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순수의시대' 강한나 "노출? 예쁘게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기사입력 : 2015.03.18 오후 5:12
'순수의시대' 강한나 인터뷰 / 사진 : 포토그래퍼 이제성 민트스튜디오 mintstudio.com

'순수의시대' 강한나 인터뷰 / 사진 : 포토그래퍼 이제성 민트스튜디오 mintstudio.com


강한나의 이름을 처음 알았던 것은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 이후였다. 당시 강한나는 뒤태가 노출된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어느 순간부터 의례적으로 등장하는 '레드카펫 노출'로 인지도를 높이려 하는 여배우라고들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영화 <순수의 시대>를 통해, 직접 만난 강한나를 통해 깨졌다.


영화 <순수의 시대>에서 강한나는 매혹적인 기녀 '가희' 역을 맡았다. 가희는 '민재'(신하균)에게는 생에 단 하나뿐인 사랑이었고, 그의 아들 '진'(강하늘)에게 복수를 꿈꾸는 인물이었다. 또한, 복수를 위해 '이방원'(장혁)과 결탁한다. 한 여인 안에 세 명의 남자가 다른 관계로 얽혀있고, 그 감정 역시 극과 극을 오간다.


강한나는 그 누구보다 복잡한 감정의 '가희'에게 다가가기 위해 치밀하게 노력했다. 앞서 공개된 연기 노트가 그 노력을 일부 대변해준다. "그걸 확대해서 보면 안 되는데, 누구를 보여드리려고 쓴 게 아니잖아요. 낯뜨겁고 부끄럽고"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 연기 노트를 보면 강한나가 썼지만 '가희'의 일기장 같은 느낌이다.


"'가희'의 감정상태에 대해서 생각했어요. '가희'를 움직이게 하는 힘의 근원은 슬픔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어머니를 잃은 슬픔부터 시작해서 증오, 복수심 이런 것들도 피어 오른거고 그만큼 사랑으로 이어지는 감정의 폭이나 크기가 클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저희 부모님들이 살아계셔서 머리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와 닿게 감정을 느끼는 부분이 가장 컸어요. 그리고 이방원, 진, 김민재 사이의 전사작업도 했고요."


영화 <순수의 시대> 스틸컷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화인웍스 제공

영화 <순수의 시대> 스틸컷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화인웍스 제공


그래서 강한나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아름다움보다 김민재(신하균)에게 어머니를 떠오르게 하는 것이었다. 김민재의 어머니는 과거 춤을 추는 여진족 기녀였고, 어머니를 잃은 슬픔에 김민재는 처음 칼을 들고 손에 피를 묻히기 시작했다. 사실 <순수의 시대>에서 강한나는 민재의 어머니까지 1인 2역을 맡았다. 어머니를 연상케 하는 춤은 모두 강한나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극 중 신하균과 강한나의 사랑이 무르익어가는 것은 정사 장면으로 표현된다. 앞서 노출로 화제가 된 바 있었다. 부담스러울 수 있는 장면이었다.


"노출이라고 생각하기보다 두 남녀의 사랑에서 자연스럽고 가장 솔직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노출을 위한 노출이라면 거부감이 있었을 수도 있죠. 시나리오를 여자 작가님께서 쓰신 거였는데 벗고 있는 상태가 중요한 정사 장면이 아니었어요. 두 인물이 어떤 감정을 교감하고 있는지가 쓰여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건 민재와의 정사 장면이었거든요. 그래서 그걸 충분히 느낀 이후부터는 감정선을 잘 표현할 수 있을지만 고민했지 제 몸이 얼마만큼 나오는지를 걱정하지는 않았어요."


