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SBS '아름다운그대에게' 방송 캡처
◆회당 에피소드 완결 전제•다채로운 에피소드 구성해야
일본판은 회당 세 개의 에피소드들로 정리되고 한 사건이 해당 회에서 터지고 해결되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빠른 이해를 돕지만, 한국판 <아그대>는 3회에서 태안 펜션 여행을 떠난 제2기숙사 학생들의 에피소드를 4회까지 이어가고, 4회에 설리의 친오빠인 줄리엔강이 등장해 남장 여자인 설리를 전학시키겠다고 선포한 뒤 5회에서 기태영이 줄리엔강을 만나 설득하는 장면을 넣는 식으로 한 에피소드를 2회에 나누어, 한번 보고 넘어가면 내용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5회 말미에 ‘전학 절차를 밟겠다던 설리 오빠는 왜 그냥 간 거지?’라는 의문이 드는 식이다.
물론 한국판만의 장점도 있다. 청춘드라마의 꽃인 로맨스를 극대화해 충성도가 높은 10대 시청층을 공략한 점이다. 일본판은 주인공들의 로맨스가 더뎌 달달 지수가 부족하고 답답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한국판은 초반부터 러브라인 급진전으로 시청자들의 갈증을 해소시켜줬다. 또, 설리, 민호, 이현우 등 연기자들의 맞춤옷을 입은 듯한 연기력과 총 105대의 고성능 카메라를 동원한 매트릭스 카메라의 도입, 아기자기한 기숙사, 푸르른 잔디밭이 인상적인 운동장 등의 세심한 장소 섭외 및 세트 구성은 수려한 영상을 완성하는 데 상당 부분 도움이 됐다. 머리와 가슴이 아닌 눈으로는 한국판이 우세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같은 장면은 어떻게 그렸을까. <아그대> 속 남자주인공은 한국판과 일본판 모두 술이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빨리 취하고, 아무에게나 뽀뽀하는 주사를 갖고 있다. 시크하고 도도한 주인공이 흐트러지는 유일한 순간이다. 이를 한국판에서는 체육대회 뒷풀이 파티 때 민호가 계단에서 마주친 설리에게 뽀뽀하는 한 장면만으로 연출했다면, 일본판에서는 오구리슌(사노 이즈미 역)이 호리키타 마키(아시야 미즈키 역) 뿐만 아니라 이쿠타 토마(나카츠 슈이치 역) 등 같은반 친구들에게 뽀뽀하는 장면들로 캐릭터의 독특한 성격을 입증시켰다.
◆확실한 기획의도 없인 모두가 희생양 될 수밖에
초반 ‘케미가 필요하다’는 일부 시청자들의 의견이 반영된 듯 한국판은 3회부터 8회까지 설리와 민호의 러브라인에 중점을 두고 에피소드를 풀어내고 있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제작진의 기획의도인 체육소년들의 아름다운 청춘의 모습, 청춘들의 청정 무공해 성장드라마는 저만치 배제한 듯 보인다. 일본판은 사노와 아시야의 러브라인 보다는 타인에 대한 배려, 화합의 중요성을 등장인물들의 대사 속에 녹여내며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일본판 1회에서 영혼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소년인 카야시마(야마모토 유스케)가 나카츠(이쿠타 토마)에게 “네 할머니가 ‘남을 위해 살아라’라고 하셨다”는 대사와 6회에서 교장이 학생들에게 준 보물찾기 미션 결과인 ‘세 기숙사가 단결하지 않으면 학교의 미래는 없다’는 부분, 마지막회에서 사노 아빠가 사노에게 “혼자서 바를 넘을 수 없다. 누군가를 위해 살아라. 그렇다면 뭐든지 뛰어넘을 수 있다”는 대사들을 일례로 들 수 있다. 이는 제작진이 놓쳐서는 안 될 드라마의 주제를 극의 초, 중, 후반에 배치해 중심을 끝까지 잃지 않으면서 청춘 성장드라마의 한계까지 극복한 좋은예다.
첫 주연을 맡은 설리와 민호, 이미 연기력이 입증된 이현우와 서준영 등 배우들의 호연이 많은 시청자에게 제대로 된 평가 조차 받지 못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한국판 <아그대>가 달라져야 한다.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문의 : 더스타 thestar@chosun.com)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픽콘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제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