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준, 이 배우의 70대까지 기대되는 이유 (인터뷰①)
기사입력 : 2013.05.07 오전 11:47
'더 바이러스' 엄기준 인터뷰 / 사진 : 더스타 정준영 기자, star@chosun.com

'더 바이러스' 엄기준 인터뷰 / 사진 : 더스타 정준영 기자, star@chosun.com


인터뷰하기 어려운 사람이 있다. 목폴라에 코트를 계속 입고 나온 이유가 캐릭터 설정이냐는 질문에 "추워서요." 후반부로 가면 와이셔츠로 바뀌는 이유는 "따뜻해져서요."어떤 질문도 답을 간단명료하게 밝히는 배우에는 왕도가 없다. 하지만 이 배우, 겉치레로 답하는 법이 없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최근 종영한 OCN '더 바이러스'에서 치명적 바이러스를 추적하며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특수 감염병 위기대책반 열혈반장 이명현 역의 엄기준을 만났다. 극 중 그는 수술실에 들어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킬러들과 맞서 싸우고, 트럭에 치어도 벌떡 일어나는 히어로로 분했다. 원톱으로서의 위치에 "부담감이 있긴 있었다. 시청률이 나 때문에 안 나오면 어떻게 하나…"라며 "하지만 현장이 굉장히 재미있었어요"라고 덧붙였다.


'더 바이러스'가 시작할 때 인터뷰나 종영소감에서 '춥고 배고팠던'을 유독 강조하던 그에게 야식에 대해 묻자 "질문 하시기전에 제가 먼저 얘기하고 있어요. '더 바이러스' 시즌2 만약 간다고 하면 '야식 주면 할 거예요' 라고 얘기할 정도예요 진짜. 계약서에 명시를 하던가"라며 하소연을 이어갔다. "제가 4개월 간 촬영 하면서 야식을 10번도 못 먹었다니까요. 라면포트를 차에 싣고 다니면서 저희가 라면을 끓어먹었어요. 제가 컵라면을 너무 많이 먹어서 질려해서요"라면서도 "그래도 역시 라면은 같이 먹는 게 맛있죠"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야식에 이렇게 한이 맺힐 정도면 몸이 망가질 법도한데, 이를 대중들에게 확인시켜주듯 엄기준의 첫 샤워신이 '더 바이러스' 3회에 등장했다. 그의 첫 몸 공개에 시선이 쏠렸다. "몸을 따로 만든 건 아니에요. 처음에 감독님께 샤워신 좀 빼달라고 했었어요. 그런데 안된데요. 그리고 그 때 쯤에는 한참 뛰고 다닐 때여서요. 공연하면서 뛰어, 촬영하면서 뛰어. 그래도 날씬했죠?"라고 수줍은 듯 되묻는다. 굶는다던가, 운동을 한다던가, 다른 준비는 없었냐는 말에 그는 작년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작년에 영화 '더 웹툰'을 찍을 때, 그 때는 공연도 같이 안했고 영화만 찍었거든요. 그래서 그 때는 틈틈이 아는 동생이랑 같이 운동을 했던 거 같아요."



'더 바이러스'에서 이명현(엄기준 분)은 결국 거대한 글로벌 제약회사 '글로벌 라이프'에 맞선다. 이 설정이 그의 전작 '유령'에서 절대 악으로 등장했던 엄기준 자신과 유사하다. '유령'에서 자신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야 했던 소지섭에게 새삼 미안하지는 않았냐 묻자 "(소)지섭이는 돈을 많이 버니까요"라며 웃음지었다. 그러면서도 "전 그때 앉아서 시키기만 했죠. 진짜 '유령' 당시 저는 사무실, 로비, 차 안, 별장이 전부였어요. 야외를 거의 안 찍었죠. 그러고보니 '유령'은 참 쉽게 촬영했던 것 같기도 해요"라며 "지섭이는 비도 맞고 사람들한테 맞기도 하고 그랬는데"라고 답했다. 하지만 '유령'을 생각하거나 참고했냐는 질문에는 역시 "아니요"라는 쿨한 답변이 돌아왔다.


엄기준은 1996년부터 지금까지 뮤지컬, 연극, 방송, 스크린 등으로 자신의 스펙트럼을 꾸준히 넓혀왔다. 년도 별 그가 해온 작품의 수가 대략 50개가 넘어간다. 그의 연기에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을 묻자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제가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정말 없었어요." 그는 "조금 자신감을 생기게 해 준 작품이 '헤드윅'이예요"라며 "'그들이 사는 세상'을 하면서 방송 쪽에서는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엄기준은 '더 바이러스'가 끝난 후에도 휴식이 없다. "지금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 연습해야하고, 부산 '삼총사' 공연이 있고, 부산 다녀오면 3주 쯤 후에 공연 시작해요. 그러니까 연습 해야죠." 너무 휴식이 없는 거 아니냐는 물음에 "좋으니까 하는거죠, 재밌으니까"라는 질문이 돌아왔다. 그의 이런 달리기, 언제까지 계속될까? 그는 "죽을 때 까지요"라고 답한다.


"연기라는 게 50대 역할도 해야하고, 60대 역할도 해야하고. 살면서 제가 언제까지 이런 역할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조금 있으면 애 아빠 역할이 될 거고, 그러다 삼촌도, 큰 아빠도 될 거고. 나이를 점점 먹는 만큼 그 연기가 따로 있으니깐, 그것들을 다 해봐야죠. 증손자도 한번 보고 그래야지" 라며 "증손자는 나이를 얼만큼 먹어야 하는거야? 나이 차이 되게 나겠네. 70은 되어야 되겠구나"라고 웃음을 짓는다.


"신구 선생님이나 이순재 선생님처럼 제가 선생님들의 나이가 되어서도 계속 같이 그렇게 연기하고 싶어요. 선생님들처럼요.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서 연기하신 이순재 선생님, 윤소정 선생님, 송재호 선생님, 김수미 선생님 그 네 분 연기경력을 합치면 200년이래요. 그러니까 그런 작품이 나오죠. 그런 연기는 해봐야죠."


'더 바이러스'에서 엄기준은 대략 30대의 히어로였다. 그리고 그는 앞으로 40대, 50대, 60대, 그 이후까지 보여줄 모습이 남아있다.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 '앞으로 기대할게요'라고 인터뷰를 마무리 하려했다. 그런데 의외로 그가 "어우"하면서 폭소했다. '이런 말에 오그라드시는구나'라고 말하자 이내 "네"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래도, 덧붙여야겠다. 현재의 배우 엄기준에서 앞으로 증손자를 바라보는 연기를 할 엄기준까지, 긴 호흡을 가진 이 배우를 대중들이 기대해야 하는 이유다. 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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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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