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대 특집①] 성적 부진의 이유 '설리 민호론 안되겠니?'
기사입력 : 2012.09.13 오후 8:58
사진 : (위) SBS '아름다운그대에게', (아래) 후지TV '아름다운그대에게1'

사진 : (위) SBS '아름다운그대에게', (아래) 후지TV '아름다운그대에게1'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연출 전기상, 극본 이영철/이하 아그대)가 에프엑스 설리, 샤이니 민호, 이현우, 김지원 등의 인기 아이돌 스타들의 호연에도 한자릿수 시청률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드라마에 앞서 나카조 히사야의 동명만화 <아름다운 그대에게>(2001)를 원작으로 한 일본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1>(2007, 후지TV)는 평균 시청률 17.04%(관동지구, 비디오 리서치 조사)로 2007년 3분기 드라마 시청률 1위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1리터의 눈물>(2005, 후지TV) 이후 3년 만에 회당 최고시청률 20%를 넘은 드라마로 영예롭게 막을 내렸다. 그렇다면 한국판 <아그대>와 일본판 <아그대>는 뭐가 다를까.


◆조연 캐릭터 개성 상실, ‘민호·설리·이현우 만으론 부족해!’
먼저 한국판 <아그대> 캐스팅은 인기 아이돌 그룹 에프엑스 설리와 샤이니 민호가 각각 남녀 주인공을 맡아 극을 중점적으로 이끌어간다. 드라마 속 러브라인은 민호를 짝사랑하는 ‘체조요정’ 설한나 역의 김지원과 설리를 짝사랑하는 ‘축구천재’ 차은결 역의 이현우가 투입돼 사각 러브라인을 형성한다. 네 명의 주인공 외에도 의리파 제2기숙사장 하승리 역의 서준영, 태준의 라이벌 민현재 역의 강하늘, 질투의 화신 송종민 역의 광희, 미스테리한 양호선생 장민우 역의 기태영, 육상부 코치 반광민 역의 강경준 등이 포진해 있다.


일본판 <아그대>에는 좀 더 많은 출연진이 등장한다. <꽃보다 남자>의 루이 역을 맡았던 오구리슌과 <노부타 프로듀스>의 호리키타 마키, 이쿠타 토마의 삼각 러브라인이 중심축을 이룬다. 부제인 ‘꽃미남 파라다이스’에 걸맞게 미즈시마 히로, 야마모토 유스케, 오카다 마사키 등 저마다 개성이 넘치는 훈남들이 대거 출연한다.


캐릭터만 놓고 봤을 때 일본판의 장점은 이들은 저마다의 캐릭터 구축을 확실히 하고 있으며 주·조연을 떠나 캐릭터들의 사연을 담은 에피소드가 등장해 시청자로 하여금 ‘저 인물을 왜 등장하는 거야?’라는 반문이 들지 않게 그려졌다.


대표적으로 한일드라마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제1, 2, 3 기숙사장과 학생들을 비교해보면, 일본판은 기숙사별 특색이 강해 이들이 풀어내는 에피소드에도 시청자가 흥미를 느낄 수 있게끔 연출했다. 유도복을 단체로 입고 등장하는 제1기숙사 학생들은 단순 무식한 행동을 일삼는 집단으로, 남녀주인공이 소속된 제2기숙사는 자유분방한 성격의 학생들로 구성했으며, 제3기숙사는 망토를 뒤집어쓰고 유령을 쫓는 독특한 무리로 그려 다채로운 캐릭터를 만들고 전혀 다른 그룹들이 모여 하나되는 과정을 극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반면 한국판은 아직 각 기숙사에 대한 특징이 드러나지 못하고 있다. 설리와 민호가 소속되지 않은 제1, 3기숙사에 관한 특색은 발견하지 못했을 뿐 더러 극의 활기를 불어넣어 줄 청춘들의 에피소드도 없다. 그나마 제2기숙사 장인 서준영이 남자답고 의리 있다는 것만 전달된 상태다.


한국판에만 존재하는 캐릭터인 설한나는 ‘남장미소녀’인 설리의 정체를 의심하고 민호와 설리의 러브라인을 방해하는 인물로 긴장감을 조성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있어 캐릭터 존재 이유마저 이해하기 어려운 상태다.


일본판에서 주인공들이 재학 중인 오사카 고등학교에 학생들의 쾌적한 학교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블로섬 고등학교의 히바리4에 비하면, 한국판의 강태준 열혈 팬클럽 삼인방도 아직까진 활약이 미미한 수준이다.


◆한 회 한 장면만 나와도 기억되는 씬스틸러 ‘어디 없나요?’ 
잠깐 등장하는 캐릭터라도 일본판 조연들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한편, 한국판 조연들은 호연이 무색하리만큼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광희가 맡은 송종민은 예쁘장한 외모에 성격도 좋은 인물로 소개됐지만, 예능프로그램 속 광희를 드라마에서 만나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광희가 맡은 인물이 일본판에서는 제2기숙사 장의 호의에 반해 그를 짝사랑하는 유쾌한 게이로 그려지며 단순히 주연을 빛내기 위한 조연에 그치는 것이 아닌 극의 재미를 이끄는 역할을 하는 점에 비하면 한국판 속 광희를 비롯한 조연들의 캐릭터 설정은 미약한 모습이라 아쉽다.


주연배우 외에 개성과 존재감이 강한 캐릭터들이 없다 보니 약 1시간 분량의 한 회를 채우는 데도 꽤 어려움이 엿보인다. 또 1, 2회를 통해 캐릭터 구축과 상황 설명이 끝나야 하는데 중반부를 지나서도 캐릭터 구축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점은 <아그대>의 매력을 반감시켰다. 남은 후반부라도 강렬한 캐릭터로 시청자를 사로잡아야 <아그대>가 높이 날 수 있다.


②에서 이어서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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