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오늘의 연애' 사랑꾼 이승기
기사입력 : 2015.01.21 오전 11:42
오늘의 연애 이승기 인터뷰 / 사진 : 더스타 현성준 기자,star@chosun.com

오늘의 연애 이승기 인터뷰 / 사진 : 더스타 현성준 기자,star@chosun.com


18년 동안 한 여자의 뒤에 서 있던 남자가 있다. 영화 <오늘의 연애>에서 '준수'가 그렇다. 늑대 소년도 아니다. 평범하다 못해 조금 모자란 것도 같다. 그런 준수와 80% 이상 비슷한 것 같다는 이승기를 만났다. 이승기가 준수와 비슷하지 않은 20%는 아마 센스인가보다. 사랑을 이야기하는 29세 청년의 말에 이렇게 귀가 쫑긋한 걸 보면.


이승기와 만난 날은 영화 <오늘의 연애>가 <국제시장>을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날이었다. 싱글벙글할 줄 만 알았던 그는 수많은 인터뷰와 스케쥴로 목이 쉰 상태였다. 하지만 이내 "(관객이) 안 나왔으면 집에 누우려고 했어요. 1등이니까 나왔죠. 너무 좋죠"라며 너스레를 떨며 먼저 특유의 보조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이승기는 <오늘의 연애>에서 땅에 발붙인 로맨틱 코미디를 완성했다. 영화 속 인물들이 다니는 곳은 특별한 공간이 아니고 홍대, 이태원 등지의 사람들이 자주 가는 곳이다. 더불어 10대, 20대들이 쓰는 익숙한 말투와 언어는 이에 한몫했다. 이승기는 "헐 그럼 밀당하는 거임? 이런 말투가 카톡 말투잖아요. 처음에 입에 잘 안 붙었는데, 저는 그런 소소한 것들이 좋았어요"라고 말했다.


영화 속에서 준수는 '누나가 누굴 만나든지, 누굴 만나 뭘 하든지, 난 그냥 기다릴 뿐'이란 대사로 관객을 빵 터트린다. 첫 시나리오엔 없었다. 당일에 추가된 대사다. 이에 "이건 왜 처음 보는데 왜 입에 잘 붙지? 생각했어요"라며 웃음 지었다. 이는 2004년도에 발매된 이승기의 데뷔앨범 속 '내 여자라니까'라는 곡의 가사다.


"제 생각에는 시대를 앞서간 노래가 아닌가 싶어요. 제가 데뷔할 때만 해도 연상연하 커플에 대해 사람들이 선입견이 있었어요. 지금은 되게 자연스럽고 흔하잖아요. 그때만 해도 흔하지 않았거든요."


오늘의 연애 이승기-문채원 캐릭터 포스터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팝콘필름 제공

오늘의 연애 이승기-문채원 캐릭터 포스터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팝콘필름 제공


2004년도부터 남달랐나 보다. 앞서 공개된 인터뷰에서 이승기는 여자의 "내가 왜 화난 줄 알아?"에 어떤 반응을 해야 되는지에 정답을 내놨다. 놀랐다고 말하자 그는 "여자 화법과 남자 화법에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우리 영화가 그런 차이를 말해주는 것 같고"라고 답한다.


그 역시 차여본 적이 있다. 정확히 말을 옮기면 "제가 찼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차였던 것 같기도 해요. 자기가 말하기 힘들어서 차도록 유도했나 싶기도 하고"라고 말했다. 남자가 여자에 대해 알아야 할 것처럼 여자가 남자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 있냐 묻자 그는 "제 친구들이 연애를 정말 많이 했어요. 저는 그 친구들의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알잖아요. 그런데 남자가 달라지더라고요"라고 말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남자가 20대 초중반까지는 자극적인 여자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외모는 출중한데 성격적으로 좀 결함이 있는 것 같은 여자? 그런 면에 끌리더라고요. 제 친구들도 그땐 매일 울고 힘들어하면서도 싸우고 그러다가 또 만나고 그러더라고요. 저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되게 신기하다 했는데, 서른쯤 되니까 친구들이 편한 여자를 제일 좋아해요. 왜 여자친구랑 10시까지 놀고 그다음에 친구들과 한잔 하려고 먼저 들여보내면 대부분 안 좋아하잖아요. 그 날의 마무리까지 함께 하고프니까. 그건 뭐, 남자도 같겠지만. 그런데 (여자가) 잘 이해해주고, 남자를 믿어주고 그런 것에 정말 매력을 많이 느껴요. 20대 초중반이야 안정되지 않은 게 청춘의 매력이니까 그래도, 점점 자기를 잘 이해해주고 이런 사랑을 찾아가는 것 같아요."


그의 말에 귀가 쫑긋한다. 영화가 영화이니만큼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승기는 "사랑을 시작할 때 중요한 건, 설렘과 첫 느낌인 것 같아요. 그래야 마음을 열고 그 사람에 대해 궁금해지고 그러니까. 그런데 사랑을 지속할 때는 배려인 것 같아요. 결국, 서로에 대한 배려와 희생이 필요한 것 같아요"라며 사랑에 대해 말했다. 그럼 그가 생각하는 '오늘의 연애'에서 이어지는 이상적인 사랑은 무엇일까?


"세상 전부가 사랑은 아니잖아요. 물론 힘들 때 위안이 되고 사랑하는 사람과 있으면 행복하지만요. 인생의 행복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안에 사랑의 비중이 클 뿐인 것 같아요, 행복해지려면 자극적인 사랑보다는 조금 더 배려해주고 깊은, 아주 그냥 사골 같은 담백한 사랑?"


영화 <오늘의 연애>의 엔딩을 두고 호불호가 많이 갈렸다. 유치하다는 의견도 있었고, 의아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사랑하면 모두 바보가 된다는, 짜릿하고 결국은 유치한 게 사랑의 맛을 보여주는 결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이승기도 "저도 그 말에 동의해요"라며 ""실제 자신이 저기 서 있고 남자가 그렇게 해준다고 하면, 유투브에 올라올걸요? 그럴 것 같아요. 아 유치해, 오글거려 하지만 누가 저런 고백을 해준다면 평생 기억에 남는 프러포즈 아닐까요?"라고 덧붙였다.


이승기와의 인터뷰를 마치며 연애 고민거리를 가져갔으면 좋았을 뻔 했겠다 싶었다. 솔직한 대답들 속에서 이승기는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감정"을 사랑이라고 정의했다. "꼭 연인끼리 하는 것만 사랑이 아니니까요. 가족, 친구,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그런 마음들이 행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확실한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사랑을 이야기했던 그가 이를 원동력 삼아 보여줄 다른 모습을 기대해본다.


[인터뷰②] 이승기, 이래서 믿고 봅니다 로 이어집니다.


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픽콘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제 및 재배포 금지


키워드 오늘의 연애 , 이승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