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인터뷰] 안재현 “사람과 친해지는 비결? 과감하게 망가져요”
기사입력 : 2014.08.08 오후 3:22
'너희들은포위됐다' 박태일 역을 맡은 배우 안재현 / 사진 : 포토그래퍼 이제성 민트스튜디오 mintstudio.com

'너희들은포위됐다' 박태일 역을 맡은 배우 안재현 / 사진 : 포토그래퍼 이제성 민트스튜디오 mintstudio.com


올 상반기 가장 돋보이는 신인 배우를 꼽는다면 단연 안재현이다. 모델 활동 당시 뭇 여성들의 남친짤 대상으로 통했던 안재현은 배우라는 새로운 옷을 입고 ‘너포위’로 시청자와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모델에서 배우로 영역을 확장한 안재현은 주위 기대에 부응하듯 ‘별에서 온 그대’ 이후 ‘너희들은 포위됐다’(이하 너포위)에 연이어 출연하며 여심을 들었다 놨다 하는 매력을 방출했다.


‘너포위’에서 안재현이 맡은 스타일리시한 신입 경찰 박태일은 일에는 이성적이고 동료들에게는 다정다감한 성격으로 1년차 형사답게 P4(신입경찰 4인방)와 크고 작은 사건들을 수사하며 좌충우돌 성장기를 겪는다. 박태일은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한 안재현과는 성격 면에서 괴리감이 없는 캐릭터였다.


“어린 아이들이 형사를 떠올릴 때 총 쏘는 멋진 모습들을 상상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형사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어요. 신입 형사들의 성장기잖아요. 시작할 때는 형사 보다는 신입의 모습을 보여주고 엔딩 때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자고 생각했죠.”


신입 형사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경찰서와 현장을 방문한 안재현은 형사들의 노고를 직접 느끼고 경의를 표했다. 현장 분위기를 익히는 데 사전 방문이 도움된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통통 튀는 캐릭터에 중점을 두기 위해 형사라는 직업을 심오하게 분석하진 않았다. 현장에 갔을 땐 “나쁜 일 하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현장이 주는 무거움을 느끼면서도 현장 체험에 나선 학생처럼 즐거운 마음을 느끼기도 했다.


본격적인 캐릭터 설정에 앞서 안재현은 ‘네 모습을 많이 녹여달라’는 감독과 작가의 주문을 되뇌었다. “저는 싸움과 경쟁보다는 평화를 선호하고, 성공보다는 과정을 중시해요. 성격도 쾌활까지는 아닌데 조금 밝은 편이고요. 이를테면 ‘왜 이래~ 왜 싸워~ 좋은 결과를 향해 달려가는 건데’라는 식인데 저의 이런 성격을 태일이에게 녹였으면 하셨던 것 같아요. 저는 거기서 다른 친구들에게 없는 모습을 보이고, 친구들이 융합될 수 있도록 ‘다리’같은 역할이 되기 위해 노력했어요.”


캐릭터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고전 영화 ‘리플리’(1999) 속 주드로의 외적 요소를 참고했다. ‘리플리’에서 주드로가 연기한 디키는 모든 걸 가진 부잣집 도련님으로, ‘너포위’ 속 박태일과 뛰어난 패션 감각, 여심을 사로잡는 수려한 외모, 부유한 집안 환경 등 비슷한 면모가 많다. 그중에서도 안재현은 “디키의 부유함에서 오는 당당함을 얻어갔다”고 말했다.



박태일을 안재현화 시키는 데는 이견이 없었지만, 극 후반 밝혀진 박태일의 과거사는 짧게 그려진 탓에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동성애자 형이 결혼할 상대를 집에 데려온 모습을 보고 충격받은 태일이 도망가자 그를 쫓아가던 형이 교통사고로 죽게 된다는 설정이었다.


