 작품 출연에 흔쾌히 응했다는 이희준의 예상대로 <오빠생각>은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 전쟁의 아픔을 아이들의 노래 소리로 아름답게 잘 표현했다는 데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전 그런 예쁜 아이들을 괴롭히는 역할이죠. 실제 촬영장에선 특수분장한 제 한쪽 팔에 달린 갈고리 마저 피터팬의 후크 선장을 떠올리며 장난을 치기 일쑤였어요. 절대 갈고리를 무서워하지 않았죠. 심지어 절 동료배우 이하로 보더군요. 전 조카들과 잠시 놀아도 금새 지치는 성격인데, 이번 영화를 통해 아이들과 오랜 시간동안 함께 호흡할 수 있어 마음이 따뜻해지고 좋았어요."

영화 자체가 선한 사람들의 감정을 노래한 터라, 갈고리를 맡은 이희준은 좀 더 폭력적으로 아이들을 괴롭혀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한 감독은 그걸 순화시켜서 앵글 하나하나도 각별히 신경을 많이 썼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극 중 한상렬 소위(임시완 분)와 한바탕 큰 싸움을 연출하는 장면에서 그는 감정이 격한 나머지 임시완의 목을 졸라 기절시킨 잊지 못할 추억이 있었다고. "싸움 끝에 물에 빠져 수영을 못해 허우적대는 갈고리를 구해 준 한상렬 소위의 눈빛을 바라보며 제 감정이 흔들려 눈시울을 붉히게 된다는 설정이 너무나 이해가 안됐던 부분이예요. 전 아주 나쁜 녀석인데 말이죠. 그러면서 감독님은 어릴적 말썽꾸러기 였었다는 이야기를 꺼내며 감독님의 어머님께 단 한번도 혼나 본 적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에 눈물이 울컥나면서 후회했던 이야기를 들려 주며 절 이해시켜 주신 점에 대해 감사할 따름이예요."


지극히 인생이 평범했던 공과 대학생 이희준은 아버지의 반대에도 무릎쓰고 대구에서 무작정 서울로 상경해 한 손에 움켜쥔 30만원으로 고시원에서 하루 천원 용돈을 세어 가며 대학로를 전전 했단다. "17년전 서울에 올라와 고시원 생활부터 시작을 했죠. 그 당시 김밥천국이 제 유일한 단골식당이었어요. 한예종에 가고 싶었죠. 그래서 학교 주변(신이문역)에서 눌러 살았죠. 두 번의 낙방 끝에 어렵게 들어간 학교라 열심히 연극 연습을 했죠. 그러다가 졸작으로 단편영화의 주인공을 했었는데, 그 당시 심사위원인 류승완 감독님이 절 보고 <부당거래> 출연을 제안했어요. 그게 제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었어요, 하하!"

그렇게 배우로 훌쩍 성장했던 이희준이 오는 4월, 어엿한 새 신랑이 된다. 예비신부가 요리를 잘해 빨리 결혼해서 매일같이 따뜻한 밥상 받아보는 게 소원이라던 그는 문득 미움 받았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렸다. "지금은 아주 난리죠. (대구에) 내려가기만 하면 동네방네 포토타임 코스가 있을 정도로 아들 자랑을 늘어 놓으시는 게.."

이희준은 작품을 하면 할수록 우주 전체를 바라보는 크나 큰 통찰력의 소유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하고 싶어하는 캐릭터도 남달랐다. "홍상수 감독님의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를 감명 깊게 보고 홍감독님의 작품에 출연하고 싶은 꿈이 생겼죠. 전 항상 부족한 캐릭터에게 매력을 느끼거든요. 제가 만약 이번 작품에서 시완 역(한상렬 분)을 했다면 정말 못했을 거예요. 끝까지 정의로운 역할? 완벽한 모습을 표현하는 제 모습? 그건 정말 못하겠어요.(웃음)"

마지막으로, 이희준은 미술을 전공하신 어머니를 도와 대구에서 작은 전시회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잘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서 요즘 드로잉 공부에 푹 빠졌거든요. 물론, 영화 홍보도 잊지 말아아죠. 저 또한 흥행에 대한 기대는 크니까요. <오빠생각>의 포스터 보셨잖아요? 그 한장의 포스터에 따뜻한 감정이 가득 담겼죠. 다음 작품으로 갈고리와 반대되는 로맨틱한 모습을 보여 드린다면, <연애의 목적>의 유림(박해일 분) 역할이 딱! 어울리지 않을까요, 하하"

이희준이 열연한 '오빠 생각'은 한국전쟁 당시 실존했던 어린이 합창단을 모티브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전쟁터 한가운데서 시작된 작은 노래의 위대한 기적을 그린 감동 대작. <완득이>의 이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으로 오는 1월 21일 개봉한다.

글 성진희 기자 / geenie62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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