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더스타 현성준 기자, star@chosun.com
한 작품 안에서도 유독 잘 맞는 배우들이 있다. 작품이 끝나도 ‘내’가 아닌 ‘상대’로 인해 호연을 펼칠 수 있었다거나 상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 데서도 알 수 있고 그들이 만들어낸 작품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속 한재희 역의 박시연과 강마루 역의 송중기는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서로를 더 높이 평했고 고마워했고 아끼는 마음을 보였다.
박시연은 최근 더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상대 배우인 송중기에 대해 “나와 코드가 잘 맞고 시너지를 낼 수 있었던, 지금까지 내가 함께 연기했던 배우 중 감히 베스트라 꼽을 정도로 고마운 배우”라며 극찬했다.
앞서 박시연보다 먼저 매체 인터뷰를 했던 송중기는 박시연을 두고 “성실하고 존경스러운 부분이 많은 배우”라고 칭찬함과 동시에 “내가 아는 유부녀 중 가장 섹시한 유부녀”라고 농담을 건넬 정도로 친근함을 과시했다.
이에 박시연은 송중기가 아는 유부녀 중 가장 섹시한 유부녀가 된 사연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사실 (송)중기가 본인이 제게 농담을 건넬 때 제가 당황하는 걸 즐기는 스타일이에요. 그날도 제가 준비를 하며 다리를 올리고 중기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누나, 대기하면서 왜 이렇게 섹시한 포즈를 짓고 있는 거야?’라고 하더라고요. 지금까지의 저는 당황해 하고만 있었겠지만, 그날의 저는 당하지 않으리라는 마음으로 ‘섹시해? 진짜?’라고 응수한 거죠. 그러니까 중기가 역으로 ‘미친 거 아냐? 갑자기 왜 그래?’ 이러더라고요.(웃음) 그 일이 있고 나서 다음날 있었던 인터뷰에서 그렇게 얘기를 한 것 같아요.”
송중기에게 ‘섹시하다’는 칭찬을 들었으니 반대로 박시연이 생각하는 송중기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박시연은 주저 없이 ‘상남자’ 송중기의 배려가 돋보이는 순간을 끄집어냈다.
“다른 배우들에게 모두 그렇게 대하진 않았겠지만, 배려심도 정말 깊어요. 저보다 신도 대사도 훨씬 많은데도 아침에 스케줄 표를 보고 제가 첫 신이면 조감독님을 불러 본인이 먼저 찍을 테니, 저를 10분 더 자게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중기야 괜찮아~’라고 해도 ‘누나 아니야~ 누나도 배우잖아’라면서 배려해 주는데 너무 고마웠어요. 저보다 6살이나 동생인데도 의지가 많이 됐어요.”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밤샘 촬영에도 박시연과 송중기가 최상의 연기를 선보일 수 있었던 건 서로를 향한 배려와 믿음 때문이었다. “연기할 때도 중기와 할 때 감정몰입이 잘 됐어요. 제가 연기를 잘하게끔 이끌어줘요. 제가 연기를 할 때는 본인 얼굴이 안 나오는데도 대충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줘요. 그런 코드가 저와 잘 맞아 시너지 효과를 냈죠. 너무 고마웠고 그런 부분에서 (송)중기에게 많이 느꼈어요.”
극중 대립관계에 있었던 배우 문채원과 재희를 짝사랑했던 안 변호사 역의 김태훈 등 동료 배우들에 대해서도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웰메이드 드라마가 탄생했던 만큼 배우들의 합이 좋았고 드라마 현장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는 것.
“중기와는 울고, 대화도 하고, 밥도 먹는데 (문)채원이 와는 끝까지 대립 관계였고 많이 붙지도 않았어요. 채원이는 중기와 박 변호사와 저는 중기와 안 변호사와 붙는 신이 많아서 현장에선 많이 친해지진 못했어요. 그런데 딱 보이더라고요 말 느리고 착한 모습이.”
박시연은 또, 드라마에서는 강마루(송중기 분)를 서로 갖지 못해 싸우는 연적 관계였지만 실제로는 다른 모습이었다고 했다. “제가 채원 씨에게 ‘너 (송중기) 가져라~ 나 힘들어 죽겠다’라고 농담을 건넬 정도였어요. 그러면 채원 씨는 ‘언니 가지세요’ 이러고. 중기는 별로 개의치도 않아요. 우리끼리 웃자고 하는 소리죠.(웃음)”
스태프들도 ‘안 변호사 오빠 너무 좋아요’라고 외쳤던 김태훈은 슛만 들어가면 재희보다 더한 악행으로 온 국민의 미움을 받았다. 그래도 카메라가 꺼지면 ‘시연아~’ 이러면서 해맑은 미소를 보였다고. 이처럼 동료배우들과 사이가 좋다 보니 촬영장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서로 애정도 넘치고 현장 분위기도 좋았어요. 가장 NG가 많이 났던 장면은 재희가 마루의 집을 산 장면인데, 재희가 마루의 집 문을 열고 나오면 마루가 ‘왜 이 집에서 나와요?’라고 묻고 재희가 ‘내가 이 집주인이야’라고 말하는 신이에요. 파동댁이 나와야 할 것 같은데 퍼코트 입고 나오는 게 웃기다는 중기의 말에 웃기 시작해서 결국 둘이 바닥을 치고 웃었어요. ‘딩동’ 하면 나와야 하는데 못 나가고.(웃음)”
재희의 친오빠인 재식 역의 양준익 감독도 박시연의 웃음보 터트리기에 한몫했다고. “재식이도 핫도그 들고 와서 옛날 얘기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핫도그를 제 코에 대고 ‘핫도그 먹을래?’라고 하는 바람에 눈물 쏙 빼고 웃었어요. (송)중기는 제 표정을 아니까 20회 모니터링 하면서 ‘시연누나 웃음 참는 거 다보여’ 이러더라고요.(웃음)”
동료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고 작품에만 빠져 산 탓에 ‘패셔니스타’, ‘섹시 아이콘’이라는 애칭 대신 ‘배우 박시연’이라는 수식어를 달게 됐다. 좋은 얘기에 휩쓸리지 않는 편이지만 배우로서 시청자의 연기 칭찬은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얘기다. 이 작품이 박시연에게 특별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을 하고 나서 연기 호평을 해주시니 감사하죠. ‘잘했으니까’ 하는 안도감이 드는 것보다는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좋은 얘기에 들뜨는 편도 아니고 나쁜 얘기에 속상해하는 편도 아니거든요. 저는 제 갈 길을 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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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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