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사랑 나의신부' 조정석 인터뷰 / 사진 : 더스타 현성준 기자,star@chosun.com
참 평범하고 못났다 싶었다.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속에서 조정석이 맡은 '영민' 캐릭터는 4년간 연애한 여자친구 미영(신민아)에게 왠지 모를 책임감에 프로포즈를 하는 듯 보이고, "사랑해 미영"을 입버릇처럼 말하면서 작은 유혹에도 넘어가고, 먹은 그릇은 제자리에, 화장실에서는 변기 뚜껑을 안 올리고 볼일을 본다는 사소한 문제로 미영의 잔소리를 '산다'. 하지만 그런 못난 조정석의 '평범함'은 관객들에게 여러(?) 생각들을 떠오르게 한다.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감독 임찬상)의 개봉을 앞두고 주연으로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포스터 맨 앞에 올린 배우 조정석을 만났다. 그는 인터뷰 내내 "감격스럽죠"란 이야기를 다섯 번 정도 꺼냈던 것 같다. "많은 분이 재미있게 봐 주실까 걱정하면서 봤는데 다행히 재밌게 봐주시는 것 같아서 순간 울컥했어요. 감격스러워서. 현실감 있게 영민이라는 캐릭터를 표현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던 게 잘 들어맞지 않았나 싶어요."
앞서 말했듯 '영민'은 현실적이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라고는 하지만 20대 초반에게는 '결혼하면 정말 저래?'라는 공포로, 30대 초반에게는 '내 얘기 같네'라는 공감으로, 결혼한 지 오래된 인생 선배들에게는 '너무 알콩달콩 하고만'이라는 회한으로 다가오는 리얼리티함이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는 있다.
"아주 로맨틱하게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현실성있게 진실되게 장면들을 꾸려나간다면 그게 더 로맨틱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멋있고 로맨틱하게 뛰어가고 싶지 않았고, 멋있게 울고 싶지도 않았어요. 되려 진상처럼 울고 싶었고 마냥 아이처럼 찡얼찡얼하고 싶었죠. 그런 점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고요. 영민이 보다 더 한 남자분들은 '약하다' 할 수도 있고 영민이 보다 더 순수한 분들은 '말도 안 돼' 하실 수도 있지만, 저희 영화 톤은 너무 사실적이게도 판타지스럽게도 하지 않고 그 경계에서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게 톤을 잘 잡아가면서 하지 않았나 싶어요."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리메이크 작품이다. 하지만 조정석은 원작이 영향을 미친 부분은 없었다고 말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도 다 읽고 난 뒤 제목을 확인하고 리메이크작이냐 확인할 정도로 몰입해서 읽었다. 박중훈 선배님과도 친분이 있지만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두고 조언을 들은 바도 없다. 조정석은 "이 영화에 참여한 모든 분이 2014년 형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재창조하자는 느낌으로 만들자고, 리메이크작이지만 또 다른 영화라고 이 작품에 임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주연배우 조정석, 신민아를 비롯해 연출한 임찬상 감독까지 모두 미혼이다. 하지만 신혼부부의 웃음도 눈물도 고민도 영화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조정석은 친구들과 지인들의 이야기에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정말 상상력과 신민아 씨와의 호흡? 둘이 대화가 너무 잘 통해서 다양한 부분을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셋 다 미혼이지만 상상력과 메소드 연기(배우가 극중 배역에 몰입해 그 인물 자체가 되어 연기하는 방법)가 잘 어우러져서 무리 없이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메소드 연기라 말했듯 그가 연기하는 영민과 실제 조정석과도 닮아있다. 결혼생활을 표현하는 함께 야구 응원하기, 고스톱 치기, 바지 내리고 달려들기 같은 장면들은 시나리오에는 상황만 주어졌을 뿐 대사는 없었다. 결국, 만들어 낸 것은 조정석과 신민아 두 사람의 몫이었다. 웃겨서 NG도 많이 났다. 하지만 그러기에 '진짜' 조정석과 신민아의 모습이 많이 베어 있다고 말했다.
조정석을 대중들에게 알린 것은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득이였다. 그에게 납득이는 여전히 자랑이라고 말한다. 코믹한 이미지에 부담이 있냐고 묻는다면 그는 "절대"라고 단호하게 답한다. "저한테 웃겨보라고 하면 못해요. 웃기는 재주가 남들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는 거죠. 하지만 저희 영화를 보시면서 웃기다고 하시는 건 상황 때문일 거예요."
조정석은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핵심을 '미영(신민아)와 영민의 공기'에 있다고 말했다. 둘이 짜증 내고, 영민이가 바람까지 피우려 하고, 미영이 첫사랑을 찾아가고, 그 사실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넘어가고, 또 믿어주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그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공기는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보는 스크린 속에도 담겨있다고.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여러모로 조정석에게 '감격스러운' 작품이다. 포스터 맨 앞에 조정석의 이름을 처음으로 새긴 작품이다. "2008년도 뮤지컬 시상식에서 신인남우상을 타고 무대 뒤로 걸어가는데 저도 모르는 이상한 감정에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런 감정을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언론 시사회 이후 무대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느꼈어요. 저도 모르겠어요. 그만큼 되게 소중하고 그런 영화인가 봐요. 같이 영화를 보신 관객들이 재밌게 봐주실 때 울컥할 정도로요."
'건축학개론'의 개봉 후 많은 사람이 '납득이' 조정석을 알아볼 때와는 사뭇 다른 의미다. 영화배우를 꿈꾸며 연기를 시작했고, 처음으로 포스터 가장 앞자리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연기한 적도 없었고 주인공을 해보지 못했던 것도 아닌데, 조정석-신민아 주연의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그 자체로 그에게 감격스러웠다.
그래서 그는 공약을 묻는 말에도 "뭔들 못하겠어요"라는 답으로 자신의 벅찬 애정을 솔직히 밝혔다. 그러면서도 "뭘 해야 하지?"라는 고민을 이어가다 "신민아 씨랑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엔딩곡을 라이브로 하는 건 어때요?"라고 자답했다.
500만 관객이 넘으면 조정석과 신민아가 부르는 현실밀착형 신혼부부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엔딩송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그 순간이 되면 관객들은 조정석의 '감격스러운' 표정을 자세히 봐야 할 거다. '믿을 수 있는 배우'로 성장할 그의 '처음'의 한 부분을 함께할 수 있는 순간일 테니까.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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