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수 "제 사상은 캐릭터에 담겨 있어요"
기사입력 : 2015.11.25 오전 8:00
배우 지수 인터뷰 / 사진: 홍주표(크레딧라인 스튜디오), KBS 제공

배우 지수 인터뷰 / 사진: 홍주표(크레딧라인 스튜디오), KBS 제공


“서하준을 통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전달됐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말한 ‘성장’하는 것들, 악습관을 극복해가는 것들처럼 제 개인적인 사상은 인물 안에 담겨 있다고 보고요.”


KBS 드라마 ‘발칙하게 고고’의 서하준(지수)은 김열(이원근)의 단짝이자 동아리 ‘백호’의 부원이다. 가정 폭력을 일삼는 종합병원 원장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 분노조절장애를 앓고 있다. 자해를 일삼아 ‘절친’인 열을 노심초사하게 한다. 겉보기엔 ‘반항아’ 같지만 하루하루가 위태로운 소년이다.


“하준이는 억눌려 있는 아이라고 생각했어요. 가족이든 사회든 자신을 조여온다고 생각했죠. 얼마나 힘들었으면 자해까지 하고요. 상처받았기에 마음을 쉽게 열진 않지만, 마음을 연 사람에겐 다 주는 아이예요. 자신을 학대하는 행위, 어른들에게 대물림받은 악습관을 이겨내고 성장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서하준은 불량하거나 문제적 행동을 일삼지 않는다. 오히려 언제라도 무너져버릴 것 같은 약한 아이다. 지수의 말대로 “반항하지 않는 무늬만 반항아”다. 11회까진 단 한 번도 반항하지 않고 오히려 어른들에게 비는 아이다.


“저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함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언제고 한 번은 터질 것 같은 느낌을 쌓아가고 싶었고, 그걸 자세히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운 면도 있어요. 예민한 아이가 조금씩 온순한 인물이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 아이가 또 성장했구나’라는 저와 같은 뭉클함을 느끼실 거라 생각했어요.”



극 초반 서하준은 손목을 긋는 자해를 시도한다. 현 세대의 어두운 단면을 그린 학원물에서 다뤄질 법한 소재인데, 지상파 드라마에서 만나니 꽤 강렬한 신으로 다가왔다. 지수는 자해하는 서하준의 모습을 상상하며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지” 떠올랐다고 했다.


“혼자 화장실에 앉아서 무슨 생각을 할까. 어떻게 바보고 있을까를 상상했어요. 자기만의 세계를 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피를 많이 흘렸기 때문에 정신적으론 눈이 풀려 있었겠죠. 하준이에게 자해는 ‘안 좋은 해소법’이자 ‘피할 수 있는 구멍’ 같은 거라고 생각했어요. 간접 체험이었지만 마음이 너무 안 좋았고 뭉클했어요.”


지수는 서하준을 연기하며 “성장 과정에서 변하는 포인트를 잘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아픈 가족사가 있는 힘든 아이가 성장하는 역할이거든요. 그래서 성장 전과 후의 대비를 확실히 보여주고 싶었어요”라며 망설임 없이 답했다.


‘청춘’을 연기하며 스물셋을 맞이한 지수의 10대 시절이 문득 궁금해졌다. 열여덟 살의 지수는 어떤 아이였을까. “저는 열정적인 아이였어요. 그때가 가장 열정적으로 배우던 시기였죠. 지금도 배우고 있지만 그때는 무채색에서 배우고 있었기 때문에 연이어 연극을 했어요. 그때 정말 재미있는 추억이 많았어요. 바쁘게 지냈어도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다 해본 것 같고요.”


제임스 딘(James Dean)처럼 남성적인 성향이 강했던 지수는 ‘발칙하게 고고’를 하면서 “멜로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람이 제일 크게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은 ‘사랑’”이라고 믿는 그는 진실한 사랑 연기를 꿈꾸고 있다. ‘발칙하게 고고’에서 그는 멜로 연기의 재미를 알게 됐고, 섬세한 감정 표현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 작품에서 멜로 연기를 살짝 보여준 것 같은데 사실 만화적이고 이상적인 상상 속 인물이 돼보고 싶었어요. 6회였나? 엔딩에서 열이랑 하준이의 투샷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두 남자가 대비되는 이미지가 신기하기도 했고요. ‘앵그리맘’이나 ‘글로리데이’에서 날것을 펼쳤다면 이번엔 섬세하게 표현해보자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지수는 올 한해 ‘청춘을 대변하는 배우’답게 의미 있는 작품들을 끝맺었다. 오늘이 쌓여 내일이 되듯, 오늘에 최선을 다해야 내가 꿈꾸는 내일을 맞을 수 있다. 미래가 아닌 현재를 즐기라고 말한 ‘발칙하게 고고’를 떠나 보낸 지수도 오늘에 만족하며 행복한 내일을 꿈꾸고 있다.


“하준이한테 하고 싶은 말은요, ‘나는 언제나 너의 길을 응원한다’에요.(웃음) 작품을 봐주신 분들이라면 작품 이후를 상상해요. 끝 장면을 보고 하준이의 후를 상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하준이는 어떻게 살아갈까, 열이와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무슨 꿈을 갖고 살아갈까에 대한 열린 상상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발칙하게 고고’ 안의 하준이를요.”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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