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굿닥터' 주원, '연기천재'로 거듭나기까지
기사입력 : 2013.10.16 오후 3:06
KBS2 드라마 '굿 닥터'에서 서번트증후군을 앓고 있는 천재의사 박시온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배우 주원 / 사진 : 심엔터테인먼트 제공

KBS2 드라마 '굿 닥터'에서 서번트증후군을 앓고 있는 천재의사 박시온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배우 주원 / 사진 : 심엔터테인먼트 제공


KBS 의학드라마 '굿닥터'를 마치고 발달장애청년에서 의사로 성장하는 박시온을 새로운 시각에서 그려낸 배우 주원이 '연기 천재' 타이틀을 달았다. 지난 2010년 '제빵왕 김탁구'로 데뷔한 지 4년 차로 접어선 현재, 또래 배우들에 비해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였고 매 작품 시청자들에게 "믿고 보는 배우"라는 인식을 각인시켰다.


주원이 자폐성향이 있는 캐릭터를 연기한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영화 '말아톤'의 조승우와 '맨발의 기봉'의 신현준이 각각 연기했던 초원이와 기봉이를 떠올렸고 주원이 그들과 비슷한 캐릭터를 선보이겠거니" 싶었을 거다. 하지만 주원이 연기한 박시온은 이전 자폐아 캐릭터와 전혀 달랐다. 그가 연기한 박시온은 눈빛부터 말투까지 정상인에 가까웠고 누구보다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자폐아에 대한 세상의 편견을 주원이라는 배우가 바꿔놓은 셈이다.


최근 서울 논현동 모처에서 만난 주원 역시 "발달장애청년을 호감 있게 표현하는 게 가장 큰 숙제였다"고 털어놨다. 고민이 많았던 역할인 만큼 '굿 닥터'를 통해 배우로서 느낀 점도 많았다.


"'굿 닥터'는 혼자 고민을 정말 많이 한 작품이에요. 소아외과도 그렇고, 자폐증, 발달장애청년, 서번트증후군. 주어진 게 정말 많으니 고민할 게 많은 거죠. 제 개인적인 생각에는 '아무리 교육을 잘 받아도 의사가 될 수 있을까?' 싶었어요. 미술이나 음악을 한다면 상관없는데 '아픈 사람이 아픈 사람을 치료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계속 든 거죠. 장애의 정도가 굉장히 중요했던 것 같아요."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소아외과 의사를 꿈꾸는 박시온은 눈을 심하게 깜빡거리거나 의사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발달장애청년으로 그려지지 않았다. '어디서 봤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뻔한 캐릭터 대신 세상에 꺼내지지 않았던 또 다른 자폐아의 모습이 주원을 통해 알려졌다.


"(주)상욱이 형도 대본 리딩할 때 놀랐다고 하더군요. 초원이나 기봉이처럼 읽을 줄 알았는데 멀쩡히 대사를 읽는다고요. 저도 그랬고 다들 그 생각을 했을거에요. 기존 캐릭터대로 하자니 성장하는 과정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감독님과 작가님께서는 시온이가 직업이 의사니까 '정상인에 가깝게 그려져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고민이 참 많았던 터라 안 끝날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끝나 있더라고요.


국내 의학드라마에서 소아외과를 다룬 것도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래서 사전 준비단계부터 작품에 임하는 기간까지 노력을 기울였고 자연스럽게 소아외과와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고.


"'굿 닥터'를 하면서 현실적인 문제들을 알게 됐어요. 소아외과가 우리나라에 9개밖에 없다는데 이렇게 조금 있을 줄 몰랐거든요. '아기들은 감기만 걸려도 죽을 수 있다'는 말이 이해되더라고요. 소아외과가 국내에 들어온 지 5년 됐으니까요. 소아외과 시스템이 더 좋아졌으면 좋겠고 발달장애아에 대한 시선도 좋아졌으면 좋겠어요. 자폐도 치료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안된다'는 생각만 하고 감추기만 하니까 치료가 안되고 있대요. 외국에는 관련 시설이 많아서 그들이 재능을 살리기도 하고 그렇다는데, 우리나라도 부족한 시설이나 시선에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회성이 결여된 시온이가 의사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주원 스스로도 느끼기도 했다. "자폐아들은 시온이 말대로 자기를 싫어하면 먼저 알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김도한 교수님도 윤서도 다들 불편해 하는 게 느껴졌는데 어느 순간 '모두 나를 예뻐한다'는 느낌을 받게 되면서 조금씩 변화한 거죠. 저도 거기에 중점을 뒀어요. '시온이에게 힐링이 됐구나. 동요됐구나!'라는 느낌이요."


"언제 쉴 거에요?"라는 말을 많이 듣는 배우가 주원보다 많지는 않을 것 같다. 데뷔 이후 드라마와 스크린, 예능, 뮤지컬까지 섭렵하며 쉬지 않고 4년을 달려왔기 때문이다. 이젠 좀 쉬고 싶은 마음이 들 것도 같아 물었지만 주원이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상상이 안 돼요. 몸이 피곤하니 쉬고 싶은 게 당연한데 막상 쉬라고 하면 불안해요. '굿 닥터' 끝나고 다음 날 바로 뮤지컬 연습을 해야 한다는데도 마음 다잡고 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현장에서 항상 기분이 좋아요. 물론 쉬면 좋겠지만, 지금은 한 번 쉬어봐야 알 것 같아요.(웃음)"


여섯 번째 드라마 '굿 닥터'를 마친 주원은 현재 11월 공개될 뮤지컬 '고스트' 연습에 한창이며, 이후에는 12월 김아중과 호흡을 맞춘 범죄 로맨스 영화 '캐치미'로 스크린 나들이에 나설 예정이다.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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