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벗은 소녀시대, 생소한 도전? 중독의 아이콘!(인터뷰)
기사입력 : 2013.01.09 오전 8:35
사진 : 그룹 소녀시대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 : 그룹 소녀시대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데뷔 이후 6년 동안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걸 그룹 소녀시대가 또 한 번 모험을 감행하며 K-POP의 진보를 이끌었다. 1년여 만에 선보인 정규 4집 앨범 <I Got a Boy>는 미국 유명 매체인 빌보드와 미국 MTV로부터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가장 진보적인 팝 트랙”이라는 극찬을 이끌어냈고, ‘I Got a Boy’ 뮤직비디오는 K-POP 뮤직비디오 사상 최단시간(5일간)에 2천만 조회수를 돌파했다.


평단의 호평과 동시에 음악 팬들은 “신선하다” 혹은 “생소하다”는 엇갈린 의견을 내놓았다. 실제로 ‘I Got a Boy’는 4분 21초 동안 팝, 레트로, 어반 장르가 한 곡에 녹아 들어있어 마치 다른 매력의 세 곡을 한 자리에서 만나게 되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을 준다. 템포 체인지가 여러 번 이루어지는 음악적 장르를 ‘보헤미안 랩소디’라고 하는데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유행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소녀시대가 앞장서서 선보이고 있는 新장르다.


“저는 처음엔 자신감이 없었어요. 더구나 첫 파트를 맞는 게 부담이었죠. ‘I Got a Boy’ 가이드를 영어 버전으로 접해서 더 생소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녹음할 때 한국어로 연습하면서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하다 보니 괜찮아졌어요”(수영)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퍼포먼스 "재기 발랄"


곡이 변할 때마다 안무도 소녀들의 표정도 다양해진다. 힐을 벗고 운동화를 신은 소녀시대는 어느 순간 헤드뱅잉을 하고 스탠드 마이크를 잡은 티파니의 독무대를 선보이는가 하면 사선으로 선 소녀들이 저마다 춤을 추는 동안 서현이 대화를 주도하는 안무가 펼쳐진다. 또 ‘민낯을 보여줘도 괜찮겠냐’는 윤아와 멤버들에 대항해 효연과 또 다른 멤버들은 ‘절대 안 된다’며 한 걸음 다가간다는 위트 있는 안무를 연출하기도 했다. 소녀시대 특유의 ‘칼군무’와 함께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새로운 안무가 한데 어우러져 있는 셈이다.


“낯설지만 새로운 구성이었어요. 곡 자체에 뮤지컬 요소가 있기 때문에 연기를 하면서 안무를 하는 게 다채롭게 보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자들이 수다를 떠는 모습을 귀엽고 재기 발랄하게 안무로 표현한 거죠. 장르가 확확 바뀌니까 재미있어요”(유리)


“표정 연기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부담감이 컸어요. 곡과 혼연일체를 이룬 효연언니를 보고 ‘언니는 잘하는데 내가 못하면 어쩌나’ 싶었지만 저에게는 새로운 도전이라 재밌었고, 어느 순간 가사처럼 수다를 떨고 호흡하면 되겠다고 느끼고 있었어요”(서현) “서현이가 빠르게 변하는 모습에 놀랐어요. 태티서 때도 표정 연기가 어색하다고 했는데 시킬수록 다 잘하는 친구인 것 같아요. 멀티 플레이어예요”(티파니)


곡에 맞춰 안무를 만드는 것이 보통인데 이번 곡은 마치 무대 연출을 머릿속에 그려놓고 만든 곡처럼 느껴진다. 유리는 “퍼포먼스가 우리의 장점”이라며 “보이는 음악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사실 ‘I Got a Boy’ 안무는 많은 체력을 요구하는 안무예요. 강도도 높고 스킬을 요구하는 동작이 많죠. 군무를 선보였던 소녀시대가 새로운 모습에 욕심을 나면서 도전하게 됐는데 연습시간이 부족해서 ‘늘려달라’고 자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어요. 정말 연습 많이 했죠”(유리)


