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여진구 "내 연기에 자신감이 없었다" (내심장을쏴라)
기사입력 : 2015.01.31 오전 8:00
'내 심장을 쏴라' 여진구 / 사진 : 더스타 현성준 기자,star@chosun.com

'내 심장을 쏴라' 여진구 / 사진 : 더스타 현성준 기자,star@chosun.com


"미안하구나, 잊으려 하였으나 너를 잊지 못하였다." 한 마디에 여심이 들끓었다. 2012년 '해를 품은 달'에서 여진구의 등장이었다. 이후 대중들은 '여진구'를 잊지 못하였다. 여성들은 자신의 나이를 떠나 '진구 오빠'라는 애칭을 부르기에 주저함이 없었다. 그리고 3년 후인 지금 영화 <내 심장을 쏴라>에서 여진구는 청춘을 말하고 있다.


영화 <내 심장을 쏴라>는 동명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여진구는 큰 충격을 받은 이후 수리 정신병원에서 소심한 성격에 가위 공포증까지 지닌, 자신의 인생에서 숨어지내는 '수명' 역할을 맡았다. '수명'은 병원에 도착하는 날 자신이 생각한대로 주저없이 돌진하는 시한폭탄 같은 '승민'(이민기)을 만나 인생의 변화를 맞는다. 아직은 고등학생인 그가 극 중 이민기와 동갑내기로 등장한다. 그리고 '청춘'이란 단어가 대중들에게 설득력이 있을까 우려도 있었다.


여진구는 "수명이라는 인물에 끌렸던 것 같아요"라며 심플하게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안에 담긴 메시지도 좋았지만, 승민이는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알 것 같고, 저랑 성격도 비슷하고 하니까 친밀감이 있었다면 수명이는 왜 저렇게 사는지 정말 모르겠더라고요. 저랑 너무 달라서 돌아보게 하는 것 있잖아요. 그래서 좀 알고 싶어진 게 더 컸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동시에 느끼긴 했어요. 수명이를 소화하는 게 쉽진 않겠구나."


그의 예상처럼 여진구와 '수명'이 만나는 길을 험난했다. 폐쇄병동을 직접 경험하기에는 한 번 들어가기도, 다시 나오기도 힘들었다. 인터넷에도 자료를 찾기 어려웠다. '정신병자'들을 소재로 한 작품들도 찾아봤지만 '수명'을 만나기는 어려웠다. 실제로 정신 병동에 근무하는 간호사님도 만나뵙기도 했다. 상상을 해보기도 했지만, 추측에 매달려서 '수명'이란 인물을 그려내는 건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원작 소설에 매달렸다.


"소설 속에는 과거도 있으니까요. 수명은 과거에는 표현은 했지만 맞서 싸우진 않았어요, 지배당하는 느낌이었고요. 수명이가 그 병에 맞서지 않고 받아들여 버린 게 문제인 것 같아요. 자기가 힘을 쓰고 싶지 않은 거죠. 뭔가에 맞서서 승민이처럼 부딪히고 도전하면, 다치고, 피가 나고, 몸도 마음도 아프니까 그런 게 싫었던 거죠. 어떻게 보면 똑똑한 것 같기도 해요. 수명 같은 경우는 상처도 있긴 하지만 세상이 나를 떠나갔다기보다 내가 세상의 위에 있는 느낌이라고 느꼈어요. 작가님께서 '수명이는 똑똑한 아이'라고 하신 것에 눈이 떠진 것도 있고요."


영화 '내 심장을 쏴라' 스틸컷

영화 '내 심장을 쏴라' 스틸컷


특히 <내 심장을 쏴라>를 연출한 문제용 감독은 디렉팅보다 배우들의 선택을 믿는 연출 스타일을 지녔다. 여진구에게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는 "<내 심장을 쏴라> 촬영할 때 감독님께서 저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분에게 '편하게 연기해줬으면 좋겠다'하셔서 처음엔 당황하기도 하고, 아직은 그렇게 하기엔 제가 부족하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감독님이 일부러 그런 것 같기도 해요. 배우가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신 것도 같고"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문제용 감독은 실제로 그 말을 지켰다. 여진구에게는 더욱 말을 아꼈다. 그는 감독님이 분명 말하고 싶으신 것도 많으셨을 텐데 일부러 참은 것 같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이는 그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었다. "수명이가 리액션적인게 많다 보니까 예측하고 준비한다고 해서 제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고요. 사실 현장에서 많이 바뀌었어요. 생각한 것처럼 감정이 들 때도 있지만 정 반대의 감정이 들 때도 있었고. 그냥 그때그때 드는 감정에 충실했던 것 같아요. 저도 그렇고, (이)민기 형도 그렇고."


여진구는 그렇게 수명에 몰입해갔다. 특히 이민기와 보트 타는 장면에서는 실제로 쾌감을 느꼈다. 풀샷이라 소리가 들어가지 않는데도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그때를 회상하는 그의 목소리에도 화색이 돌았다. "그때 날씨도 되게 더웠거든요. 그런데 정말 좋은 거예요. 둘이 보트 타고 달리는데 풍경도 너무 좋고 그래서. 형이랑 되게 신기했어요. '진짜 좋지 않냐?' 이러면서 찍었어요. 온종일 보트 위에 있으니까 촬영분을 바로 확인 못 하고 찍고 와서 보고 다시 나가고를 반복했는데, 다시 갈 때마다 형이랑 둘이 신나가지고 '나가죠, 나가죠!' 이랬어요. 실제로 보트 두 대를 넘어가는 풀샷을 찍는데 진짜 두근두근 거리는 거예요. 그러다가 딱 두 대를 지나치니까 쾌감에 막 소리를 지르고 했죠. (이)민기 형이랑 저랑 둘 다 목이 쉬고 그랬어요."


그렇게 한 몸처럼 붙어있던 이민기는 지금 군대에 가고 없다. 여진구는 <내 심장을 쏴라>의 주연으로서의 책임감의 무게를 견뎌야 했다. 그래서 '개그콘서트'나 '해피투게더'같은 예능 프로그램에도 얼굴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그 무게가 작지도 크지도 않다고 말한다. "저는 주연일 뿐이고 많은 스태프 형, 누나들과 같이 작업했잖아요. 어쨌든 대표하는 느낌으로 인터뷰도 하고 그러는데 혼자 책임진다는 느낌은 아니에요. 책임감은 느끼고 있지만, 너무 거기에 휩싸여있진 않은 상태인 것 같아요."


<내 심장을 쏴라>에서 여진구는 '수명'의 첫인상 그대로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회상했다. 원작을 본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주지 않을까도 우려의 몫이었다. 하지만 그는 처음으로 현장에서 부딪혀보자는 생각으로 리액션할 때도 이민기의 모습을 보고 지어지는 표정을 그대로 카메라에 담았다. 그게 안타까움이건, 순간 경악이건, 놀랐건 그 감정보다 먼저 있는 그대로를 담았다. 그래서 더더욱 <내 심장을 쏴라>는 여진구에게 고민과 쾌감을 함께 준 작품이었다.


"이 작품으로 엄청난 경험을 했잖아요. 소중한 게 쌓였죠. 곧 영화 <서부전선>도 개봉하고, 올해만 해당하는 결심만은 아닌데, 앞으로도 한해한해 조그만 거라도 쌓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작품으로든, 경험으로든. 쌓을 수 있는 시간이 꼭 있었으면. 허투루 보내는 시간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대중들이 여진구를 잊지 못하게 만들 생각인가 보다.



▶[인터뷰②] 여진구 "내 시간은 내 것으로 살고 있다" 로 이어집니다.


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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