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패션왕' 원호役, 왜 안재현이어야만 했습니까?
기사입력 : 2014.11.12 오전 9:16
영화 '패션왕'에서 원호 역을 맡아 스크린 데뷔 신고식을 치른 배우 안재현 / 사진: 현성준 기자, star@chosun.com

영화 '패션왕'에서 원호 역을 맡아 스크린 데뷔 신고식을 치른 배우 안재현 / 사진: 현성준 기자, star@chosun.com


꽃미남 외모와 상반된 중저음의 목소리, 잘 노는 오빠일 것 같지만 반듯한 청년에 더 가까운 안재현은 모델 시절부터 까도 까도 또 나오는 '반전 매력'으로 여성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잘생긴 외모나 우월한 기럭지 때문에, 혹은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 남동생으로 데뷔했기 때문에 안재현이 스타덤에 오른 벼락스타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큰 오산이다. '마녀사냥'에서의 솔직한 모습과 각종 인터뷰를 통한 의외의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 '패션왕'을 통해 배우로서 한층 더 진지해진 모습의 안재현은 참 보면 볼수록 괜찮고, 알면 알수록 궁금해지는 스타다.


◆배우 안재현의 시작


우리가 흔히 아는 캐스팅의 과정은 공개 오디션이나 감독과의 미팅을 통해 선택받아야 하는 두 가지 유형이다. 그러나 안재현의 경우는 달랐다.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 장태유 감독은 안재현의 인터뷰를 보고 그에게 한 번 오디션을 보자고 역제안을 했다. 당시 배우의 뜻이 없던 안재현은 정중하게 거절하고자 장태유 감독을 만나 거절 의사를 밝혔고, 반대로 그 자리에서 안재현과 천윤재의 공통점을 발견한 장태유 감독은 그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별그대'로 연기에 입문한 안재현은 숨 고를 틈도없이 차기작 '너희들은 포위됐다'(이하 너포위)를 선택했다. '별그대'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은 안재현은 '너포위' 이정선 작가에게 "제 신이 많이 안 나와도 된다. 작품에 누만 안 끼쳤으면 좋겠다. 작품 끝날 때까지 열심히 하겠지만 제가 1분 1초만 나오더라도 극을 끌어가는 친구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먼저 말했다. 그리고 분량 욕심보다 차근차근 연기를 알아가고 싶어했던 안재현을 예쁘게 본 감독과 작가들은 그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었다.


'별그대'에서 '너포위'로, '너포위'에서 '패션왕'으로 이어지는 캐스팅은 사뭇 흥미로웠다. 안재현이 지금 가장 핫한 스타라는 걸 증명하듯 러브콜은 이어졌다. '별그대', '너포위'만큼 특별할 것만 같은 '패션왕' 캐스팅 과정도 안재현에게 직접 물었다.


안재현은 "맨 처음에 인사를 하러 가야 한다고 해서 인사하러 갔는데 1층에서 삼겹살 회식을 하더라고요. 감독님이 무척 반갑게 '재현씨, 잘 부탁드립니다'라며 악수를 청하셔서 '네? 네?' 이렇게 됐어요. 작품을 하기로 한 거죠. 그래서 제가 '오디션 안 하세요?' 이러니까 저를 쭉 지켜보셨대요. '옛날부터 알고 있었고, '별그대' 통해서 연기는 확인했으니 잘 만들어 봅시다'라고 쿨하게 말씀하셨어요"라고 캐스팅 당시를 회상했다.


캐스팅된 이유에 대해 안재현은 "딱히 없었어요. 제가 '상류사회'에 택배맨으로 출연했을 때부터 지켜봤다고 하시더라고요. '저 친구랑 뭔가 하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브라운관에 보이니까 '아! 이제 연기하는구나' 해서 출연 요청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제가 정말 감사했죠"라고 전했다.



◆'패션왕'의 안재현, 연기에 눈 뜨다


모델 출신 배우들이 '요즘 대세'라 말할 정도로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막론하고 안재현을 대신할 스타는 많다. 그럼에도 '패션왕'의 오기환 감독이 안재현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지난 4일 열린 '패션왕' 미디어데이에서 만난 오기환 감독에게 '모델 출신 배우들은 많은데 왜 안재현이었습니까?'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오 감독은 "저는 안재현이란 친구가 배우 활동하기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딱 보는 순간 '잘 될 친구라는 걸 직감'했죠. 안재현은 안될 수가 없는 친구예요. 안재현에게 '악역'일 수 있는 원호 역을 맡긴 건 상대적으로 연기 경험이 적은 신예들의 연기 리스크를 줄이고 장점을 부각시켜주기 위한 판단에서였죠. '패션왕' 끝나면 연기 좋아졌단 얘길 듣게 해주겠다고 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였어요"라고 확신에 찬 대답을 내놨다.


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패션왕'은 지난 8일 하루 전국 515개의 상영관을 통해 12만 8072명의 관객을 동원,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지난 6일 개봉 이래 누적관객수 23만 3570명을 기록했다. 영화 성적표도, 안재현의 연기에 대한 평가도 아직 진행 중이다. 하지만 안재현은 영화 데뷔작 '패션왕'으로 '악역'도 소화할 수 있는 배우임을 입증해 보였다. 결과보다 값진 성과임은 분명했다.


또한 내로라하는 감독, 작가들의 선택을 받은 그가 '너포위' 끝날 때보다 더 연기 욕심이 많이 생긴 것 같다고 하자 "연기 욕심 많이 생겼죠"라며 눈빛을 반짝였다. "동갑내기 친구들과 함께 작품을 하면서 처음에는 폐를 끼치지 말자는 생각이 컸어요. 그래서 정말 열심히 했어요. 오히려 역으로 힘이 더 들어갈 정도로요. '친구들도 이렇게 잘하는데, 나도 잘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었는데, 그때부터 연기 욕심이 생긴 것 같아요."


11월 6일 개봉한 영화 '패션왕'은 간지에 눈뜬 후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가 되기로 결심한 기안고 빵셔틀 우기명(주원)의 인생을 건 도전을 담은 작품으로, 영화에서 안재현은 그런 기명의 변화를 못마땅해하는 기안고 황태자 원호 역을 맡았다.


인터뷰②에서 계속됩니다.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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