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뷰] '워킹걸' 조여정-클라라가 만드는 성인동화, 섹시 그 이상
기사입력 : 2015.01.02 오후 4:58
'워킹걸' 리뷰, 조여정-클라라가 만드는 성인동화 / 사진 : 메가박스 플러스엠

'워킹걸' 리뷰, 조여정-클라라가 만드는 성인동화 / 사진 : 메가박스 플러스엠


그냥 그런 영화일 줄 알았다. 영화 <워킹걸>(감독 정범식)은 개봉 전부터 조여정의 S라인과 클라라의 가슴라인을 강조하며 이미 익히 알고 있는 그 둘의 섹시함만을 강조한 영화일 줄 알았다. 하지만 뚜껑이 열린 <워킹걸>은 달랐다.


영화 <워킹걸>에서 국내 최대 장난감 완구기업의 최고 유망주인 워커홀릭 '보희'(조여정)는 중요한 프레젠테이션 날 최악의 실수를 저지르며 해고를 당한다. 그 후, 보희는 몸매가 다 드러나는 파격적인 옷차림과 성인용품 가게 CEO라는 타이틀로 동네에서 손가락질당하는 '난희'(클라라)와 만나 그녀의 폐업 직전의 성인용품 가게를 '까사아모르'라는 당당한 오픈 공간으로 공개하며 은밀한 동업을 시작한다.


<워킹걸>의 한 포인트는 보희가 근무했던 국내 최대의 장난감 완구 기업 '토이 앤 조이'와 난희의 성인용품 가게와의 대비다. '토이 앤 조이'에서 보희는 야근을 일삼고 그 누구보다 출중한 실력을 인정받으며 워커홀릭의 면모를 보인다. 그만큼 가정생활에서는 빈틈이 많다. 딸의 축구시합 일정은 핸드폰보다 모른다. 한 침대를 쓰는 남편 '구강성'(김태우)에게는 "그것 좀 치워줄래?"라는 차가운 말을 건네 남편을 남몰래 눈물짓게 한다.



장남감 회사 '토이 앤 조이'는 팀 버튼의 영화 같은 아기자기한 면모를 강조한다. 하지만 장난감 자동차를 타고, 미니마우스 머리띠를 한 팀장 보희의 등장은 웃음이 아닌 팀원들의 기립 인사를 부른다. 아기자기한 면모와 대조되는 위계질서다. 회사에서 보희는 '커리어우먼'의 말투로 말한다. 아무리 동화 속 나라 같은 '토이 앤 조이'라도 직장은 직장이다.


'토이 앤 조이'에서 해고당한 뒤 보희는 '커리어우먼'의 말투를 내려놓는다. '난희'와의 사투(?) 이후, 술 한잔 기울이며 두 사람은 오르가슴에 관한 대화를 나누고, 난희의 가게에서 가져온 성인용품을 사용해본 그녀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다. 극 중 나오는 말처럼 '잔다르크'가 되어 음지에만 존재했던 성인용품 가게를 양지로 끌어올리며 '까사아모르'라는 이름을 짓는다.


보희는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대변했지만 위계질서로 가득찬 모순적인 '토이 앤 조이'에서 벗어난 이후, 음지에서만 이야기되던 어른들의 세계인 성인용품 가게를 '까사아모르', 즉 '사랑의 집'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여기서 끝이라면 두 여자의 성공 스토리 정도에 자극적인 '성'을 결부시킨 섹시코미디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워킹걸>은 가족과 연인, '사랑'이라는 중심을 놓치지 않는다. '보희'는 '토이 앤 조이'에서 일에 치여 잊고 살았던 가족을 '까사아모르'를 통해 발견한다. 딸 아이의 경기장을 찾아 소란스런(?) 응원을 하고, 구강성의 코피를 부르는(?) 뜨거운 열정을 찾는다.


성인용품 가게 CEO로 살아온 '난희'는 제품이 아닌 사람을 만난다. 웃기만 했는데 웃기는 '경수'(고경표)와의 만남이 그것. '난희'는 화려한 외관 속에 가려진 상처 많은 내면을 '까사아모르'를 통해 치유하고 사랑(?)을 찾게 된다.


<워킹걸>을 연출한 정범식 감독은 "섹시라고 하면 통념적으로 얘기하는 것들이 선입견과 편견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살면서 사람들이 야릇한 이미지를 좋아할 수도 있는데 그것이 죄스럽고 수치스럽게 느끼는 것 자체를 유쾌한 방식으로 바꿔보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그 말처럼 보희와 난희는 여성의 성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로 보수적 성향에 대한 당당한 반론을 제기한다. 하지만 그 모습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른들을 위한 웃음을 주고, 때로는 감동을 준다. 그래서 더욱 <워킹걸>을 단순히 성을 상품화한다는 말대신 그 이상의 '성인동화'라고 말하고 싶다.


한편, 조여정과 클라라를 비롯 김태우, 김보연, 라미란, 배성우, 고경표까지 함께 보여주는 당당한 웃음과 섹시함, 그리고 감동은 오는 1월 8일 개봉하는 영화 '워킹걸'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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