“태일이의 과거사가 조금 빨리 나왔어야 했는데 그 부분은 아쉬웠죠. 하지만 베일에 싸인 태일이의 과거를 풀고 가는 건 중요했던 것 같아요. 과거 이야기를 짧게 그린 것도 태일이가 P4 친구들과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고 친구들도 ‘별거 아니야’라고 넘길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모습들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안재현은 죽은 형의 꿈이었던 형사가 되어 마음의 빚을 지우기로 한 박태일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박태일이 형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방송분에서 보이지 않아 시청자가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을 거라고도 했다. “형의 꿈을 이뤄준다는 설정도 이해되는 게 정말 미안하잖아요. 어린 나이에 나 때문에 한 사람이 죽었다면, 친형이 아니라도 어떻게 해서든 뭔가 해주고 싶었을 거예요. 태일이가 형사가 된 건 형의 꿈을 대신한 게 아니라 형에게 느끼는 미안함을 조금이나마 덜고자 택한 일인 것 같아요.”


연달아 두 작품에 출연하며 캐릭터 설정이나 시놉시스와 다른 스토리 전개에 따른 고충보다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안재현을 더 아쉽게 만들었다. “어떤 작품을 하든 아쉬움은 늘 있어요. 이승기와 박정민이 5년, 10년차 선배이긴 하지만 동갑이니까 아무래도 ‘친구들은 이렇게 잘하는데 나도 이만큼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연기 욕심이 든다는 건 아쉬워서 그런 거겠죠.”


다행히 연기 욕심에 대한 아쉬움은 ‘좋은 친구들’이 채워줬다. “촬영 내내 P4 친구들과 서로 강조하고 싶거나 표현하고 싶은 부분에 관해 이야기하고 배려해줬어요. 이승기, 박정민, 고아라 모두 똑똑한 친구들이에요. ‘이 장면에서 이렇게 했구나’ 하고 부러워했을 정도로요. 좋은 친구들이어서 대화를 나누면서 도움을 주고받았어요.”


모델 출신 배우들이 꼽는 1위 롤모델 차승원도 안재현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차승원 선배님이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선배님인 건 당연하고요. 존경을 떠나 부럽다는 단어가 먼저 왔어요. 모든 면에서 타고났기 때문에 ‘내가 선배님처럼 될 수 있을까’하는 부러움이 컸죠. 모두에게 다정하고 친절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완벽했어요. 차승원 선배가 밝은 분위기로 해주셔서 웃음이 많았던 현장이었어요.”


‘너포위’로 만난 P4와 선배 차승원을 ‘좋은 사람’이라 말한 안재현 역시 주위 스태프들과 팬들에게 좋은 동료, 착한 오빠로 평가받고 있다. 좋은 사람 곁에 좋은 이들이 따르는 건 당연한 것처럼 안재현의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로 가득하고, 그 역시 좋은 사람이다. “사람들과 친해지는 비결은 제가 과감하게 망가져요. 애교 있게 열심히 하니까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내 사람들의 공통점은 많이 웃어주는 사람인 것 같아요. 나를 잘 알고 직설적으로 얘기해도 ‘내 사람이라서 진실된 얘기를 해주는구나’라는 게 느껴지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하루아침에 좋은 배우가 될 수 없듯 안재현도 그때를 기다리며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분량 없는 역할도 배우가 잘하면 보는 이들이 알아준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잘할 수 있겠다’는 마음보다 ‘재미있겠다’는 마음이 먼저 들었으면 좋겠다는 안재현의 최종 목표는 좋은 사람으로 남는 것이다.


“좋은 사람에는 여러 의미가 함축돼있어요. 저를 어떻게 생각해 주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겠죠. 어떤 분은 저를 연기가 좋았던 ‘좋은 사람’으로 기억해 주실 수도 있고, 사람이 좋아서 ‘좋은 사람’으로 기억해 주실 수도 있고요. 좋은 사람으로 남았으면 해요. 지금도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어서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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