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서준이 '그녀는 예뻤다' 종영 후 진행한 '더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이은주 기자, star1@chosun.com
배우 박서준이 ‘그녀는 예뻤다’로 인기 포텐을 터트렸다. 주연으로서의 입지도 굳혔다. 데뷔 4년 만이다. 사실 박서준이 ‘재목’임을 일찍 알아챈 관계자들은 그의 연기를 살피러 그가 출연 중인 드라마 현장을 찾을 정도였다. 박서준의 성공은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
박서준의 첫 지상파 주연작인 ‘그녀는 예뻤다’는 한 자릿수 시청률로 시작해 20% 육박하는 시청률로 종영했다. 작품, 캐릭터, 시청률까지 무엇 하나 빠트리지 않고 ‘좋은 성적’을 받았다. ‘또 다른 시작’을 기분 좋게 끝낸 그의 얼굴은 밝고 예뻐 보였다.
18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난 박서준은 “첫 공중파 주연이라는 의미가 컸어요. 작품이 잘 돼야 한다는 부담감보다 내가 주인공으로서 잘 끌고 갈 수 있을지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어요. 잘 끝난 것 같아 다행이에요"라며 웃었다.
박서준이 연기한 잡지사 ‘모스트’의 부편집장 지성준은 일 할 때는 까칠하고 냉철하게, 사랑할 때는 다정다감하고 헌신적으로 상반된 매력을 선보였다. 사랑 앞에 진실된 남자의 모습은 박서준의 전작인 ‘따뜻한 말 한마디’와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에서도 인상적으로 그려졌다. 탁월한 캐릭터 분석이 그의 연기를 살렸다는 반응도 있었다.
“나이, 가정환경, 성격 등 사전 정보를 미리 파악하는 데서 시작해 ‘중점’을 찾고 조금씩 해본 후에 빼거나 더 깊이 빠져드는 방식으로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사랑이 보이는 장면들은 편안해야 할 것 같았어요. 애정이 보이는 장면도 오래 만난 사람과 처음 시작한 사랑은 다르니까 그 안에 톤은 달라질 거라 생각했고요.”
“난 프로하고만 일한다. 내 권한으로 아웃시킬 수 있다”고 독설도 서슴지 않던 지성준을 박서준은 이렇게 이해했다. “성준이의 원래 성격은 까칠하지 않아요. 저도 뒷부분 대본을 받고 알았는데 편집된 부분이 있어요. 탕비실에서 혜진이(황정음 분)와 대화하던 성준이가 ‘아니다 싶으면 등 돌리는 게 이 바닥’이라고 하거든요. 치열하게 살았기에 단호한 방법을 택했구나 싶었어요. 그 대신에 어린 시절에 따돌림도 당했기 때문에 사람 앞에 나서는 건 어려울 거라 판단해서 호흡도 떨었고 어색해 보이는 느낌도 살려서 연기했어요.”
◆드라마 안팎에서 츤데레 심쿵남
헬스장 밑에 있는 커피숍에서 매니저와 함께 ‘그녀는 예뻤다’ 대본을 읽었다는 박서준은 “인물 설정이 매력적인지를 우선순위로 본다”고 했다. 그는 “저는 대본을 받으면 일단 봐요. 제가 난독증이 있어서 집중이 안 되면 못 봐요. 집중되면 흥미를 느끼며 술술 읽고, 그렇지 못하면 아무리 보려고 해도 못 봐요”라고 밝혔다.
그가 찾은 성준의 매력은 ‘순애보를 간직한’ 인물이라는 점에 있었다. “한 사람을 향한 순정적인 사랑과 성준이가 모스트에서 일하며 왜 까칠하게 했을까 궁금증이 생겼었어요. 이걸 내가 표현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빠르게 소비되고, 깊게 파고들기 어려운 요즘 세상에 ‘첫사랑’을 간직한 지성준은 ‘심쿵남’ 그 자체였다. 그가 느끼는 ‘첫사랑’에 대해서는 “그 사람과 함께한 순간도 중요하지만 내가 정말 사랑한 내 모습들이 기억에 남아요. 연애할 때 내가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기억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함께 갔던 곳이 촬영지라면 그 사람과의 기억보다 ‘바람이 많이 불었다던’ 그때의 계절이 떠올라요. 당시의 순수함과 같은 제 모습을 기억하는 게 첫사랑 같아요”라고 나지막이 말했다.
