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정음 "키스신 후 박서준이 '벽이랑 하는 줄 알았다'더라"
기사입력 : 2015.11.12 오후 6:23
황정음 인터뷰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황정음 인터뷰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혜진이를 더 망가트려서 우울했어요. 앞에선 '괜찮아' 하고 집에 가서 많이 생각했죠. 여배우는 예뻐야 하는데 시청자들이 채널을 안 돌릴지 걱정됐어요."


로코드라마 속 여주인공은 두 가지 부류였다. 예쁘거나, 못생겨도 예뻐지거나.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의 여주인공 김혜진은 뽀글머리에 홍조가 심한 폭탄녀로 역변한 인물이다. "여주인공이 못생겨서 채널이 돌아갈까 걱정했다"던 황정음의 고민은 기우였다.


"감독님들이 저보고 '마이콜 같다'고 해서 우울했어요. 예쁜걸 빨리 하고 싶었어요. 중간에 혜진이가 예뻐진 장면이 어색했던 건 제가 채워야 할 부분인데 잘 소화해내지 못해 아쉽죠. 사실 예뻐지고 나서 더 표현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오바처럼 보일까봐 안 한 부분도 있거든요. 더 어렵기도 했고요. 다시 뽀글머리가 되니까 훨씬 편하더라고요. 안 꾸민 게 더 예쁜 것 같고요."


4.8% 시청률(닐슨코리아 기준)로 시작한 '그녀는 예뻤다'는 15.9%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시청률을 떠나 '모스트스럽게, '~한 경향이' 등의 유행어를 낳거나 주·조연을 막론한 캐릭터들이 고루 사랑받으며 화제됐다. '로코퀸' 황정음이 이번에도 일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시원이와 하는 자일리톨신을 보고 빵 터져서 출연을 결심했어요. 조성희 작가님과 제가 잘 맞아서 시청률은 올라갈거란 믿음이 있었어요. 한 명도 어긋남 없이 제 역할을 잘 해줬기 때문에 잘 될 수밖에 없었어요. 감독님도 저랑 같은 생각을 하셨는데 작가님은 제겐 '고맙다'고 문자 보내셨는데 알고보니 속상해서 우셨다더라고요. 대본도 못 쓰시고요. 저는 1회 반응을 보고 나서 잘 되겠다 싶어서 더 열심히 했어요."



박서준과는 '킬미, 힐미'에 이어 '그녀는 예뻤다'까지 두 작품을 내리 함께하며 환상의 케미를 발산했다. 황정음은 "서준이와는 정말 잘 맞아요. 딱 하면 척 알아듣죠. 서준이가 막방 끝나고 '누나 내가 못하는 부분을 채워줘서 고마워'라고 했는데 저도 마찬가지예요. 그게 발란스죠. 참 좋았어요"라고 말했다.


두 달동안 한 시간씩 자는 촬영 강행군에 힘들었던 기억도 떠올랐다. 그는 "서준이와 했던 장면 중에서는 키스신이 기억에 남아요. 서준이가 입술이 좀 두꺼워요.(웃음) 혜진이가 순수한 캐릭터라서 아무것도 안 했는데 서준이가 나중에 '벽이랑 하는 줄 알았다'더라고요. 또, 리허설 하다가는 두 번 정도 자서 미안했는데 앞에서 서준이는 웃고 있더라고요"라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놨다.


황정음은 박서준의 반대편에서 러브라인 양분화를 이끈 '똘기자' 김신혁 역의 최시원에 대한 애정도 서슴지 않고 드러냈다. 그는 "시원이랑 연기할 때는 재미있었어요. 지금의 시원이는 '하이킥'때 저를 보는 것 같았어요. 대사를 열심히 외워서 잘하려는 모습이요. 평소에 대사 NG를 안 내는데 시원이와 연기할 때는 웃음이 터져서 NG를 30번이나 냈어요. 시원이는 실제로도 웃기고 정말 사랑스러워요"라며 미소지었다.


두 남자의 사랑을 받고 주위 사람들의 신임을 얻은 김혜진을 만나며 황정음도 달라졌다. "매력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한 것들이 많잖아요. 마음이 예쁘면 얼굴도 예뻐보이는 것처럼요."


그리고 캐릭터의 내면의 아름다움을 잘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은 황정음에겐 '믿고 보는 황정음'이란 최고의 찬사가 내려졌다. 그는 "흥행에 연연하진 않으려고요. 원래 제가 하던 대로 해야죠. 내 분량은 적고 성공 못 했다고 힘들어하지 말고, 다음 작품에서 더 잘해내야죠. 단 한 가지 중요한 건 멈춰있지 않고 발전해야 한다는 거에요"라고 덤덤히 말을 이었다.


'지붕 뚫고 하이킥'(2009)으로 '로코퀸' 수식어를 얻은 황정음은 '그녀는 예뻤다'를 하며 다시금 '로코퀸' 수식어를 되찾았다. 그는 '하이킥'때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못하는 걸 잘하고 싶었어요. 사실 시트콤 연기가 제일 어려워요. 연기자 분들은 알아요. 호흡, 대사 뭐 하나 대충할 수가 없어요. '하이킥'때는 피나는 노력을 했어요. 그때 엄마가 이렇게 공부했으면 뭐라도 됐을 거라고 하셨어요. 열심히 하는 걸 처음 봤다고요. 누가 하라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내가 재미를 느끼고 행복해야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아요."


2005년 연기를 시작한 황정음은 연기를 시작한 지 5년 후에야 재미를 찾았다. 6년이 더 흐른 후인 지금에는 '골든타임', '비밀', '킬미, 힐미', '그녀는 예뻤다'까지 대표작들을 쏟아냈고 배우 황정음의 진가를 끊임없이 증명하고 있다. '비밀'과 '킬미, 힐미'에 함께 출연해 '재회한 커플의 좋은예'로 꼽히는 지성과는 나란히 연기대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욕심이 많아도 때가 있다는 걸 느꼈어요. 아등바등하지 않아도 좋은 기회가 오더라고요. 꿈은 정해놓되 지금을 즐기려고요. 점을 봤는데 2016년에는 해외운이 좋다더라고요.(웃음) 그리고 연기대상은 지성오빠와 대상 후보로 거론되는 자체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해요. 사실 연기대상은 35세 안에 받고 싶었는데 아직 3년 정도 남았네요."


가수 출신 연기자이고 시트콤으로 주목받았기에 실험대에 올라야만 했던 황정음에게 이제 누구도 실력 검증을 요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는 대본을 완벽하게 숙지하지 않으면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 자신만의 철칙을 지키고 있다. 연기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으로 앞으로를 착실히 준비하고 있는 황정음의 내일에 기대가 더해진다.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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