◆질펀한 점퍼에 배기팬츠…수영 아이디어 의상 '태연 착용'


음악, 안무, 메이크업, 패션까지 어느 하나 빼놓지 않고 화제를 몰고 왔던 소녀시대가 이번에도 파격적인 스타일링을 제안했다. 특히 멤버 수영은 배기팬츠의 벨트 부분에 Girls generation이라는 단어를 새기면 좋을 것 같다는 아이디어를 직접 제안하는 적극성을 띄었다.


“‘Gee’ 때는 흰 티셔츠에 청바지를 유행시켰잖아요. 그때는 페미닌했다면 이번엔 보이시하면서도 여성스럽고 섹시한 것 같아요. 배기팬츠에 화이트톱을 입고 셔츠나 재킷을 걸치거나 다양한 모자를 쓰죠. 데님에 하얀색 포인트를 줘도 예쁠 것 같아요”(제시카)


“바지의 허리 부분에 소녀시대 영문명인 ‘Girls generation’를 새기면 어떨까라는 의견을 가볍게 냈는데 스타일리스트 팀이 의견을 반영해서 의상을 제작해 주셨어요. 태연이가 <뮤직뱅크> 컴백 무대때 입고 나온 그 의상이에요.”(수영)
“저희가 쓴 모자에도 한글 이니셜 로고가 있어요. 벌써 팬 분들이 많이 쓰고 다니시더라고요”(티파니)
“의상이 판매된다면 수익은 저에게로..(웃음)”(수영)


킬힐에 스키니진을 입고 여성스러운 매력을 풍기던 소녀시대는 넉넉한 배기팬츠에 운동화를 신으니 행동부터 털털해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번 무대에서는 강해 보여야 해서 타이트한 의상 대신에 질펀한 점퍼나 재킷을 입었어요. 예뻐 보이기도 해야 하니 블링블링한 아이템도 곳곳에 매치했고요. 무엇보다 운동화를 신으니 안무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아요. 무대에서 날아다녔다니까요!”(태연)


◆최초·진보·선두주자…5년차 정상行 소시의 비결


소녀시대도 ‘낯설다’ ‘신선하다’는 말로 곡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왜, 대중의 사랑이 보장된 탄탄대로를 포기하고 모험의 길을 택했을까.


“오랜만의 컴백인데 지금 시기에 맞는 최고의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었어요. ‘어떤 걸 보여 드릴까?’ 고민하다가 힐 신고 스키니를 입던 때와는 달리 의상도 음악도 모두 바꿨어요. 전체적으로 다 변화를 추구했지만, 소녀시대만의 색깔은 넣기로 고집했죠”(태연)
“‘I Got a Boy’는 정통힙합은 아니고 소녀시대만의 색을 표현한 음악이에요. 오래 준비한 만큼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서현)


스타들이 뜨고 지는 이 순간까지도 최고의 걸 그룹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소녀시대에게 어떤 의미일까. 5년, 10년 후에 지금의 소녀시대가 새로운 역사를 계속해서 써나가려면 어떤 목표를 가져야 할까. 소녀들에게 물었다.


“뚜렷한 목표는 없어요. 열심히 하면 좋은 기회가 따르겠죠. 소녀시대를 있는 그대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숫자로 보이는 성과들이 좋다면 ABC <라이브 위드 켈리쇼>, CBS <데이비드 레터맨쇼> 같은 외국의 유명 토크쇼에도 다시 출연할 수 있을 거고요”(수영)


“정상을 유지해야 하는 부담감과 행복함이 공존하는 것 같아요. 이전의 성과를 이어야 하는 책임감이 들면 즐기지 못하기 때문에 어떤 무대에 오르든 매번 즐기면서 (소녀시대의 미래를) 준비할 예정이에요”(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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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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