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빅매치' 보아 "저도 사람이라 인간미도 있고요"
기사입력 : 2014.11.30 오전 10:20
'빅매치' 보아 / 사진 : 더스타 현성준 기자,star@chosun.com

'빅매치' 보아 / 사진 : 더스타 현성준 기자,star@chosun.com


"You're still my No.1." 노래 때문이었을까, 여전히 보아는 넘버원이다. 만 13세, 데뷔 당시 무대에서 그랬고 시간이 흐르며 'K팝스타'에서 후배들을 양성할 때도 그랬다. 그리고 29살이 된 보아는 또 다른 문을 열었다. '빅매치'와 보아의 만남이 대중들의 기대를 모은 건 그 때문이다.


'빅매치' 포스터를 보면 한 여자가 남다른 포스(?)로 서 계신다. 왠지 존댓말을 써야 할 것 같은 포스다. 하지만 그 말을 참 많이도 들었다,  '이 사람이 보아야?' '빅매치'에서 보아는 의문의 빨간 천사 '수경' 역을 맡았다. 애당초 예뻐 보이려는 생각은 없었다. "제가 생각해도 수경이가 화장하거나 꾸미고 다닐 것 같지 않았거든요. 되게 편하고 추레하게 다닐 것 같고. 많은 분이 못 알아보신다고 하니 성공한 것 같아요."


수경은 '빅매치'에서 에이스(신하균)이 설계한 게임의 말이 된 익호(이정재) 이전의 말이었다. 언론 시사회 현장에서 보아가 "막상 제 부분이 좀 아쉬워서…그렇죠, 감독님?"이라고 물었던 건 수경의 과거 이야기가 빠진 것에 대한 서운함의 표현이었다. 수경은 사실 무거운 캐릭터였다. '빅매치'의 속도감과 오락영화의 통쾌함과는 거리감이 있었다. 보아는 장단점이 있을거라고 말했지만 자신의 씬 하나가 통으로 날아간 뒤 처음으로 등장하는 수경에 관객들이 생뚱맞고, 어색하다 느낄까하는 우려가 먼저였다.



보아는 '빅매치'에서 남다른 액션을 선보인다. '익호'를 다음 미션으로 안내하는 역할인 만큼 운전 실력도 남달라야 했다. 그래서 직접 카체이싱 장면도 소화했다. 무서울 만도 했지만 보아는 "두려움은 전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요구하시는 레벨이 높아지셔서 조금 겁났던 정도?"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서 있는 카메라를 향해 차를 운전하는 게 아니라 긴박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카메라는 차를 향해오고 차는 카메라를 향해가며 중간 점에서 딱 멈춰야 하는 고난도의 기술도 소화해야 했다고.


몸이 힘든 장면들도 많았지만 보아는 가장 우려했던 장면으로 익호에게 다시 돌아가기로 하는 장면인 '사물함씬'을 꼽았다. 몸보다 마음을 보여줘야 하는 장면이었다. "액션씬은 사실 액션을 함으로서 표정이 자연스레 나오기 때문에 생각하지 않아도 열심히만 싸우면 잘 담길만한 부분이라 감정씬이 훨씬 어려웠던 것 같아요. 특히 수경은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변화가 많아서 그런 부분이 자연스레 드러날 수 있게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빅매치' 현장을 바빴다. 촬영이 빡빡하게 진행되서 밥 먹을 여유도 없었다. 그래서 회식도 한 번 없었다고 말했다. 초반부터 힘든 작업에 투입됐다. 하지만 보아는 아무렇지 않게 "그럴 마음으로 들어간 작품이에요"라고 말했다. "사실 쉽게 가고 싶고, 인기를 얻고 싶었다면 더 예쁘고 그런 캐릭터를 맡았겠죠. 그런데 뭔가 한 번 세게 부딪혀보고 싶었어요."


주변의 반대도 없었던 건 아니다. '연애를 기대해'에서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가 있는데 영화에서 이렇게 센 걸 꼭 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고 주변 사람들은 말했다. 하지만 보아의 생각은 달랐다. "이런 캐릭터를 만나는 건 정말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굉장히 어렵게 들어간 만큼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요. 내가 하겠다고 한만큼, 후회 안 할 정도로."


참, 여전히 '넘버원' 다운 태도다. 그래서일까, 보아는 현장에서 많은 선배님이 '보아는 계속 연기했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셨었다고 했다. 대선배님들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굉장한 힘이 됐다고 말했지만 아마도 그 말은 보아에게서 나왔을 거다 싶다. '빅매치' 현장에서 막내였던 보아는 "되게 좋던데요, 제가 어디 가서 그런 귀여운 대접을 받아보겠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SM엔터테인먼트 서열 3위, 'K팝스타'의 멘토, 데뷔 15주년, 29살의 나이. 보아를 설명하는 키워드들이 어찌 보면 강해야만 했던 보아의 시간을 대변하는 것 같다.


"저도 사람이라 인간미도 있고요. 'K팝스타'에 나온 모습이 제 실제 모습일 것 같아요. 장시간 촬영을 하는데 그렇게 가식으로 있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누군가 '저거 연기 아니야?' 그렇게 말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제가 그렇게 연기했으면 진작 배우가 됐겠죠. 그 친구들 보면 휴먼다큐 보는 느낌이 있어요. 성장, 시련, 좌절 이런 것들을 옆에서 보면 짠하고 마음도 아프고. (K팝스타에) 복합적으로 다 담겨있었던 것 같아요. 보아라는 사람의 성격이."


아직은 시사회에 찾아와 준 고아라, 이연희의 축하도 수줍어하며 어색했다고 말하는 보아는 배우로서의 꿈을 꾸고 있다. "이제 막 한 작품 마친거라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글쎄요, 앞으로 쉬운 역할을 맡을까요? 제가"라고 되묻는 보아에게 왠지 안젤리나 졸리같은 더 큰 액션을 추천하게 된다. "근데 앞으로 정말 하고 싶은 작품을 심사숙고해서 항상 매 작품 마다, 최선을 다해서 해야죠." 참, 보아라서 더 믿음이 가는 대답이다.


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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