앞서 신하균은 '신경질적인 근육'이라는 지방 제로의 완벽한 몸으로 화제가 됐었다. 그만큼 강한나 역시 아름다운 몸매 관리에 신경이 쓰일 법도 했다. 어떤 노력을 했냐는 질문에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예뻐 보여야지라는 생각은 안 했어요. 현대인의 몸같이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요즘 미의 기준이 마른 몸이잖아요. 제가 살을 더 빼면 다리도 가늘어 보이고 하겠지만, 그 장면이 조선 시대의 여인이고, 몸이 보이면 안 되는데 제가 몸을 너무 가꾸면 몸이 두드러질 수 있잖아요. 정사 장면 때문은 아니지만 신하균 선배님께서 정말 식단을 힘들게 드셨거든요. 그런데 저는 오히려 밥차에서 밥 먹고 했어요. 그래서 아마 이런 반응도 있었던 것 같아요. 정사 장면이 나오면 대체로 여자에게 눈이 가는데, 신하균 선배님께 눈이 갔다고요. 어떻게 보면 그게 맞는 것 같기도 해요. 감정씬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카메라가 몸을 따라간 게 아니라 감정선을 따라갔거든요."


의외의 대답이었다. 보통 노출씬 앞에서는 물도 못 마시는 게 여배우들이다. 하지만 강한나의 생각은 달랐다. 그래서 다짜고짜 '언제부터 배우를 꿈꿨느냐' 묻게 됐다. 강한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라고 답했다. 오랜 시간 발레를 하다가, 그만두고 어머니의 권유로 간 연기학원에서 엄청난 전율을 느낀 후 대학 진학부터 지금까지 연기에 푹 빠져있게 됐다고.


대중들은 강한나를 '레드카펫 노출녀'로 처음 인식했지만, 그때도 강한나는 독립영화에서, 연극무대에서 자신의 시간을 소중히 보냈다. 레드카펫 드레스 역시 디자이너가 새롭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철학을 담아낸 드레스라고 생각한다. <순수의 시대>에서 보여준 모습도 "이 영화를 보시면 이 친구가 노출하고 베드씬만 하는 친구가 아니구나라는 걸 알아주시리란 믿음이 있어요"라고 말한다. 자신의 길을 참 꾸준히 가고있다. 보통 연기를 준비하는 친구들은 나이를, 기회를 불안해한다. 하지만 강한나의 생각은 다르다.


"저는 그 불안해하는 친구들에게 '왜 불안해?'라고 물어보던 친구였어요. 왜냐면 연기라는 건 사람을 표현하는 거고, 삶을 표현하는거라 나이 제한이 없잖아요. 30대 여자도 있고, 50대 여자도 있죠. 그런데 왜 나이에 부딪혀 빨리 뭐가 되려고 하지? 라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보면 꾸준히 가는 게 중요하고, 계속 걷는 게 중요한 거지, 빨리해서 뭘 이룬다고 그게 전부는 아니잖아요. 사람은 항상 자기의 때가 있고, 시간이 있고, 자기가 걸을 수 있는 속도가 각자 다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남들과 비교를 잘 안 해요. 대신 스스로에게 물어요. '너는 너 기준으로 최선을 다하고있냐?' 이렇게요."


숫자로 평가할 부분은 아니지만, 그의 졸업 평점도 높았다. 강한나는 "똑똑하다고 잘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고 열심히 하다 보니 얻어진 거라"라며 자신을 낮췄지만, 스스로에 가하는 채찍이 느슨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이 강한나라는 이름을 몰랐던 시간에도 스스로 필름메이커스 등의 사이트를 돌며 20대 여자 연기자를 찾는 오디션을 봤다. 스스로 슬럼프에 빠져서 갇히는 게 더 두렵다고 말하는 그다.


"연기에 대한 주관이 크게 뚜렷한 것 같지는 않아요. 제가 살아가면서 새롭게 느껴지는 게 있는 거고, 이렇다고 생각했는데 살아보니 뒤집어질 수 도 있는 거고요. 연기라는 게 기술이 아니니까요, 사람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관찰과 이해라고 생각해서, 정확한 주관이 있다기보다 계속 새롭게 느끼고 알아가는 것 같아요."


한편, 강한나 더스타 HD인터뷰 기사와 영상을 보고 애정 가득한 댓글을 남겨주신 분들 가운데 세 분을 엄선해 강한나의 친필사인이 담긴 폴라로이드 사진(1명) 또는 <순수의 시대> 팜플렛(2명)을 증정한다.


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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