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유아인식, 'Sick, Seek, Sik'
기사입력 : 2015.08.11 오전 7:57
'베테랑'에서 악역 조태오로 연기변신한 유아인 / 사진 :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베테랑'에서 악역 조태오로 연기변신한 유아인 / 사진 :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유아인의 본명은 '엄홍식'이다. 그는 자신의 SNS 아이디를 '유아인'이 아닌 본명에서 따왔다. 그리고 SNS 아이디 별로 살짝 차별점을 주었다. 조심스러운 물음에 유아인은 "말장난이죠, 뭐"라고 쿨향나게 대답했지만, 분명 그 속에는 유아인의 다른 얼굴이 있었다.


SNS의 ID에 관한 질문에 유아인은 "말 안 할래요. 오글거리거든요"라는 이음새를 덧붙이며 답했다. 유아인과 한 시간의 만남을 통해 그의 말 장난식 ID에서 '오글'거릴 지 모르지만 배우로서, 혹은 그 자신으로서의 얼굴을 매칭해봤다.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으로.



Sick_아인
"제가 <트레인스포팅(Trainspotting)>의 식보이(Sick boy)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가 Sick라는 '아픈' 단어를 쓴 이유다. 영화 <트레인스포팅>은 굳이 한 단어로 담는다면 방황하는 청춘을 이야기한다. 어떻게 보면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배우의 길에 입문한 유아인과도 닮아있다. 제도권에서 벗어나는 것. 유아인은 "물불 안 가리고 한 건 아니겠죠. 하고 싶은 일이 있었고, 가겠다는 길이 있었으니까"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저는 불만을 가졌던 학생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행동을 했어'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결국 반항아 기질을 가지고 있는 애였어요. 그리고 사회에서 나이를 먹어가며 점점 커진 부분도 있죠. 누구나 그렇잖아요. 사회에 진입해서 겪는 다양한 불합리하고, 불온당하고, 불순한 일들을 통해 이 세상에 반기를 드는 과정을 거친 것 같아요. 사실 평범한 일이죠."


하지만 성장 속에서 그는 아픔보다 만족을 찾는다. 그 이유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했다는 것. "뭐, 지나온 것을 보면 재미있게 산 것 같아요. 지나고 나면 뭐든 아쉽지만, 굳이 아쉬워하지 않아도 될 만큼 마음껏 살았던 것 같아요. 방종일 수도 있지만, 제가 마주친 현실에 충분히 리액션 하면서, 화도 내고, 분노도 하고, 좌절도 하고, 그리고 또 부딪히기도 하고요. 일도 사랑도 나이 들어가는 일도. 다 그렇게 했던 것 같아요."

사진 :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캐릭터 포스터, 조선일보 일본어판DB

사진 :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캐릭터 포스터, 조선일보 일본어판DB


Seek_아인
"Seek는 원뜻대로 '찾다, 구하다'의 의미가 맞아요. 정말 오그라들지만, 한국말로 하면 '씩씩하게 찾을게' 약간 이런 뜻입니다."
<완득이>, <깡철이>, 드라마 '밀회', '패션왕' 등 유아인이 연기한 작품에는 공통점이 있다. 미완의 모습을 가졌다는 것. 곰곰이 생각해보던 유아인은 "그러게요. 단 한 번도 아버지, 어머니가 정상적으로 설정된 경우가 없었던 것 같아요. 물론 저희 어머니 아버지는 아주 잘 생존해 계신답니다"라며 자신의 캐릭터를 돌아봤다.


"첫 영화가 중요했던 것 같아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라는 작품이죠. 아주, 지독하게, 불쌍한, 시스템 밖으로 내몰린 아웃사이더. 첫 작품 이후 약자들의 시선에 관심을 많이 두게 됐어요. 그래서 그런 친구들을 보여주는 것에 몰두했던 것 같아요. '패션왕' 캐릭터도 제가 굉장히 사랑하는 캐릭터 중 하나거든요. 20대의 얼굴이 미완일 수밖에 없지만, 저는 그 자체로 완성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죽기 전까지 모든 얼굴은 미완이죠."


미완의 얼굴을 보여준 유아인은 스스로 그리는 청춘의 이미지가 있었다. <완득이>, <깡철이> 속 인물처럼 "각박한 상황에 있지만, 불굴의 의지로 살아가는 건강한 청년"이라는 것. 그리고 이를 180도 뒤집는 인물이 <베테랑>에서 그가 맡은 조태오다. "소년성, 천진성이 <베테랑>에서 신선한 악역을 만든 중요한 키워드가 됐죠. 반항아적인 이미지가 제가 가진 면모라면 이를 드러내는 게 부자연스럽지 않은 한은 다양하게 변주하면서 많이 펼쳐가고 싶어요."


홍Sik_
<베테랑>에서 확 달라진 이미지에 '초심'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유아인은 "초심, 아주 중요한 말인데 까먹은 것 같아요"라는 반전의 답을 한다. 그리고 초심보다 '중심'을 강조한다.


"초심이라기보다 한결같이 나라는 '중심'을 지키며, 우선순위에 대한 생각들을 놓치지 않고 사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중심을 '나는 중심을 지킬래, 내 이념을 지킬래, 언제까지나 스무 살일래'라며 강박으로 느끼지 않으려고요. 삶 속에서 내가 발견하게 된 것들, 찾게 된 것들, 맞닥뜨이는 순간들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면서 내 중심에 살을 붙여가는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살고 싶어요."


그의 우선순위는 생각보다 특별하지 않았다. 정말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작품을 한다면 방송사는 어디인지, 감독이 누구인지, 출연료가 얼마인지 이런 모든 것을 고려하겠지만, 진짜 중요한 중심은 '내가 진짜 감동을 받았는가, 흥미로워하는가'겠죠. 남 의식 많이 하고 살아야 하는 세상에서 조금 더 나에게 집중해서 매 순간 선택할 것. 작품도, 연기도, 인생에서의 중요한 결정들도."


유아인의 SNS에 인용된 맷 데이먼(Matt Damon)의 좌우명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어떤 버전의 인간이 되려 하기보다는, 그냥 나 자신이 되는 게 낫다"라는 말. 유아인도 이 말을 새기고 사는 걸까?


"저는 둘 다 해요.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버전도, 나 자신도. 하나만 되려고 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물론 나 자신이 되는 게 먼저겠죠, 하지만 둘 다 하려고 해요. 사랑받고 싶으면 남들이 원하는 것도 좀 해야죠. 하지만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려면 나 자신으로 사는 게 맞고요. 그 사이에서 줄타기하면서 두 가지를 충족시킬 기회를 만드는 게 배우라는 직업인 것 같아요. 참, 행운아죠."


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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