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중용 23장' 같은, 현빈
기사입력 : 2014.05.27 오전 10:38
'역린' 현빈 인터뷰 /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올댓시네마 제공

'역린' 현빈 인터뷰 /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올댓시네마 제공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된다."


'역린' 속에서 정조가 새긴 '중용 23장'의 일부다. 영화 '역린'(감독 이재규)으로 군 제대 후 복귀식을 치른 현빈은 자신이 맡은 정조처럼 손글씨로 한 땀, 한 땀 써내려가듯 그렇게 인터뷰에 임했다.


2014년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히던 영화 '역린'은 다수의 혹평을 받았다. 영화의 길이와 캐릭터들의 구성에 대한 혹평들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그 중심에 있는 인물, 정조가 현빈이 아니었다면 달라졌을지 모를 일이다.


"이 영화는 정조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그런데 제가 제대하고 처음 선택한 작품이고 그러다 보니 현빈의 복귀작으로 사람들의 머릿 속에 인식이 되어버렸죠. 심지어 제가 정조를 맡았고. 정조 시대에 일어난 일이다 보니 정조 영화라고 되어버린 거죠. 정조 당시에 있었던 캐릭터들의 운명처럼 얽히고설킨 이야기인데 정조의 영화로 알고 오시는 분들에게는 완전히 배신의 영화죠."


현빈이 '역린'을 처음 만났던 시나리오 상과 완성된 작품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그는 '역린'이 많은 사람에게 공감이 되고, 또한 사람들의 가슴 속에 전달되는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중들이 원하는 것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의 합의점을 찾은 거라 판단해 '역린'에 참여를 결정했다. 당시 만난 이재규 감독 역시 그랬다. 현빈은 "처음 만났던 이재규 감독님의 모습은 이 작품에 미쳐있는 분이셨어요. 눈에 보였어요. 이 작품 빼고는 다른 것들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처럼 보였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하며 "감독님도 그러셨고 저 또한 그런 욕심과 열정이 있는 상황이라 완성본이 나왔을 때 안 좋은 얘기를 듣게 되니 아쉽고 서운하고 그런 것들은 있죠"라고 덧붙였다.



'역린'은 개봉 전부터 현빈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영화가 공개되기 전 제작발표회 현장에서도 가장 화제가 됐었던 건 현빈의 '화난 등근육' 이었다. 그가 가장 마음에 남는다고 말한 '역린' 속의 장면에서도 등이 보였다. 전혀 다른 등이었다. 현빈이 말한 장면에서 현빈의 등은 여러 감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정조(현빈)가 상책(정재영)의 비밀을 알고 자신의 뒤에 앉아있는 상책을 떠나보내는 장면이었다. 서로 눈을 보지 않고 대화를 나누는데 가까이 눈을 보고 얘기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나의 형 같은 사람이었고 친구 같은 사람이었고 이런 많은 감정을 교류했던 사람을 떠나보낼 때의 심정이 어떨까라는 것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정작 현장에서 정재영 선배님과 많은 대화를 안 나눴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감정 때문에 그랬던 것도 있고 정재영 선배님도 혼자만의 생각이 있으셨겠죠. 그런데 희한하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연습을 하고 바로 촬영에 들어가서 순식간에 끝났어요. 서로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라는 말 없이 그런 감정들이 나왔다는 것에 대해서 신기하더라고요. '갑수야'라는 대사가 제가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없던 대사였는데 나중에 생겼어요. 그 대사 하나가 훨씬 증폭을 시켰다고 생각해요."


'역린'에 임한 자신에게 만족하는 것을 묻자 그는 "잘 한 거라기보다는 나름대로 그 상황에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한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앞서 수많은 작품에서 정조가 그려졌었다. 현빈은 이를 참고한 것이 없다. 대신 역사책을 들었다. 정조에 대해 표현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점도 많이 있었고 모든 부분을 좀 더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말 타는 것, 활 쏘는 것, 칼 쓰는 것, 대사 톤 등 모든 것들을 상의하고 회의하고 수정하고 이런 과정을 계속해서 거쳤다. 그 부분에서는 스스로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고. 그리고 그는 스쳐 가듯 "제가 제 일에서 벗어나 있었잖아요. 그러다 보니 연기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알고 처음 카메라에 선 것 같이 달랐어요"라고 덧붙였다.


현빈은 지난 2011년 3월 해병대에 입대해 2012년 12월 21개월간의 군 복무를 마쳤다. 그의 말처럼 21개월 동안 그는 대중들과 자신의 본업인 연기에 벗어나 있었다. 현빈의 군 생활, 일반인들과 같을 수 있었을까? 현빈은 "제가 그 점에 대해서는 오히려 저랑 같이 생활했던 친구들에게 미안해요. 처음에 제가 들어왔을 때 어떤 사건, 사고도 나면 안 되는 상황이니 위에 계시는 모든 분의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어요. 훈련을 해도 대충하는 게 보이면 안 되고, 카메라만 없었을 뿐이지 오히려 더 혹독했어요"라고 회상했다.


혹독한 해병대 생활을 그는 견뎠다. 군 복무 기간에는 일반 군인처럼 생활하고 싶었다. 그는 처음 자신의 바람대로 일반병사들이 맡는 해병대 홍보에도 훈련을 진행하며 자신의 과업시간에 최소한의 적소에만 참여했다. 열외는 없었다. 그리고 현빈 역시 원치 않았다. 그는 "착륙을 해야 하는 훈련이 있어요. 그 훈련을 받으면서 아킬레스건에 문제가 생겼었죠. 건염에 걸려 깁스를 하고 있어서 (훈련에) 빠지라고 했어요. 그런데 훈련은 어느 정도 진행된 상황이었고 (빠지면) 개인적으로 창피한 것도 있었고, 그냥 당당하게 끝내고 싶었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최선을 다하면'이란 말은 그 말의 무게를 아는 사람에게 무겁다. 현빈 역시 "굉장히 쉬운 말인 것 같으면서도 굉장히 어려운 말"이라고 말했다. 현빈은 인터뷰 내내 스치는 질문에도 참 '최선을 다해' 답하며 '정성스럽게' 정조를 연기했음을 겉으로 보였다. 진헌이도, 주원이도 아닌 정조 현빈은 그랬다.


"'아일랜드' 때 국이라고 불러주셨던 분들, '내이름은 김삼순' 때 진헌이라고 불러주셨던 분들, '시크릿 가든' 때 주원이라고 불러주신 분들, 또 어떤 분들은 그냥 현빈 씨 하세요. 그런데 '역린'에서 저는 제 개인적으로는 정조로 남아있죠. 결과물이 만들어질 때까지 제 머릿속의 생각이 그 쪽으로만 포커스가 맞춰져서 몇 달 동안의 삶을 살잖아요. 그러니 그걸 쉽게 버리지는 못해요.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정조가 본받고 싶은 인물 중 하나가 되었어요. 정조라는 인물이 그래서 크게 자리를 잡고 있을 것 같아요."


[인터뷰②] 현빈 씨, 공공재로 남아줄 생각은 없나요? 로 이어집니다.


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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