화제의 ‘벽밀 키스신’은 버티기 힘든 시간인 새벽 2~4시에 촬영해 힘들었다고 했다. 주연으로서 신이 많았던 황정음이 ‘벽밀 키스신’ 리허설 도중 졸았다고 털어놓았던 얘기를 그에게 꺼냈을 때는 “새벽 2시~4시가 유난히 잠에서 깨기 힘들어요. 그 시간이 지나고 동이 틀 때면 말짱해지는데 유독 그 시간이 찍어서 힘들었죠”라며 미소지었다.
그가 꼽은 ‘심쿵신’은 따로 있었다. 성준이 붕어빵을 사 들고 혜진의 집을 찾는 신이다. 그는 “여느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장면인데 조금 다르다고 느꼈던 건 연인끼리 전화하다가 찾아가서 붕어빵을 들고 있는 게 상대방을 더 사랑한다고 느낄 수 있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삼형제 중 장남, 애교 없는 아들
박서준의 어린시절 꿈은 야구선수였다. 두 남동생도 야구를 했다. 야구선수의 꿈을 접은 후엔 특별한 꿈이 없다 연기를 접하면서 배우를 꿈꾸게 됐다. “야구선수가 됐다면 국가대표가 됐을 거”라 말했던 그가 어린시절 꿈을 이뤘다면 어땠을지 다른 세상을 펼쳐 보였다.
“태극마크를 단다는 것 자체가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잖아요. 운동선수들은 수치로 나오니까 경쟁이나 기록에 목숨 걸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연기자는 수치로 나오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시청률이나 관객수가 낮다고 해서 작품이 별로라곤 생각하지 않거든요. 운동선수들은 대단한 것 같아요.”
삼형제 중 장남인 박서준은 “애교가 없다”고 했다. “부모님에게 애교요? 전혀 없어요. 말도 별로 없고 동생들과 얘기할 때도 발전적인 얘기들만 해요. 사소한 얘기를 하기도 하는데 혼자 살다 보니까 대화가 줄어들었어요.”
가족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였던 그에게 부모님의 반응을 물었다. “언제나 응원해주세요. 지금보다 데뷔할 때 더 응원해주셨어요. 특별히 (작품을) 봤냐고 물어보진 않았지만 저보다 (저에 대해) 더 많이 아세요. (잘 돼서)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악플도 다 보실 텐데 저보다 더 속상해하시겠죠. 그래서 그런 얘기는 잘 안 해요.”
첫 단추를 잘 꿰면 마지막 단추까지 잘 꿴다는 말이 있지 않냐며 축하를 건넸다. 조금은 들뜨고 흔들릴 법 한데 박서준은 몇 해 전 봤던 그 모습 그대로 차분하고 침착했다. “올해보다는 내년 이맘때가 정리의 순간인 것 같다”던 박서준은 흔들림 없어 보였다. “숫자가 주는 의미는 크다고 보진 않지만, 내년에 29살이 되니 20대를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싶어요. 아직은 모르겠지만, 여행을 가고 싶어요.”
약간의 흔들림이 있었다면 아마도 이 얘기를 할 때였다. “연기적으론 똑같은데 예전보다 팬들이 좀 더 생기다 보니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팬이기 전에 저에게는 낯선 사람이기도 한데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런 걸 경험하다 보면 무던해지고 익숙해지겠지만 (팬서비스에 능한) 아이돌처럼은 못할 것 같아요. 그런 걸 바라신다면 잘못 생각하신 거에요.(웃음)”
‘심쿵남’ 박서준의 브라운관 밖의 모습은 ‘츤데레’인 걸까. 우리가 미처 몰랐던 배우 박서준의 맨얼굴이 더욱 궁금해졌다.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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