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 송승헌, 논란의 중심에서 말하다(인터뷰①)
기사입력 : 2013.06.12 오전 8:10
배우 송승헌이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 종영 기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스톰에스컴퍼니 제공

배우 송승헌이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 종영 기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스톰에스컴퍼니 제공


18년 연기 경력의 배우 송승헌이 최근 종영된 MBC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때'로 꼬리표처럼 붙어 다녔던 '연기력 논란'을 말끔히 씻었다. 수목드라마 시청률 1위 성과보다 '호평'으로 시작해 '호평'으로 끝난 연기 점수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았을 터. 송승헌 스스로는 "한태상에 빠져들려고 눈빛이나 행동에 노력을 줬다는 점에서 51점을 주겠다"고 겸손함을 보였지만 배우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작품으로 남으려 노력했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연기가 늘어서라기보다 한태상이 불쌍해서 동정표를 많이 얻은 것 같아요. 예전의 눈빛이나 표정, 말투도 버리려 노력했어요. '송승헌이 보인다'는 건 연기적인 면에서 마이너스잖아요. 다른 시도를 많이 해보자 했죠."



◆쟁점1. 점점 산으로 간 '남사'…"대중은 왜 미도를 이해 못 할까?"


미도(신세경)는 자신만을 바라봐주고 자신의 가족에게도 헌신적인 태상을 좋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 그를 진정 사랑하지 않았다. 태상과의 어쩔 수 없는 만남을 이어가던 미도에게 '운명의 남자' 재희(연우진)가 나타나고 미도는 재희와 뜨거운 사랑을 빠진다. 시청자는 교제하는 이가 있는 여자가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 것에 분노하며 미도에게 '어장관리녀'라는 별칭을 선사했다.


"처음에 감독님과 작가님이 의도한 건 서미도가 깡패 사채업자지만 자신만을 좋아해 주는 남자 태상과 첫눈에 반하는 남자 재희 사이에서 갈등하는, 서미도 입장에서의 갈등이 주축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하셨어요. 작가님은 미도가 갈등하는 모습이 애처롭고 불쌍하게 보일 거라 생각하셨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어장관리녀'가 되고 공감을 얻지 못하니까 글을 쓰시는데 애로사항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특히 송승헌은 남몰래 마음 고생했을 신세경에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세경씨가 함께 호흡을 맞췄던 여배우 중 가장 어려요. 남자 배우도 힘든 드라마 촬영에 임하면서 '어장관리네' '양다리네' 하는 얘기가 나오면 저라도 힘 빠질 것 같은데 세경 씨는 오히려 밝게 웃고 더 의욕적으로 미도를 대하더라고요. 정말 고맙고 대견했어요. 저라면 '못해 먹겠다'고 했을 텐데 세경 씨여서 서미도를 잘해냈다고 생각해요."


◆쟁점2. 뜬금 3연타…이해 안 되는 캐릭터, PPL 논란, 갑자기 해피엔딩


사실 제작진은 캐스팅 단계에서 한태상 역에 40대 중후반의 남자 배우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40대 중후반의 남성이 태상을, 20대의 젊은 남자가 재희를 연기해 확연히 다른 남자 사이에서 미도의 갈등을 그리려 했다는 게 송승헌이 밝힌 '남사'의 캐스팅 비화다.


"작가님이 서미도는 누구나 고민할 수 있는 상황에 놓여있는 현실적인 인물인데 시청자가 왜 서미도의 감정을 안 따라가 줄까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농담으로 감독님과 작가님이 처음 시놉은 한태상은 40대 아저씨였고 재희는 아주 어린 남자로 설정하셨대요. 태상 역에 선배 배우가 캐스팅됐다면 아마 다른 일이 났겠죠?"


설득력 없는 캐릭터와 함께 PPL 논란도 '남사'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송승헌은 신세경에게 한 브랜드의 반지로 프러포즈를 했고, 채정안은 이 브랜드 매장을 방문해 똑같은 제품을 구매한다. 자연스럽게 이 브랜드 매장과 제품이 간접적으로 홍보됐다. 뿐만 아니라 주인공들은 한 커피숍만 방문하는 패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모두 PPL 때문이다.


이에 송승헌은 "제가 봐도 뜬금없긴 했어요. 드라마에서 PPL 논란은 많고 시청자 입장에서도 눈에 거슬리는 건 사실이지만 제작 현실은 PPL이 없으면 안되니까요. 그저 방송 현실이 좀 더 좋아졌으면 좋겠어요."


2~3회 만에 모든 캐릭터가 오해를 풀고 갑작스러운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것도 시청자들이 받아들이기엔 어려운 부분이었다. 송승헌은 세 가지 엔딩 중 미도와 태상이 다시 만나는 해피엔딩이 선택됐다고 밝혔다.


"개인적으론 한 명이 떠나거나 죽어 이루어지지 않는 작품을 많이 했어요. 제 성향도 해피엔딩이어서 '드라마 잘 봤다'며 잊어버리는 엔딩이 아닌 여운이 남는 작품을 좋아해요. 이번 작품에서는 한태상이 미쳐서 정신병원에 가거나 죽는 엔딩도 있었는데 결국 우리 드라마는 주인공들이 다시 만나는 걸로 마무리하며 시청자의 상상에 맡긴 거죠."


'남자가 사랑할 때'를 송승헌은 이렇게 정리했다. "사랑 참 어렵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해 준 작품이죠. 송승헌이라는 사람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할 텐데 '사랑 참 쉽지 않겠구나'라는 걸 세 달간 느끼게 해 준 작품이었어요. 사랑 참 쉽지 않아요."


배우 인생에 의미 있는 한 획을 그은 송승헌이 2년 후 40대를 맞이하며 가치관의 변화가 생겼느냐는 질문에 신중을 기해 답했다.


"배우로서 나이가 드는 것에 대한 불안함은 없어요. 결혼도 나이가 돼서 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인연이면 만나겠지' 싶은 거죠. 배우로서는 선배들을 보며 '나도 저 나이가 돼서 멜로 연기를 할 수 있을까? 멋지게 나이 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고 후배들이 봤을 때도 멋진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인터뷰②에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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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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