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종석 "연기를 잘하고 싶은데 점점 힘들어져요"
기사입력 : 2015.02.07 오전 8:01
이종석 인터뷰 / 사진: 웰메이드 제공

이종석 인터뷰 / 사진: 웰메이드 제공


이종석은 늘 대중의 주목을 받아왔다. 첫 출연한 ‘시크릿가든’(2010)부터 ‘너의 목소리가 들려’(2013), 최근 종영한 ‘피노키오’(2014)까지 드라마는 끝났어도 꽤 많은 사람이 그를 기억한다. 또래 배우들이 부러워할 법만큼 필모그래피를 알차게 채운 이종석의 얼굴은 웬일인지 수심으로 가득했다.


사회부 기자들이 진실을 추적하는 내용을 그린 ‘피노키오’에서 이종석은 “사람들은 기자가 진실만 전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기 말이 다른 사람 말보다 무섭다는 걸 알았어야 한다. 신중하고 신중했어야 한다”고 말할 만큼 정의를 위해 노력하는 신입 기자의 모습을 열연했다. 서슬 퍼런 눈빛과 핏대 세운 열변에 이종석과 맞선 캐릭터들은 움찔했고, 시청자는 잘못한 것 없이 뜨끔했다. 섬세한 감정 연기와 캐릭터의 성장을 잘 표현했고 연기력을 분명 일취월장했다.


하지만 올해 햇수로 데뷔 6년 차를 맞은 이종석은 “배우 생활이요? 점점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라며 풀이 죽는 듯 조용하게 말했다. “연기를 잘하고 싶은 욕구가 큰데 성장 폭이 눈에 띄게 드러나지 않으니까 힘들어요. ‘닥터 이방인’ 끝나고 지쳤던 것 같아요. 휴식할까 했는데 그때 쉬면 오래 쉴 것 같았고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같이 했던 박혜련 작가님과 조수원 감독님이 ‘피노키오’를 하신다기에 함께 하면 힘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번에는 ‘힐링’하면서 찍었어요.”



데뷔 이래 처음으로 기자 역할을 맡았던 이종석은 뉴스 제목만 보던 이전과 달리 내용도 꼼꼼히보고, 사회나 정치면에 대한 관심도 갖게 됐다. 그는 인터뷰의 의도와는 별개로 글을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며, 글쓴이가 어떤 방향과 의도로 글을 쓰는지 알게 되어 기사를 보는 방법 또한 달라졌다고 했다.


“기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보도되더라고요. 최근엔 유치원 선생님 폭행 관련 기사가 나간 이후에 전국적으로 화제가 되다 보니 다른 곳에서 일어나는 관련 사건들이 계속 보도되는 걸 봤어요. 연예면은 클라라 씨의 다른 기사들이 다른 주제로 계속 연관돼서 올라오고요.”


‘피노키오’를 통해 이종석은 언론에 대한 시각 외에도 사람들의 소중함을 느꼈다. 슬럼프에 빠졌을 때 황금기를 같이 누린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함께했던 소중한 인연들과 재회한 이종석은 대뜸 눈물이 많아졌다고 털어놓았다. ‘닥터 이방인’을 하기 전부터 우는 사진만 봐도 슬프고 대본만 봐도 울었던 그는 드라마를 보며 주인공과 함께 울기도 했다며 “감수성이 좋아졌다”고 했다.


“극중 형 기재명(윤균상)을 만나고 형의 이야기를 보도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양아버지 최공필(변희봉)에게 파양을 요청하는 장면에서 대본에는 ‘감정을 감추고’라고 써져 있었지만 계속 눈물이 났었어요. 감독님께서 기운 빠져서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면서 안 울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는데도 계속 울었어요.”


지난해부터 ‘남자다운 역할’에 대한 갈망이 있던 이종석은 여리여리한 미소년 느낌을 지우고 싶었다. 그래서 동년배인 영화 ‘강남 1970’ 속 이민호와 ‘기술자들’ 김우빈의 남자다움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는 “겹치진 않아서 좋아요. 저는 로코나 말랑말랑한 건 자신 있으니까요”라고 자신을 내세울 줄 알고 있었다. 부족할 것 하나 없어 보이는 그이지만, 자신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내세운 탓인지 요즘에 다시 연기를 배우고 있다.


“처음엔 제가 친구들이 수업하는데 와서 함께 연기를 배우니 ‘얼마나 잘하나 보자’는 식으로 보는 눈빛이 너무 힘들었어요. 나도 너희들과 다르지 않은데 싶었죠. 나중에는 재미있었어요. 친구들과 수업하고 나면 새로 느끼는 것도 많고 같은 대본으로 연기해도 표현하는 방법이 달라서 공부가 됐죠. 연기 수업도 그렇고, 또래 배우들의 작품을 찾아 보기도 해요. 내가 못 쓰는 감정이나 표현을 보면 매우 부럽고 열등감도 생겨요.”


언제나 초심을 다잡고 있는 이종석은 ‘관상’을 찍으면서 선배 배우들과의 호흡이 연기에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 지 잘 알게 됐다. 조연이라도 선배들과 연기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던 그가 만나고 싶은 배우는 ‘닥터 이방인’에서 박훈(이종석)의 아버지 박철 역을 맡아 특별 출연했던 배우 김상중이다.


“선배님과 힘들 게 찍었는데 정말 재미있으세요. 웃긴 얘기 하는데도 무게 감은 놓지 않으시고요. 스포츠카를 타고 드라이브하실 정도로 멋있게 사세요. 자주 연락 드리고 싶은데 성격이 그렇지 못해요. 팬의 입장으로 선배님의 작품을 보고 있어요. 최근 출연하신 ‘나쁜 녀석들’도 간간이 봤어요.”


‘공감’할 수 있을 만큼의 ‘칭찬’을 받을 때 더 몰입하게 되고 성장하게 된다는 이종석. 감수성 충만한 이종석의 2015년 목표는 연기 변신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도 아닌 ‘행복 찾기’다.


“어제 인터뷰할 때 ‘뭐할 때 행복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아무 생각이 안 났어요. 행복하지 않은 거로 어제 결론을 내렸죠. 저는 소소한 행복을 찾으려고요. 일하고 성취감을 얻는 것 말고 작게나마 느끼는 행복에 감사하면서 살기로요.”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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