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여진구 "내 시간은 내 것으로 살고 있다"(내심장을쏴라)
기사입력 : 2015.01.31 오전 9:00
'내심장을 쏴라' 여진구 / 사진 : 더스타 현성준 기자,star@chosun.com

'내심장을 쏴라' 여진구 / 사진 : 더스타 현성준 기자,star@chosun.com


"네 시간은 이제 네 거야." <내 심장을 쏴라>에서 승민(이민기)은 세상을 향해 숨기를 거듭하는 수명(여진구)에게 말한다. 그 순간 이후 수명의 시간은 그의 것이 된다. 수명은 숨기보다는 자기에게 상처를 줬던, 그 세상을 향해 발을 뗀다.


해가 바뀌어 고등학교 3학년이 됐다. 그래서 여진구를 만나자마자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다. 각기 다른 매체의 기자들을 몇십 명씩 만나는 건 성인 배우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사진 촬영을 마치고 급히 뛰어온 여진구는 "제가 말하는 걸 워낙 좋아해요"라며 웃음 짓는다. 그렇게 '배우' 여진구의 인터뷰가 시작됐다.


그가 출연한 전작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는 청소년 관람 불가였다. 그래서 그는 완성된 작품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여진구가 25살의 청춘 '수명'으로 등장한 <내 심장을 쏴라>는 볼 수 있었다. '아역'이라는 이름을 뗀 자신의 연기를 그는 떨리는 마음으로 처음 마주했다. "언론 시사회 때 한 번 봤어요. 떨려가지고 제대로 못 봤어요. 다시 한 번 제대로 자세히 좀 봐야 할 것 같아요."


<내 심장을 쏴라>에서 여진구가 맡은 '수명'은 세상을 향해 숨는 인물이다. 반면 이민기가 맡은 '승민'은 자신이 생각한 것을 그대로 밀고 나가는 시한폭탄 같은 극과 극의 이미지다. 여진구에게 승민은 마치 자신의 모습같았다. 하지만 수명은 도대체 왜 저렇게 사는지 이해가 안됐다. 그래서 끌렸고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하지만 점점 자신의 속에서 수명을 발견했다.


"제가 수명이랑은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어떻게 보면 수명이 같은 모습이잖아요. 수명이라는 역할을 제대로 상대하지 못한다는 게요. 그걸 깨달으면서 '왜 그랬지'하는 후회와 함께 기쁨도 있었던 것 같아요. 나에게도 수명이 같은 모습이 있었구나 하면서요."


여진구 / 사진 : MBC '해를 품은 달' 방송캡처, 영화 '내 심장을 쏴라' 스틸컷

여진구 / 사진 : MBC '해를 품은 달' 방송캡처, 영화 '내 심장을 쏴라' 스틸컷


여진구가 배우로서 첫발을 디딘 건 8살 때 영화 <새드무비>를 통해서였다. 그리고 지금은 고등학교 3학년, 19살이 됐다. 아역 배우였던 만큼 부모님과 함께 다닌 시간이 많았다. 과거 인터뷰에서 그는 '사춘기가 사춘기인지도 모르게 지나갔다고, 부모님과 다니니 부모님 심기를 건드려 좋을 것도 없고'라는 말을 했었다. 남들보다 너무 이른 사회생활에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저한테는 그런 게 지나가는 생각들이다 보니 '수명이 같다'라는 생각을 못 하고 있었어요. 저 역시도 수명과 승민이를 왔다 갔다 하더라고요. 보면서 좀 놀랐어요. 왜 내가 '수명'이 같다는 생각을 전에도 했다는 걸 몰랐을까 싶더라고요. 그런 게 죄송하기도 해요.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초반에 더 좋은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고요."


그래서 여진구에게 승민의 대사처럼 본인의 시간을 본인의 것으로 생각하고 살고 있느냐고 물었다.


"저는 '승민'에 가깝게 살아온 것 같아요. 제시간을 '연기'라는 것에 가장 많이 사용하고, 또 제가 사용한 시간 이상으로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한 마음이죠. 연기로 무언가를 표현할 때마다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건 사실이니까 저는 안전하고 이런 걸 택하기보다 성과가 좋건, 나쁘 건 그 속에서 배울 게 있다고 생각하는 작품에 도전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제가 '수명'과 멀다고 생각했던 걸 수도 있어요."


여진구에게 <내 심장을 쏴라>가 첫 성인연기는 아니다. 2013년에 시작해 지난 해까지 방송된 tvN 시트콤 '감자별2013QR3'에서 24살의 청개구리 기질의 프로그래머 역할을 맡아 하연수와 러브라인까지 보여줬다. 그는 '아역'이라는 꼬리표를 대중들의 뇌리에서 자연스레 지워가고 있다. 심지어 '진구 오빠'라는 애칭까지 생겼다.


"이번 작품도 아역배우를 넘기 위해 택한 작품은 아니에요. 아역배우라는 걸 신경 쓰지도 않았고, 신경 써봤자 벗어나야겠다는 압박감이나 생기지 좋을 것도 없다고 생각해요. 사실 억지로 한다고 해서 대중들이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건 아니잖아요. 대중들이 자연스레 받아들이려면 저도 자연스레 넘어가야 하는데 제가 일부러, 억지로 넘어가려고 하면 '아이고 애쓰는구나' 이런 생각밖에 안 들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관객들에게 맡겨두는 편이에요. 자연스레 시간이 흐르면 뱀이 허물을 벗듯 자연스레 벗겨지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에게 지나가는 시간은 소중하다. 고등학교 3학년이라 고민이 한창 많을 시기인데도 그는 "남들이 하는 고민을 저도 하죠, 고3이니까. 공부, 입시 이런 게 고민이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은근히 기대도 많이 돼요"라고 답한다. "올 한해, 제가 어떤 해를 보내게 될지. 공부든, 연기든, 평상시 생활이든. 많은 걸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어요. 다른 어떤 해보다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도 되고요. 고민도 있지만 기대되고 기다려지는 느낌?"


여진구는 <내 심장을 쏴라>라는 제목이 처음에는 독특하다 생각했고 지금은 청춘을 대변하는 최고의 제목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만큼 용기도 있고, 패기도 있고, 자신도 있고요. 사람한테 '내 심장을 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자신의 삶을 상대하고 있다는 말 같아요." 자신이 꿈을 향해가는 활공장이 '연기'인 것 같다는 여진구, 그가 곧 대중들에게 '내 심장을 쏴라!'라고 외칠 것 같다.


▶[인터뷰①] 여진구 "내 연기에 자신감이 없었다" 와 이어집니다.


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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