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연애 이승기 인터뷰 / 사진 : 더스타 현성준 기자,star@chosun.com
이승기를 처음 만난 건 '구가의 서' 종영일이었다. 새벽까지 촬영을 마치고 온 그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질문에 특유의 보조개 미소를 띠며 성실히 답했다. 인터뷰 중간, 약간의 침묵이 흐를 때 그는 명함을 보며 '기자님 저한테 더 궁금한 것 없으세요?'라고 먼저 이름을 부르며 물었다. 인터뷰하면서 배우가 이름을 부른 건 처음이었다. 인터뷰라기보다 한 사람과 마주한 이승기는 그때와 변한 게 없었다.
이승기에게 사람을 만날 때의 매너를 칭찬하자 그는 이를 이선희 선배님과 소속사의 공으로 돌렸다. 그는 "정말 예의에 관해서 많은 교육을 받았어요. 전 아직도 배우나 예능, 가수 대기실 가면 다 찾아다니면서 인사해요. 그건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해야 해요. 안 하는 후배가 있다면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재차 자기 생각을 강조했다.
"그분들은 그 자리에서 모진 풍파를 겪어낸 우리 선배들이란 말이에요. 우리가 대접을 해주지 않으면 대접을 받을 수 없어요. 간혹 보면 아쉬운 분들도 많은데 그건 반드시 고쳐야 할 것 같아요. 저한테 인사하러 오라는 게 아니라, 정말 더 선생님, 선배님께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런 게 분명히 끈끈한 에너지를 낼 거예요."
이승기에게 누구보다 중요한 건 '사람'이었다. 특히 그는 "윤여정 선생님, 이순재 선생님, 이성민 선배님"을 꼽으며 감사함을 드러냈다. 그는 "이순재 선생님은 절 너무 예뻐해 주세요. 늘 조언도 칭찬도 아끼지 않으세요. 이번 주 일요일에도 먼저 전화 오셔서 같이 <오늘의 연애> 보러 가자고 하셨어요"라며 남다른 애정을 자랑했다.
"윤여정 선생님은 회사와도 친분이 있으시고 저랑 작품과 '꽃보다 누나'를 통해서도 인연이 있으세요. 사실 '너희들은 포위됐다' 드라마를 하면서 캐릭터 분석이나 이런 걸 다 해주셨어요. 처음에 한 씬가지고 5일을 했어요. '너가 이걸 했을 때, 이런 이미지면 좋겠어, 말투도 이랬으면 좋겠고, 표현도 이런 식으로 하면 좋을 것 같아'라면서 '그래서 벤치마킹은 손석희 아나운서야'라고 명확하게 말씀해 주셨어요. 어디 가서 얘기하고 다니지 말라고 그러셨는데 제가 너무 감사해서요."
이승기는 <오늘의 연애>의 출연을 확정 지었을 때도 윤여정 선생님을 찾았다. 그리고 스윽 대본을 건넸다. 이승기는 "대본을 보시고 전화가 왔어요. '야 이건 너무 20대 이야기라 내가 도와줄 게 없다'면서요. 그리곤 감독과 무수히 많은 얘기를 하라고 하셨어요. 만약에 똑똑한 감독이라면 대화 속에서 제 장점을 다 꺼내서 캐릭터에 녹여주실거라고요. 그래서 정말 감독님께서 많이 찾아내 주신 것 같아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박진표 감독과의 많은 대화를 통해 만들어진 <오늘의 연애>는 이승기의 첫 스크린 도전작이었다. '29살'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그 역시도 '영화 늦둥이'라며 영화계에 꽤 늦게 발을 디뎠음을 인정했다. 그는 <오늘의 연애>로 '이승기가 스크린에서도 어색하지 않은 배우'라는 평을 듣고 싶다고 말했고 이는 개봉 6일만에 넘어간 100만 관객의 수가 대중들의 대답을 대신했다.
'내 여자라니까'로 누나들의 마음을 울렸던 가수 이승기는 '소문난 칠 공주'를 시작으로 '찬란한 유산',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더킹 투하츠', '너희들은 포위됐다' 로 브라운관에서 배우로 입지를 굳혔다. 그리고 '1박 2일'과 '강심장', '꽃보다 누나'와 특별출연한 '삼시세끼'에서도 '허당'과 '노예' 캐릭터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이는 스크린까지 확대됐다.
"전 사람을 잘 믿어요. 그리고 믿는 것에 한해 진짜라고 생각하고 정말 열심히 하거든요. 그래서 제 모습에 사심이 안 담기는 것 같아요. 전 감독이 아니고 플레이어잖아요. 플레이어가 그냥 최선을 다할 때 가장 열심히 할 수 있거든요. 제가 제일 잘 볼 수 있는 눈은 '내가 여기서 어떻게 하면 좋겠다' 정도인 것 같아요. 어떤 작품, 어떤 프로그램 이런 것 보다 그 안에서 내가 돋보일 때, 돋보이지 말아야 할 때, 받쳐줘야 할 때를 잘 읽어내는 것 같아요."
한 곳에서 자신의 위치를 읽어내는 눈은 쉽게 얻어진 게 아니다. 그 눈을 만들어준 데에는 그가 말했듯 선배도 있을 것이고 좋은 지인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는 실제 끊임없이 공부 중인 학생이기도 하다. 대학원에서 문화 콘텐츠를 공부하는데 큰 뜻을 가지고 참여한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수업을 자주 빼먹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실제 시나리오를 쓰는 학생들의 습작을 함께 읽으며 시작하는 사람을 만날 기회라며 "신선한 생각들을 듣고, 그들을 어떻게 하는지 보면 재밌어요"라고 만족한다.
그를 만들어준 마지막 주인공은 출구를 모르는 그의 팬이었다. 실제 <오늘의 연애>의 개봉을 앞두고 제작보고회, 언론시사회, 그리고 인터뷰까지 팬들은 이승기를 위해 기자들에게까지 선물을 준비했다. 이승기는 <오늘의 연애>에서 자신이 맡은 캐릭터, 한 여자만을 18년 동안 바라본 '준수'와 자신의 팬이 닮았다고 말했다.
"정말 준수 같죠. 갈수록 더 고맙고 미안한 존재인 것 같아요. 제 활동에 매번 이렇게 소소하게 챙겨주는 게 얼마나 힘들겠어요. 가족들만 챙겨주기도 힘든데, 제가 뭘 해줬다고 저만 나오면 자기 일들처럼 더 나서서 저희 부모님보다 더 열성적인 것 같아요. 그런 걸 보면 고마우면서도 미안하고."
이승기의 인터뷰를 앞두고 다른 기자와 그에 대한 얘기를 하다 '임창정 이후 최고의 만능 엔터테이너' 라는 말이 나왔다. 그 말에 이승기는 "그런 평가를 들으면 감사하죠. 그러기 위해서 여기까지 달려왔는데"라며 환한 보조개 미소를 다시금 짓는다. 대중들은 그를 보기 위해 예능, 드라마, 영화, 무대를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이승기 역시 올해에도 엔진을 쉴 새 없이 가동 중이다.
▶ [인터뷰①] '오늘의 연애' 사랑꾼 이승기 도 같이 보세요
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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