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에픽하이 "YG에서 색 잃었다? NO! 새로운 색 얻었다"
기사입력 : 2014.10.28 오후 2:42
에픽하이

에픽하이 "YG에서 색 잃었다? NO! 새로운 색 얻었다" / 사진 : YG엔터테인먼트


혹자는 에픽하이에 대해 "YG에 들어가서 색깔을 잃은 것 같다"고 말한다. 이에 에픽하이 타블로, 미쓰라, 투컷은 답한다 "색을 잃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색을 얻었다"고.


"감사하고,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무려 세 번의 감사다. 에픽하이는 지난 21일 정규 8집 '신발장'을 발매해, 타이틀곡 '헤픈엔딩'으로 음원 주간차트 1위를 차지했다. 2년만의 컴백에도 전혀 위기는 없었다. 오히려 '에픽하이의 색깔을 다시 찾아서' 돌아온 것에 대해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잘 됐으면 좋겠다'라고 기대했지만 이 정도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나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는데 분위기가 정말 좋아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말하는 에픽하이는 11년 차 가수의 '아우라' 보다는 '겸손함'이라는 색깔로 무장한 모습이었다.


"11주년이 되기 전에 앨범이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좋은 분위기에서 11주년을 팬들이 맞이하길 바랐다"고 앨범 발매 시기의 이유를 밝힌 에픽하이는 2013년 10월 24일, 특별하게 보내야 할 '10주년'을 그냥 지나쳤다. 이유는 미쓰라의 슬럼프 때문이다. 타블로는 "작년에 10주년 앨범을 냈어야 했는데. 그때 미쓰라가 좀 음악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우리 팀은 누구 한 명은 항상 슬럼프를 겪는데, 그럴 경우 한 명을 업고 뛰는 것이다. 그래서 11년 동안 함께 하는 것 같다"며 돈독한 우정을 표현했다.


"슬럼프 때문에 잠적까지 했었다"고 밝힌 미쓰라는 "앨범이 나오고 이틀 후에 (음원들이) 줄을 서 있는 것을 보고 슬럼프를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타블로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 미쓰라를 위해 앨범이 나오기 전에 디자인팀에 부탁해서 차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처럼 만들어달라고 했다. 이게 현실이 되는 순간 많이 놀랐다"며 놀라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쓰라의 말마따나 에픽하이의 정규 8집 '신발장'은 타이틀곡 '헤픈 엔딩', '스포일러'를 비롯해 '본 헤이터(BORN HATER)', '또 싸워', '리치(RICH)', '부르즈 할리파' 등 다양한 수록곡이 모두 음원차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며 말 그대로 줄을 서 있다. 이는 에픽하이의 음악은 '믿고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이에 에픽하이는 "앨범이 사랑받는 이유는 행운인 것 같다"며 "음악을 전략적이라든지 성공을 위한 요소로 생각하고 만들면, 그것은 제품이지 음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19금 수록곡인 '본 헤이터' 역시 많은 사랑을 받는 것에 대해 타블로는 "19금이 붙으면 세일즈에 지장이 큰데, '본 헤이터'가 2위인 것은 어이가 없긴 하다. '정말 많은 엄마, 아빠들이 듣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정규 8집이 큰 사랑을 받는 것과는 달리 정규 7집 '99'는 '에픽하이의 색을 잃었다'는 혹평을 받으며, 음악 팬들의 호불호가 갈렸다. 에픽하이는 "저번 앨범이 에픽하이의 색을 잃었다는 표현보다는, 새로운 색을 얻었다는 표현이었으면 좋겠다. 뭔가 하던 방식이 있다가 다르게 했다고 해서 능력을 잃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항상 뭔가 달라졌을 때는 '얻었다'고 생각하고, '잃었다'고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답했다.


타블로는 "7집만 따로 노는 느낌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때 함께 만든 노래가 '헤픈 엔딩'과 '스포일러'다. 동시다발적으로 스케치했는데, 세 곡 중 하나를 핵심으로 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Don't Hate Me'로 정해놓고, 앨범 전체가 그 색깔에 따라가도록 만들었다"며 "당시에 'Don't Hate Me'로 정한 이유는 무대에서 웃으면서 노래하고 싶었다. 그리고 (무대에서) 웃었다. 앨범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가 있었지만, 정말 좋아했던 앨범이다"라고 당시 상황에 대해 회상했다.


또한, 타블로는 YG로 소속사를 옮기면서 변화된 것이 있냐는 질문에 "제가 YG에 들어와서 제일 먼저 낸 앨범이 '열꽃'이었는데, YG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기에는 그 앨범이 가장 제 색깔이 뚜렷한 앨범이다. 저희가 허락하지 않은 영향은 받을 수가 없다"며 '에픽하이의 색깔'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어 "YG에서 '고유의 색깔을 유지하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YG)연습실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그래서 결국 기존 작업실에서 작업하게 됐고, 예전의 엔지니어와 함께 했다"며 색이 변할 수 없음을 못 박았다.


