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씨엔블루 /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10개월 만에 컴백한 그룹 씨엔블루가 4번째 미니앨범 <Re:BLUE>에 수록된 6곡 모두를 멤버들의 자작곡으로 채웠다. 자작곡으로 하나의 앨범을 완성했다는 것, 이는 아이돌들의 꿈이자 어쩌면 ‘가요계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일 수도 있다.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 고민하고, 끊임없이 곡을 만들어 부르는 단계에 이른 씨엔블루는 이제 ‘아이돌’에서 벗어나 ‘뮤지션’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매 앨범 자작곡을 실긴 했어도 수록곡이 아닌 타이틀 곡으로 멤버들의 자작곡이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 정용화는 멤버 이종현이 작곡한 ‘나 그대보다’를 제외한 다섯 곡 모두 작사, 작곡하며 싱어송라이터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정)용화 형은 본인이 쓴 곡이 타이틀 곡으로 선정됐기 때문에 ‘실패하면 어쩌지’ 하는 부담감이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멤버의 자작곡이어서 타이틀 곡이 된 게 아니라 곡이 좋아 선택된 거에요. 용화 형에게 계속 ‘믿어도 된다’고 얘기해 줬어요”-강민혁
타이틀 곡 ‘아임 쏘리(I’m sorry)’는 기존에 씨엔블루가 해왔던 음악 같지 않다는 평이 있다. 혹자는 ‘신선하다’고 말하고, 다른 이는 ‘훌륭하다’고 칭찬한다. 타인의 평가가 아닌 변화를 꿈꾸는 씨엔블루가 직접 만든 앨범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짚고 가는 게 더 중요해 보였다.
“데뷔곡 ‘외톨이야’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 탈피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번 앨범 전체에 힘을 많이 실었고 곡들도 강렬한 사운드를 많이 넣었죠. 어쿠스틱, 록,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앨범에 실긴 하지만, 타이틀 곡은 앨범의 얼굴인 만큼 변화를 주고 싶었어요”-정용화
“민혁이와 제가 드라마 활동을 할 때 1년 정도 휴식 시간을 가졌던 용화 형이 많은 곡을 써놨더라고요. 그곡을 함께 들어보면서 앨범에 실기 위해 선택하고 마스터링 작업까지 세심하게 참여했기 때문에 후회 없는 앨범이에요. 사실 전 앨범 타이틀 곡은 모두 외부 작곡가의 곡이어서 찜찜한 면도 없지 않았는데, 그런 점들이 해결된 것 같아 속 시원하죠”-이종현
모든 변화에는 이유가 있다. 씨엔블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데뷔 초 때만 해도 ‘너희가 연주할 줄이나 아느냐’는 편견이 많았다. 예전 같으면 비수가 될 말이지만 지금은 웃어넘길 수 있는 지점에 다다랐다. 상처받는 시간 대신 가던 길을 계속 걸으며 ‘곡도 만들고 연주도 직접 하는 밴드’라는 것을 보여주기만 하면 그뿐이었다.
“시작이 달라서 씨엔블루에 대한 오해가 없을 수가 없었겠지만, 결론은 꼭 해결되더라고요. ‘헤이유(Hey You)’ 활동 당시 멤버들과 고기를 먹으러 갔는데 어떤 분이 저희를 보고 ‘외톨이야 다~’라고 하셔서 당황했던 적이 있어요. 공항에서 만난 한 부모님께서는 ‘외톨이야 오빠야~ 인사해’라고 하신 적도 있었고요.(웃음) ‘외톨이야’가 우리에겐 천운 같은 곡이긴 하지만 뛰어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죠.”
데뷔 때부터 술술 잘 풀리기만 한 그룹처럼만 보이지만 속으론 더 좋은 음악에 대한 부담감에 밤잠을 설쳤다. 그러다 1위 욕심보다는 ‘인식을 바꿔보자’는 마인드로 음악을 대하고 나서는 여유도 생겼다. 이번 컴백 때도 라이브 연주를 해야 하는 밴드의 특성상 100% 라이브는 힘들어 보였지만 “사비를 보태서라도 하겠다”는 멤버들의 굳은 의지 덕분에 진행될 수 있었다. 변화와 도전은 더 나은 씨엔블루를 만들었다.
“제가 곡을 쓰기 때문에 장르가 다를 뿐이지 멜로디나 리듬은 어쩔 수 없이 비슷해요. 그게 정용화 스타일 아닐까요? 제가 그루브한 음악을 좋아하거든요. 하나에 꽂혀서 음악을 듣는 스타일인데 다양한 곡에 심취했었죠. 시도하는 것도 좋아해서 이 곡 저 곡 만들다 보니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대로 되는 것 같아요. 제 안에서 뻗어 가는 거죠.”-정용화
어느 가수 앨범 소개에나 있는 ‘○○만의 색깔이 뚜렷한’이라는 수식어를 씨엔블루는 거부한다. 곡을 만들 때도 밴드이기 때문에 강렬한 음악만을 하고, 사랑 노래는 절대 하지 않는 일종의 그룹 공식도 지키지 않는다. 지금이 행복해서 사랑 노래를 부르고 지금 부르고 싶은 음악을 만들어서 부른다. 20대의 씨엔블루, 오늘의 씨엔블루에 맞게 스스로 선택하고 있는 셈이다.
“씨엔블루 만의 색을 정하지 않는 이유는 나이가 어린 것도 있고, 1~2년만 활동하는 밴드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장르를 벌써 굳히면 힘들 것 같아요. 저희는 지금 표현하고 싶은 음악을 하면서 계속 변해가지 않을까 싶어요.”-이종현
데뷔 4년 차에 접어든 씨엔블루가 올해는 또 어떤 계획들을 세우고 있을까. 국내 밴드 최초로 전 세계를 아우르는 대규모 월드투어를 준비 중이다. 데뷔 때부터 공연은 해왔지만, 이번 월드투어는 또 남다른 의미가 있다. 반대로 소규모 공연도 늘 염두에 두고 있다. 씨엔블루의 목표는 작지도 크지도 않은 ‘진정한 음악’을 선보이는 것이다.
“우리는 댄스 그룹이 아닌데 왜 좋아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외국에서는 댄스 음악을 하는 아이돌이 참신하게 다가오지 밴드는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소규모 공연의 경우도 제(이정신) 침대에 다 같이 누워 참신한 아이디어를 자주 나눴어요. 지금은 회사와 조율만 되면 작은 클럽투어도 조만간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요”
“올해 씨엔블루의 목표는 국내에서 디지털 앨범이든 싱글 앨범이든 앨범 자체를 많이 내고 활동하는 거에요. 노래를 많이 공개하고 싶어요. 써 놓은 곡이 아직도 많거든요.(웃음)”-정용화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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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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