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채원 "여자 나이 서른? 하나도 안 움찔해요" [인터뷰②]
기사입력 : 2015.01.25 오후 12:02
오늘의 연애 문채원 인터뷰 / 사진 : 더스타 현성준 기자,star@chosun.com

오늘의 연애 문채원 인터뷰 / 사진 : 더스타 현성준 기자,star@chosun.com


'서른 잔치는 끝났다'라는 책이 있다. 그만큼 '서른'이란 나이는 그 단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남녀 모두에게 책임감에 대한 무게를 지워주는 단어지만 유독 여자에게 '서른'은 나이 먹어감의 두려움과 쓸쓸함을 준다. 문채원은 그 나이다. 하지만 저런 이야기를 했을 때 내 오른쪽 팔을 잡고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건 아니에요"라며 걱정어린 눈빛을 보냈다.


문채원은 줄곧 로맨틱코미디 장르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번이 그녀가 선택한 작품은 <오늘의 연애>. 18년 동안 자신의 뒤를 지켜와주던 '준수'(이승기)와의 사랑을 '발견해가는' 이야기다. 원래 제목은 <세 남자의 그녀>였다. 문채원은 그렇게 회의적이던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한 중심에 섰다.


"로맨틱 코미디를 별로 안 좋아하고, 하게 될 거라 생각도 못 했어요. <오늘의 연애> 시나리오 보고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런데 누가 옆에서 '서른 되기 전에 로맨틱 코미디도 한 작품 하는 게 어떻겠냐' 얘기를 하시는데, 그 말이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보여줄게' 이런 대단한 욕심은 아니었고 그냥 제 모습이 궁금하더라고요. 로맨틱 코미디에서의 모습이. 그래서 하게 됐어요."


로맨틱 코미디에서 본 자신의 모습에서 문채원은 '번지점프' 장면을 잘했다고 꼽았다. 그는 "'사실 하고 나서 정말 못할 짓이다, 내가 이걸 왜 했느냐, 명만 줄었다' 이런 생각들을 많이 했어요. 또 제 얼굴이 그 큰 스크린에서 만득이 같이 나왔잖아요. 사실 대본에는 '날씨가 너무 좋습니다' 이런 거였는데 마지막에 '그만해! 어떡해!'이렇게 소리 지르잖아요. 그건 후시 녹음도 아니고 실제 촬영 당시 마이크에서 나온 소리거든요. 그런데 일반 관객들이 '헐 진짜 뛰었어, 진짜 뛰었어' 하시는 걸 들었어요. 그래서 '리얼하게 봐주시는 분들이 있구나, 쓸데없는 걸 한 게 아니구나 잘했다' 생각했죠"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오늘의 연애>를 찍으면서 그는 자신의 연애 세포도 깨웠다. 29살이 되면서 여러 가지 생각도 변하고, 연애에 대한 생각도 변한 게 사실이었다. 문채원은 "두려워지는 게 많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이러다 연애도 안 하고 그냥 시집가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도 했었는데, 이번 영화를 찍었으니까요. 그 전후로 두려워하고, 계산하고 했던 게 괜찮아지면 좋겠다, 좀 더 풋풋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라고 말했다.


"그래, 연애는 기분 좋으려고 하는 거였지, 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어요. 나이가 서른이 되니까 제가 좋다고 다 만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부모님도 걸리고. 그런 생각이 많아지니 연애가 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기분 좋으려고 하는 게 연애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같이 있어서 즐겁고, 호감이 있는 사람이 나타나면 나도 용기를 내봐야겠다, <오늘의 연애>라는 영화까지 찍어놓고 정작 내가 계산적이고 현실적으로 되는 게 웃긴다 싶기도 하고요. 지금은 그냥 기다리는 중...?"


문채원은 유머러스한 사람에게 끌린다고 말했다. 그냥 영화 속 '준수'(이승기)같이 웃기려고 하는 게 아닌데, 이야기를 맛깔나게 하는 사람. 마구잡이로 얘기하는 게 아니라 남자답게 '직진'으로 얘기하는 사람. 평범하고 조금은 소극적인 여자에겐 그런 사람이 더 맞는 것 같다고.


문채원 역시 서른이 되면서 사랑에 조심스러워졌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서른이란 나이에 움츠러든 적은 없다. 그는 "'연애하면서 지금 너무 행복해, 지금 너무 좋으니깐 이 시간이 좀 천천히 지나갔으면' 이렇게 생각해 본적이 한 번도 없어요. 물론 얼굴이 노화되는 건 싫죠. 하지만 이 나이에 주름 걱정은 오버인 것 같고. 어른들은 20대가 제일 좋은 시절이라고 하시는데 요즘은 치열하고, 경쟁적이고 하잖아요. 저는 오히려 이 시기가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라고 말한다.


"다양한 어른들을 보면서 나는 나이를 잘 먹어야지'라는 생각도 들고요. 이 일을 한다고 '여배우' 이것만 외치면 너무 각박하지 않아요? 여기에만 사는 사람 같잖아요. 결혼할 수도 있고. 언제까지 여배우일지도 모르는 거고. 이것만 좋다고 너무 이 생각만 하면 갇히는 것 같아요. 한 남자를 너무 좋아하면 그 사람이 떠났을 때도 계속 생각하게 되잖아요. 이 일도 너무 좋아하는데 그만큼 그런 두려움이 있어요. 너무 좋아하니까 되려 이 일에만 매달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죠. 안 그러면, 마음이 좀 그래요."


정리되지 않은 말 속에 문채원이 얼마나 '여배우'로서의 일을 사랑하는지가 느껴졌다. 그는 "밝은 캐릭터를 해보니 스릴러 같은 게 하고 싶어요. 저는 그런 작품을 할 때 참 힘들어요. 그래도 약간 스릴러나 좀 극적인 요소가 많은 캐릭터를 하면 사람이 실컷 울면 시원하다고 하잖아요. 어딘가 그런 매력이 있어요. 아마 지금 영화까지 하고 나면 내후년에는 그런 캐릭터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라고 앞으로의 욕심을 보였다.


문채원은 <오늘의 연애>를 찍으며 연애 세포를 깨웠다. 서른이란 나이보다 중요한 건 연애할 때의 기분 좋음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는 "나이 먹는 게 자랑이야 이럴 수도 있는데, 저는 좋아요. 제가 철없고 아무것도 모르고 개념 없고 이런 것보다, 지혜가 많이 생겼으면 해서 나이 드는 건 좋은 것 같아요"라며 내일의 문채원을 기대한다. 그렇다면 올해 문채원의 연애 기사를 볼 수 있을까? 체념한 표정의 그녀가 답했다.


"올해는 아닌 것 같아요. 너무 바빠요"


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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