에픽하이는 11년 차 '힙합' 가수다. 2003년 '쓰레기 같은 음악'이라는 평가를 받던 힙합은 이제 주류권에 속한다. 이에 에픽하이는 "'힙합이 대세다. 메이저다'라는 얘기를 들은 것이 네 번 정도 되는 것 같다. 무브먼트크루(드렁큰타이거, 다이나믹듀오, 에픽하이, 리쌍)가 잘 되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도 힙합이 대세라고 했었고, '팬'과 'Love, Love, Love'로 힙합이 자리 잡았다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오히려 '그런가요?'라고 물어보고 싶었다"며 "힙합이 부흥한 것에 저희가 한 것은 없다. 박재범이 문자로 '에픽하이와 작업하는 것이 행복하다. 에픽하이가 없었으면 우리도 없었을 거다'고 하는데, 저희가 한 일이 아니라 선후배들이 따질 것 없이 열심히 한 덕분인 것 같다"고 공을 돌리는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무브먼트크루'로 힙합계가 부흥하던 때와는 달리, 지금은 아메바컬쳐, AOMG, 일리네어 등 다양한 힙합 크루들이 존재해 마치 힙합계에 균열이 생긴 것처럼 보인다. 이에 에픽하이는 "내부적으로도 균열이 없지는 않았다"며 "무브먼트크루에 있을 때도, 저희는 다이나믹듀오, TBNY, Double K, 도끼와 친했다. 윗형들과는 말도 섞지 못했다. 지금도 그 친구들 그대로 친하지만, 다이나믹듀오는 아메바컬쳐를 하고, 도끼 같은 경우 혼자 해야 잘 하는 친구라서 일리네어를 차렸고, 다들 자기만의 크루나 레이블을 만들어서 나갔다. 크루가 없는 힙합그룹은 에픽하이 뿐인 것 같다"고 답했다. 이에 YG내에서 크루를 만들 생각은 없냐고 묻자 타블로는 "지드래곤(빅뱅)이 리더였으면 좋겠다. 전 네 마디만 랩해도 될 것 같고, 잘 될 것 같다"고 답해 취재진들을 폭소케 했다.


11년을 지나며 '힙합'의 위상이 변했듯, 에픽하이 내부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타블로와 투컷은 결혼을 해 아빠가 됐고, 미쓰라만 여전히 솔로다. 미쓰라에게 결혼을 하고 싶지 않냐는 질문을 건네자, 타블로와 투컷은 "왜 저희에게는 미쓰라를 보면서 부러운 점을 묻지 않냐"고 분노(?)를 표출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투컷은 "결혼생활이 너무 행복하다"고, 타블로는 "미쓰라가 일 초도 부러웠던 적이 없다"며 비장한 표정으로 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빠'의 입장으로, 자녀에게 음악을 시킬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타블로와 투컷은 "당연히 서포트할거다. 이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있겠냐. 이 세상의 힘든 일 중에 음악하는 일은 안 힘든 쪽에 속하는 것 같다. 음악은 다른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이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축복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딸과 아들의 장기를 뽐내는 '자식 바보'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힙합을 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타블로는 "'쇼미더머니'를 보면 아시겠지만, 제가 안목이 좋지 않아서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고 하루가 잘 한다고 하면 시킬 것 같다"고 답했고, 투컷은 "전 말려요"라고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대중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생성한 것이 이번 앨범에 도움이 되지 않았냐는 질문에 타블로는 "제가 '슈퍼맨'을 하면서, 래퍼인지 몰랐던 분들도 많은 것 같다. 근데 제가 '쇼미더머니'를 하면서 '하루 아빠가 랩도 하네' 이런 느낌을 받으셨던 것 같다"며 "하지만 어느 한 부분이 우리 지금의 현재를 만들었다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상황과 고마운 분들이 있어서 다른 부분에 대한 실례가 되는 느낌이다. 음악을 듣는 모든 사람의 힘이 합쳐져서 이런 상황이 일어난 것 같아서 고마울 따름"이라고 모든 상황에 감사를 전했다. 


에픽하이는 오는 11월 14일부터 서울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단독콘서트 '퍼레이드(PARADE)2014'를 진행한다. 타블로는 "마지막으로 단독콘서트를 한 지 5년만에 단독콘서트를 하게 됐다. 원래는 2회였는데, 그것도 다 채울 수 없을 것 같다는 걱정을 했다. 그런데, 너무 빨리 티켓이 매진되서 2회를 늘려서 서울에서 4회로 콘서트를 시작하게 됐다.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자신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며 모든 것에 감사할 줄 아는 겸손함이 에픽하이를 11년 차 '흥행가수'로 이끌어간 '진짜 색깔'이 아닐까 다시 한 번 느낀 순간이었다.


글 하나영 기자 / star5425@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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