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연석, “‘응사’ 결말 마음에 들어…인연을 믿어요”
기사입력 : 2014.01.11 오전 11:42
배우 유연석 / 사진 : 포토그래퍼 이제성 민트스튜디오 mintstudio.com

배우 유연석 / 사진 : 포토그래퍼 이제성 민트스튜디오 mintstudio.com


유연석이 tvN ‘응답하라 1994’로 배우로서 ‘화양연화(花樣年華 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때)’를 맞았다. 2003년 영화 ‘올드보이’로 데뷔한 유연석은 ‘늑대소년’과 ‘건축학개론’까지 줄곧 악역을 맡았던 작품들이 흥행에 성공, 선한 얼굴을 가지고 있음에도 악역 이미지가 강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에서 유연석 본인과 비슷한 부드러운 캐릭터를 맡아 10년간의 기다림 끝에 시청자의 응답을 받았다.


1만 시간의 기다림 끝에 만난 ‘서울남자’ 칠봉이는 유연석 그 자체였다. 그가 “제 생각에는 저는 칠봉이와 70% 정도 닮았고, 나머지 30%는 쓰레기 성향이 있죠”라고 말했을 때 30%에 대한 의문이 들 정도로,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를 보는 내내 유연석 하면 칠봉이가 머릿속에 완벽히 매치됐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던 쓰레기 성향 30%에 대해 유연석은 “대놓곤 못해도 남몰래 챙겨주는 점이나 바로 표현은 안 해도 속정 깊은 부분이 쓰레기와 닮았다”고 설명했다. 고1 때까지 경상도에서 살았던 터라 쓰레기처럼 무뚝뚝할 때도 있다는 게 그의 대답이다. 그럼에도 유연석이 칠봉이를 연기할 때 시청자가 위화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 자기 자신을 캐릭터에 고스란히 녹여내면서 실제 경험에서 우러난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강한 역할들을 주로 맡다 보니 제가 오히려 어색했어요. 그런데 ‘응사’를 찍으면서 작가님과 감독님이 ‘네 원래 모습을 보고 캐스팅했으니 네가 친구들한테 하듯이 편하게 해줬으면 좋겠어’라고 말해주셔서 제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어요. 촬영 전엔 (고)아라랑 과거 경험들을 이야기하며 추억을 공유하곤 했어요. 대학교 1학년 때 짝사랑했던 적이 있는데 문득문득 지난 시간들이 생각나는 장면들이 있었죠.”


극 중 칠봉이가 프로야구 스타 투수로 나오기 때문에 어깨 운동도 신경 써서 했다는 유연석은 유독 잦은 상의 탈의 신에 잠을 쪼개 준비했다고 털어놓았다. “칠봉이가 운동선수고 해서 촬영 전에 준비하긴 했었어요. 그런데 촬영에 막상 들어가니까 운동할 시간이 따로 없더라고요. 하는 수 없이 대기 시간이나 잠자는 시간을 쪼개 촬영장 근처 헬스장에서 1~2시간씩 운동하고 그러면서 몸을 유지했어요.”



◆ “6년간의 짝사랑을 스스로 매듭지을 수 있는 칠봉이의 용기”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 마지막 회에서 부드러운 서울남자 칠봉이의 본명이 김선준으로 밝혀지는 순간, 유연석을 응원하던 ‘칠봉이파’ 시청자들은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나정이의 남편이 칠봉이가 아닌 쓰레기이기 때문이 아니라 한 여자만을 사랑했던 칠봉이의 순애보적인 사랑에 함께 아파해야 했기 때문이다. ‘응사’ 결말에 유연석이 가장 아쉬웠을 것 같았지만, 그 누구보다 덤덤하게 결과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저는 나정이 남편 찾기보다 칠봉이의 진심이 시청자에게 전달되느냐가 더 중요했어요. 다행히도 칠봉이가 나정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했고, 6년간의 짝사랑을 스스로 매듭짓고 용기 있게 떠날 줄도 아는 남자였기에 지금의 결말이 저는 마음에 들었어요.”


‘칠봉이파’ 시청자들이 단순히 칠봉이가 나정이의 남편이 안 됐기 때문에 실망한 건 아니었다. ‘응사’ 결말 속 나정-쓰레기(정우) 커플이 칠봉의 집에 전세로 산다는 설정 등이 쉽게 이해되지 않아서였다. 이에 유연석은 “20년의 세월이 흘렀고 ‘신촌하숙’ 멤버들이 여전히 오랜 친구로 남아있는 상태잖아요. 나정이와 쓰레기가 결혼했지만 다들 허물없이 지내니까 집들이도 했을 거예요. 게다가 칠봉이는 메이저리거라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하니까 친구를 위해 자기가 가진 여러 개의 집 중 하나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준 것 같아요”라며 재치 있는 대답으로 결말에 아쉬워하는 ‘응사’ 애청자들을 달랬다.


또 다른 아쉬움은 ‘응사’ 커플 중 유일하게 열린 결말로 끝난 칠봉이의 연애사였다. ‘응사’ 최고의 로맨티스트 칠봉이의 연애사는 에피소드는 커녕, 칠봉이의 아내가 정유미인지조차 확인되지 않아 시청자들의 에피소드 요청이 쇄도하기도 했다. 방송에선 그려지지 않았지만 ‘칠봉이’ 유연석이 생각하는 칠봉이의 미래 러브스토리를 직접 들어보고 싶었다.


“칠봉이의 연애사가 열린 결말이라서 좋은 점은 나정이도 회상할 수 있고 첫사랑에 대한 아픔을 겪었지만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도 보일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정유미 씨와 부딪히고 나서 이후 전개될 에피소드는 시청자가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제 생각에는 만약 또 한 번의 인연이 있었다면 칠봉이가 커피라도 한잔 하자고 했을 것 같아요. 서로 부딪혔을 당시에는 (정유미 씨가) 슬리퍼 찾기에 바빴을 테고요.(웃음)”


◆ “2014년 계획?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게 목표”


대박 난 작품에 출연한 배우답지 않게 인터뷰 내내 덤덤했던 유연석은 ‘앞으로 일어날 기적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응사’를 선택할 때도 대박 날 드라마라고 예상하고 들어간 게 아니에요. 저는 언제나처럼 연기했는데 작품이 정말 잘 됐고 저를 바라봐주는 시선이 바뀐 거죠. 변화에 대한 고민보다 어떻게 하면 지금 했던 그대로를 이어나갈까 고민이에요.”


칠봉이가 신촌하숙 멤버들과 만나 예쁜 청춘을 보냈고, 유연석이 ‘응답하라 1994’를 10년 만에 만나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한 해를 보낸 것처럼 꼭 만나야 할 인연은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 유연석은 “인연은 믿어요. 조합이 잘 맞는 배우들을 만나는 게 쉽지 않거든요. 그렇다고 ‘운명대로 갈 거야’라고 맹목적으로 믿는 방관론자는 아니에요. 노력하는 만큼 변화될 수 있다고 믿고, 인연을 어느 정도 믿는 편이죠”라며 인연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했다.


새로운 인연을 만날 준비가 된 유연석은 ‘응답하라 1994’ 종영 후 한숨 돌릴 새도 없이 영화 ‘은밀한 유혹’과 ‘상의원’(가제) 두 작품 출연을 확정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던 칠봉이의 말처럼 유연석 전성시대는 2014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2013년은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게 해준 건 칠봉이와 ‘응사’를 사랑해준 시청자들 덕분입니다. 올해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계속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는 게 제일 중요할 것 같아요. 새로운 캐릭터에 호기심을 갖고 잘 준비해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지켜봐 주세요.”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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