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남자' 송중기 "첫사랑 박시연과 연기할 때 더 공감했다"(인터뷰①)
기사입력 : 2012.11.16 오후 5:59
사진 : 싸이더스HQ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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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명대사와 명장면을 탄생시킨 KBS2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가 15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수목 밤을 책임지던 송중기를 떠나보내기가 아쉬워 마련한 송중기와의 일문일답. 인터뷰하면서도 울컥했다던 송중기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끼실 수 있길 바란다.


Q. <착한남자>의 결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대본 보고 새드엔딩도 해피엔딩도 생각했는데 결국엔 해피엔딩으로 되더라. 이경희 작가님 전작을 보면 새드엔딩이 될 거라 생각했었다. 개인적으론 해피엔딩을 좋아하는데 <착한남자>가 영화였다면 새드엔딩도 괜찮을 거라 생각한다. 드라마는 시청자를 위한 거니까 해피엔딩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특히 마지막 촬영 때는 기분이 되게 이상했다"


Q. 강마루 캐릭터를 온전히 이해했는지, 아니라면 이해가 안 됐나?


"내가 아직 젊다 보니 작가님의 대사 속에 어려운 단어들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지금까지 해본 캐릭터 중에 가장 애착이 갔고 촬영 내내 작가님 입장에서 작가님과 피드백하며 강마루로 생각하려고 했다. 18회 엔딩에서 문채원이 나와 키스하다 눈을 뜨는 장면에 관해 얘기했는데 써주셨다. 그런 식으로 철저히 강마루가 되려고 했다. 남자들은 첫사랑을 못 잊는 것 같다. 그래서 문채원 씨랑 할 때보다 박시연 씨와 마주할 때 더 공감됐다"


Q. 기억상실은 경험하지 못한 부분이라 힘들지 않았나?


"맞다. 기억상실을 겪어본 지 않았으니 상상하려고 했다. 자동차 충돌 신에서 헤드라이트가 비치면서 마루가 희미하게 웃는데 감독님과 채원 씨와 이 장면에 대해 회의 끝에 현장에서 나온 장면이다. 사랑하는 여자와 현실에서 이런 일을 마주한다면 나도 그 차를 안 피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근데 모르지, 부딪히기 1초 전에 핸들을 틀지도.(웃음)"



Q. <착한남자>는 유난히 변화가 잦았다. 변화의 감정이 잘 연결됐다고 생각하나?


"총 다섯 번의 변화가 있었다. 마지막회에서 7년 뒤의 이야기가 그려지는데 그렇게 따지면 나는 37살, 김태훈 형은 50살이다. 영화 <은교>의 박해일 선배님처럼 분장해야 한다고 내가 분장팀한테 농담으로 부탁했다.(웃음) 변화가 잦아서인지 대서사극을 끝낸 것 같고 캐릭터의 감정 변화를 그려내기에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 버겁긴 했지만 잘 보인 것 같아 만족한다. 다음번엔 더 철저하게 준비해서 내공을 쌓아야겠다는 반성도 든다."


Q. 그런 감정의 변화를 내레이션으로 잘 드러낸 것 같기도 한데?


"마루의 감정을 내레이션으로 표현한 게 굉장히 신선하고 특이했다. 내레이션 할 때는 굉장히 담담하게 했고 격정적인 신일수록 더 당당하게 했다. 그게 우리 드라마의 콘셉트였다. 그래서 바쁜 생방 스케줄임에도 굳이 KBS 별관까지 가서 나레이션 녹음을 하고 그랬다. 그 정도로 잘하고 싶었다. <남극의 눈물> 때보다 더 잘해야 할 거 아냐(웃음)"


Q. 오프닝 브릿지에서 시계가 나오는데 거기서부터 해피엔딩을 염두에 둔 게 아니었을까?


"감독님의 작품을 보면 중간 브릿지가 있다. 중간 브릿지도 회마다 다르게 가자는 의견이 있었는데 집중이 흐트러질 것 같다는 의견이 모여서 마지막회만 강마루가 씨익 웃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걸로 갔다. 감독님이 5, 6회차때 내신 아이디어다. 내가 봐도 엔딩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건 아니다. 작가님이 워낙 바쁘셔서 엔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Q. 드라마 제목이 <차칸남자>에서 <착한남자>로 방영 도중에 바뀌었는데 섭섭하진 않나?


"솔직히 속상했다. 드라마 찍는 과정에서 제목이 바뀌어서 속상했지만 계속 생각하면 연기에 방해될 것 같아 잊으려 했다. 내가 얘기하면 일이 더 커지기도 하고. 다행히 마지막회 인서트 컷을 통해 '강마루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차칸남자다'라는 글귀가 제작진의 처음 의도대로 나가게 돼서 속이 후련했다"


Q. <착한남자> OST '정말'이라는 직접 곡을 불렀는데 OST 참여는 어떻게 된 건가?


"제작사에서 의견이 나왔는데 드라마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하게 됐다. 주변에서는 정말 정직하게 불렀다는 의견이 많았다. 가수가 아니어서 잘 부르진 못했지만 좋은 추억이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OST도 좋은 추억으로 기억될 것 같아 감사한 데 되게 부끄럽다(웃음)"


Q. <성균관스캔들>의 샤방샤방했던 이미지가 강했는데 <착한남자> 초반에 무거운 이미지의 캐릭터로 옷을 갈아입었고 시청자로부터 호평받았다. 마지막으로 이미지 변화에 만족하는지 듣고 싶다.


"예전에 <산부인과> 찍기 전에 차태현 형이 '네가 과연 진지한 걸 할 수 있을까?' 그런 얘기를 했었다. 나는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고 평소 존경하던 이경희 작가님과 작업하게 되면서 자신감이 더 커졌다. '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보다는 '시청자들이 내 이미지를 받아줄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컸다. 다행히 조금이나마 받아주신 것 같아 너무 감사하다"



아직도 강마루를 떠나보내지 못해 1초 정도를 숨죽이던 송중기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중간중간 송중기 특유의 솔직하고 호방한 모습도 보였지만 '이번만큼은 카메라가 꺼져도 강마루로 살았다'는 송중기의 말처럼 앞으로 며칠 간은 송중기에게 깊고 강렬한 강마루의 여운이 남아있지 않을까 싶다.


20대 후반 인생을 산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아직은 젊은 배우 송중기에게서 배우에 대한 진정한 고민과 자기 성찰의 시간을 함께 나누면서 앞으로 이 배우가 보여줄 모습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지는 바이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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